너는 모른다.
호야는 일곱 살이다. 곧 막냇동생이 세상에 나온다. 이제 막 두 살이 되는 여동생과 함께 남동생도 생긴다. 자기가 두 동생을 다 돌봐야 해서 힘들다고 내게 고백해 왔다. '음... 막내는 아직은 엄마 뱃속에 있는걸'... 하면서도, 그래그래 많이 힘들겠구나 장단을 맞춰 주었다.
몸도 무겁고 둘째 홍이도 챙겨야 하는 엄마는 호야를 부른다. 호야는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더 놀고 싶다. 엄마에게 먼저 들어가라며 자전거를 타고 날쌔게 사라진다. 친구 엄마들도 호야 걱정 말라며, 오히려 호야 엄마 얼른 들어가 좀 쉬기를 권한다. 그래봐야 십여분 일찍 들어가는 건데도, 호야 맡겨놓고 가는 엄마는 미안하고 고마워서 간식 한 봉지에 그 마음 가득 담아 놓고 발길을 돌린다.
유치원에서 허락해주면, 혼자서도 등원할 만큼 똘똘한 호야. 한국사를 꿰고, 전쟁놀이 좋아하는 일곱 살. '민중의 노래' 부르는 일곱 살은 처음 봐서 마냥 신기하기만 했던 아이. 감성동화보단 논픽션과 뉴스가 더 흥미롭고. 마음에 안 든다고 떼쓰고 우는 또래 친구가 이해되지 않는 상남자. 그렇게 마냥 씩씩한 호야인데...
막냇동생이 세상에 나온 지 76일째. 신기하고 귀엽고 예쁜 아기. 요 녀석을 이제 두 돌 된 누나 홍이가 샘을 낸다. 우유병 잡고 잘 먹여주다가도 어느샌가 날아가는 한 방. 엄마와는 다시 한 몸이라도 될 계획인지, 자꾸 안으라고 한다. 아기동생 말고, 자기를 안으라고 한다. 자기도 아직 아기라며… 호야는 소파에 앉는다. 동생 둘과 엄마가 보인다. '에휴'. 그리고는 티브이 속 '극한직업'으로 눈을 돌린다.
'동생을 화나게 하는 10가지 방법'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이다. 심각한 표정으로 <전쟁> 그림책을 보는 호야 옆에 살며시 놓아주었다. 제목을 힐끔 보더니, 당장 세상 즐거운 표정으로 키득거리며 책장을 넘긴다. 상상만으로도 짜릿한 일인가 보다. 홍이는 당당하게 막냇동생에게 발가락을 빨릴 수 있지만, 호야는 만만치 않은 여동생을 위한, 전략이 필요했던 걸까.
며칠 뒤, 호야를 만났다. 책에서 본 대로 해보았냐고 물었다. 엄마한테 혼날까 봐 못했다고 했다. 한동안 보지 못한 홍이의 안부를 물으니, 막내 괴롭혀서 엄마한테 종종 혼이 난다고 했다. 동생이 샘나서 그러는가 보다. 그럴 때 어떡해야 할지 호야에게 물어보았다.
놀이터에서 종종 돌격대장이 되어 소리 지르던 호야가, 나지막이 말했다. 눈은 허공을 응시한 채.
"근데요. 가끔은 홍이가 부러워요."
"왜?"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잖아요. 나도 엄마를 독차지할 수 있으면 엄마랑 놀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까 난 친구들하고 놀아야 해요."
외동인 내 아들은 동생 많은 호야가 마냥 부럽다. 호야 만나고 온 날은, 자기도 동생 갖게 해달라고 떼를 쓴다. 그런데 호야는, 엄마를 독차지할 수 있는 친구가 부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외동으로서는 알 수 없는 첫째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