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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뚫기 Apr 03. 2024

지혜로운 통치자가 필요합니다.
지금이 그 때입니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깔보는 사회. 아무리 정의로워도 인정받지 못하고 죽도록 고생하고 손해 보는 사회. 반면 악하더라도 부자라면 용서받는 사회. 온갖 악행을 저질러도 정의로운 척하기만 하면 명예와 돈을 누리는 사회.


여러분은 어떤 나라가 떠오르나요? 혹시 우리나라는… 아니죠?


불의한 나라에서 돈과 권력 없이 사는 건 무척 괴로운 일입니다. 분명 나라를 정의롭고 올바르게 바꾸고 싶은 열망이 뜨거울 겁니다. 어떻게 하면 불의한 나라를 정의롭게 바꿀 수 있을까요? 괴로운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플라톤이 말하길 ‘지혜로운 통치자가 필요하다.’


통치자가 지혜롭지 못하면 국가에 정의가 사라진다고 플라톤이 말합니다. 온갖 부정부패가 들끓어 불의한 사람들이 돈과 권력을 얻는 반면 근면성실한 사람들은 노예가 됩니다.


플라톤은 하는 일에 따라 국민을 세 계급으로 구분하는데요. 첫째는 생업에 종사하는 집단(생산자), 둘째는 보조하는 집단(군인), 셋째는 통치하는 집단(수호자)입니다.


또한 국가에 세 가지 미덕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정의라고 말하는데요. 첫째는 지혜, 둘째는 용기, 셋째는 절제입니다.


이를 종합하면, 수호자는 지혜를, 군인은 용기를 그리고 세 집단 모두가 절제를 갖추었을 때 비로소 정의로운 국가가 탄생합니다. 그리고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수호자의 지혜입니다.


플라톤은 수호자가 지혜를 잃었을 때 모든 조화가 깨지고 국가가 분열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수호자가 지혜를 품었을 때 비교적 수월하게 지혜, 용기, 절제가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합니다.



국가가 망해가는 네 단계 정치 체제


플라톤은 집단왕도정이 가장 정의로운 정치 체제라고 말합니다. 집단왕도정이란 각자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는 정치 체제입니다. 수호자는 국가를 통치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군인은 국가를 지키는 데에만 집중하며, 생산자들은 생산에만 집중하는 국가를 말합니다. 나아가 사유재산이 없고 처자식까지 공유하기에 분열할 일이 없습니다.


명예정

그런데 문제가 생깁니다. 지혜를 잃은 수호자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수호자들이 몰래 사유재산을 챙기기 시작고요. 내 것과 네 것의 구분이 명확해져 지혜의 힘이 약해지고 용기, 격정의 힘이 강해집니다.


격정의 힘이 중심이 되어 승부욕과 명예욕을 중시하는 정치 체제, 바로 ‘명예정’이 탄생합니다. 명예정 사람들은 재물을 소중하게 여기지만 재물을 자랑하는 것은 부끄럽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속으로는 재물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겉으로는 명예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과두정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본심은 날이 갈수록 솔직해집니다. 즉 지혜에 이어서 용기마저 흔적을 감추기 시작하는데요. 이제 남은 것은 ‘절제되지 않은 욕구’ 뿐입니다.


결국 부자들이 통치하고 가난한 사람은 통치에 참여하지 못하는 ‘과두정’이 탄생합니다. 가난한 사람은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평생 가난 속에 삽니다. 또한 무절제를 부추기는 국가 속에서 재산을 탕진하고 거지가 되는 사람이 쏟아집니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지만, 거지, 소매치기, 절도범 같은 범죄자들이 길거리마다 숨어 있습니다.


민주정

결국 터질 게 터집니다. 가난한 자들의 분노가 폭발하여 전쟁이 터집니다. 부자들 중 일부는 죽고 일부는 추방당합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시민으로서 공평한 시민권과 관직을 받습니다.


끝내 자유가 넘쳐나는 ‘민주정’이 탄생합니다. 하지만 ‘민주정’에도 지혜와 용기가 없습니다. 오로지 ‘절제되지 않은 욕구’, ‘자유로운 욕구’만이 남아 있습니다.


사람들은 흥청거리며 술판에서 진탕 취하기도 하고, 다이어트를 하기도 하고, 헬스를 시작했다가 갑자기 만사가 귀찮다는 듯 빈둥거리기도 하고, 철학에 몰두하기도 하고, 정치도 해보고, 군인도 해보고, 사업도 해봅니다. 어떠한 질서도 당위도 없이 즐겁고 자유로운 인생을 즐깁니다.


민주정 사람들은 세 부류로 나뉩니다. ‘무절제한 욕구’를 가장 사납게 추구하는 ‘수벌 부류’가 주류가 되고, ‘수벌 부류’는 근면성실하게 부를 축적한 ‘부자’들을 착취합니다. 정치에 관심 없는 ‘민중’들은 ‘수벌 부류’가 나누어준 자그마한 재산을 누리며 살아갑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수벌 부류’ 사람들에게 나태와 사치가 피어납니다. 그러면서도 가장 큰 부와 권력을 누립니다. 그 과정에서 재산을 빼앗기거나 상처받는 사람들이 늘어갑니다.


참주정

상처받는 사람들의 분노가 쌓이고 쌓입니다. 마침내 분노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사람, ‘참주’가 탄생합니다. 하지만 지혜와 용기가 사라진 시대에 ‘참주’가 제 역할을 수행할 리 없습니다.


초기에 참주는 누구에게나 미소를 짓고 반갑게 인사하며, 사적으로나 공적으로 많은 것을 약속하고 빚을 탕감해 주겠다고 공수표를 남발합니다. 마침내 참주가 국가 최고 통치자가 되는 순간 ‘참주정’이 탄생합니다.


하지만 참주는 적이 많습니다. 특히 기존 주류였던 ‘수벌 부류’의 견제와 공격이 무섭습니다. 참주는 국민들의 눈을 밖으로 돌리게 하려고 전쟁을 일으킵니다. 나라를 통치하기보다 자기 목숨을 지키기 바쁘기에 나라 살림은 엉망이 됩니다.


참주는 자기 호위대를 만드느라 바쁘고, 국민들은 높은 세금에 시달립니다. 나라 살림이 엉망이기에 참주는 금방 가난해져 국민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요구합니다. 결국 참주는 ‘수벌 부류’와 ‘민중’ 모두의 적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어디에 있을까?


플라톤이 말하는 정의로운 정치 체제 ‘집단왕도정’은 지금 시대에 맞지 않습니다. 모든 재산을 공유하는, 심지어 처자식을 공유하는 집단왕도정은 ‘공산주의’에 가까운데요. 공산주의가 실패한 사상이라는 건 이미 역사가 증명했습니다.


그렇다고 플로톤의 생각이 쓸모 없는 것은 아닙니다. 플라톤을 통해 지혜와 용기가 사라지고 욕구만 남은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요? 명예정? 과두정? 민주정? 참주정?


재산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며 부자는 더욱 부유하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해지는 과두정의 모습을 닮은 거 같기도 하고요. 온갖 자유를 즐기지만 결국 가장 사나운 사람들이 권력을 차지하는 민주정의 모습을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또한 부자는 물론 서민들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참주정의 모습을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우리나라가 어느 정치 체제에 가까운 거 같나요?



지혜로운 통치자가 필요하다.


통치자가 지혜롭지 못하면 국가에 정의가 사라진다고 플라톤이 말합니다. 다시 말해 지혜로운 통치자를 뽑아야 합니다. 온갖 부정부패가 들끓어 불의한 사람들이 돈과 권력을 얻는 반면 근면성실한 사람들은 노예가 되는 사회가 싫다면, 지혜로운 통치자를 뽑아야 합니다.


그런데 누가 지혜로운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이에 플라톤은 이렇게 답하는 듯합니다.


'무엇을'만 말하는 사람을 멀리하고, ‘어떻게? 왜?’까지 말하는 사람을 찾아라.


겉으로만 정의로운 척하는 사람은 ‘무엇을’ 해주겠다고 공수표를 남발합니다. 어떻게, 왜 하겠다는 말은 없고 무조건 해주겠다고 말합니다. 대중이 원하는 말을 콕 집어주니 시원하기는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깊이가 없습니다.


반면 정의로운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해주겠다고 구체적으로 말합니다. 예산, 장소, 시기,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나아가 그게 ‘왜’ 필요한 지, 그게 ‘왜’ 정의인지 명확하게 설명합니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려면 지혜로운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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