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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뚫기 Jul 20. 2024

올바른 독서법과 사유법

책은 초인의 창작물 (2년간 독서하며 터득한 노하우)

어서 오세요. 책뚫기의 북라디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저는 생각이 깊고 선한 사람, 부드러우면서도 자기 주관이 뚜렷하여 올곧은 사람, 지식과 지혜가 많으면서도 겸손한 사람 등이 떠오르는데요. 물론 책을 많이 읽었다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높은 확률로 그들에게는 좋은 향기가 나더라고요.


저 또한 좋은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지난 2년간 매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독서 리뷰글을 써왔어요. 그러면서 책을 제대로 읽는다는 게 무엇인지 나름 깨달았는데요. 무슨 책을 읽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읽느냐가 독서의 깊이를 좌우하더라고요. 다시 말해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제대로 읽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었는데요.


그래서 준비했어요. 책을 많이 읽는데도 생각이 깊어지지 않고 잡식 독서에만 머문다면, 또는 책을 읽어도 삶이 바뀌는 게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고집만 세진다면, 또는 책을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아 매번 포기했다면 오늘 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세요. 물론 저의 경험이 무조건 맞는 건 아니라는 점, 참고해 주세요.


[책뚫기의 글을 오디오로 즐겨보세요]

https://youtu.be/j0rY5Wt4VAs


초인 = 질문을 던지는 자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먼저 책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데요. “책이 그냥 책이지 정의까지 내려야 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책을 무엇이라 정의 내리느냐에 따라 독서 방법은 물론 책을 대하는 태도 나아가 인생관까지 바뀐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니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세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책이란 ‘초인의 창작물’이라고 생각해요. 니체는 인간을 크게 군중과 초인으로 구분했는데요. 니체의 표현을 빌려서 저는 책이란 군중의 창작물이 아니라 초인의 창작물이라고 정의 내렸어요.


그럼 먼저 군중은 어떤 사람일까요? 군중은 유명하거나 힘 있는 사람들의 말을 숭배하고, 동시에 남에게도 숭배하라고 강요해요. 예를 들어 맹목적인 종교인은 신을 숭배하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도 신을 믿어야만 한다고 강요해요. 따라서 군중은 질문하지 않아요. 저는 이런 사람의 말은 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고요.


반면 초인은 어떤 사람일까요? 초인은 기존의 것에 질문을 던지고 탐구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사람인데요. 예를 들어 고타마 싯다르타는 ‘왜 우리는 불행과 괴로움에서 자유롭지 못할까?’라는 질문을 던졌어요. 그리고 탐구한 끝에 새로운 키치(그래야만 한다)를 창조했는데요. 고타마 싯다르타가 창조한 새로운 키치는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그 결과 불교가 탄생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흔히 좋은 책 또는 고전이라 부르는 책들은 사실 모두 초인의 창작물인데요. 따라서 좋은 책에는 세 가지가 담겨 있어요. 첫째는 당시 사회나 초인의 모습이고요. 둘째는 ‘꼭 그래야만 할까?’라는 초인의 질문 또는 문제 제기예요. 셋째는 초인이 답으로 제시하는 새로운 키치인데요. 따라서 좋은 책을 제대로 읽어내면 초인이 살던 당시 사회의 모습과 그 사회가 가진 문제점이나 한계, 그리고 초인이 창조한 대안을 마주하게 되어요.


따라서 책을 제대로 읽는다는 건 저자의 핵심 질문과 답을 파악하는 걸 뜻해요. 앞서 설명드렸듯 초인은 기존 사회나 자신에게 ‘왜 꼭 그래야만 할까?’라고 질문을 던져요. 그리고 질문을 탐구한 끝에 새로운 답을 창조하는데요. 이처럼 초인이 던진 질문과 질문 끝에 창조한 답이 곧 책의 핵심이기 때문이에요.



예시 1. 군주론


예를 들어 볼게요. 다음은 제가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책 ⟪군주론⟫을 읽고 저자의 핵심 질문과 답을 찾아갔던 과정이에요. 제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특히 어떤 질문을 사용했는지 구경해 보세요.


질문 1: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답 1: 군주가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가’를 보지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다시 말해 군주가 인간의 본성을 고려하지 않고 군주의 이상에 집중하는 게 문제다.


질문 2: 그게 왜 문제인가? 답 2: '어떻게 사는가'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사이는 거리가 아주 멀다. 위와 같은 군주는 파멸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인간의 본성과 군주의 이상 사이의 거리가 멀면 군주는 파멸하게 된다.


질문 3: 그래서 어떻게 하자고 하는가? 답 3: 군주가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고 싶다면 착하게 굴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하고, 필요에 따라 그렇게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인간의 본성에 근거하여 통치해야 한다.


제가 정리했던 내용을 풀어서 설명해 볼게요.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어떤 군주가 살아남고, 어떤 군주가 파멸할까?’라는 질문을 품었어요. 그는 수많은 역사적 문헌과 당시 사건들을 분석한 결과 인간의 본성에 근거하여 통치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발견했어요. 그러니까 인간의 본성을 무시한 채 자신의 이상으로 통치하는 군주는 반드시 파멸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따라서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살아남으려면 철저히 인간의 본성에 근거하여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때로는 그로 인해 잔인하고 인색하다는 평을 받더라도요.


지금까지 제가 ⟪군주론⟫의 핵심 질문과 답을 정리해 보았는데, 어떤가요? ⟪군주론⟫이 대강 어떤 책인지 그려지지 않나요? 그리고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생각한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지, 또 군주가 어떤 때 잔인하고 인색해야 하는지도 궁금하지 않나요?



예시 2. 엔드 오브 타임


예시를 하나 더 들어볼게요. 다음은 제가 브라이언 그린의 책 ⟪엔드 오브 타임⟫을 읽고 저자의 핵심 질문과 답을 찾아갔던 과정인데요. 마찬가지로 제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특히 어떤 질문을 사용했는지 구경해 보세요.


질문 1: 브라이언 그린은 무엇이 궁금한가? 

답 1: 브라이언 그린은 우리 삶의 의미와 목적이 궁금하다.


질문 2: 기존의 답은 무엇이고 그 한계는 무엇인가? 

답 2: 지금까지 많은 학자들은 인간 행동의 동기를 죽음 인식에서 찾아왔다. 모든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 죽음이 두려운 인간은 죽음을 초월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인간은 유한한 육체를 초월하여 영원히 기억되고자 정신 활동, 즉 창작 활동을 한다. 따라서 우리 삶의 의미와 목적은 ‘죽음 초월’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죽음 초월’만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인간의 행동이 있다는 점이 한계다.


질문 3: 그럼 브라이언 그린은 어떻게 우리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자고 하는가? 

답 3: 과학적 탐구 방법, 예를 들어 엔트로피 법칙, 진화론, 양자역학 등의 관점으로 우리 삶의 의미와 목적을 탐구해보자고 한다.


질문 4: 왜 과학적 탐구 방법인가? 

답 4: 자연의 진리를 담은 물리 법칙은 한시적이고 단명한 일상을 초월해 있다. 따라서 물리 법칙은 인간이 가진 것 중 영원불멸의 진리에 가장 가깝다. 진리에 가까운 물리 법칙으로 인간을 본다면 진정한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풀어서 설명해 볼게요. 제가 생각하기에 브라이언 그린은 독자들이 물리 법칙의 눈으로 우리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보길 기대한 듯해요. 왜냐하면 자연의 진리를 담은 물리 법칙은 영원불멸의 진리에 가깝기 때문인데요. 그 진리에 기초하여 우리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본다면 보다 분명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서요.


지금까지 제가 ⟪엔드 오브 타임⟫의 핵심 질문과 답을 정리해 보았는데, 어떤가요? ⟪엔드 오브 타임⟫이 어떤 책인지 그려지지 않나요? 나아가 ⟪엔드 오브 타임⟫에 담긴 물리 법칙은 무엇인지, 또 그 물리 법칙으로 본 우리 삶의 의미와 목적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나요?



무엇, 어떻게, 왜


책이란 ‘초인의 창작물’이기 때문에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저자의 핵심 질문과 답을 파악해야 해요. 그럼 어떻게 해야 저자의 핵심 질문과 답을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찾아낼 수 있을까요? 제가 사용하는 정말 정말 보물 같은 도구를 알려드릴게요. 이는 아사다 스구루의 책 ⟪한 줄 정리의 힘⟫에서 발견했는데요. 먼저 관련 구절을 읽어드려 볼게요.


핵심은 What?, Why?, How?라는 세 개의 의문문을 해결할 수 있도록 사고를 정리하는 것이다. 이 세 개의 의문이 해결되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겠는가?

아사다 스구루, ⟪한 줄 정리의 힘⟫, 센시오, 2019, p.114


저는 저자의 핵심 질문과 답을 파악할 때 세 가지 의문사를 사용해요. 바로 ‘무엇, 어떻게, 왜’ 인데요. 이 세 의문사는 책의 핵심을 파악할 때뿐만 아니라 생각과 관련된 모든 곳에 유용한 도구예요. 무언가 고민이 있고 사유가 필요할 때면 ‘무엇, 어떻게, 왜’를 이용해 질문을 만들고 답을 해보세요. 별 거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진짜 진짜 강력한 도구니 꼭 활용해 보세요!


하여튼 저는 저자의 핵심 질문과 답을 파악할 때 세 개의 의문사를 사용하는데요. 이 세 의문사를 사용하면 저자의 핵심 질문과 답을 비교적 논리 정연하게 파악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질문 세트를 만들어 볼 수 있어요.


저자는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저자는 그게 왜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그래서 저자는 어떻게 하자고 하는가?


또는 다음과 같은 질문 구성도 가능해요.


저자는 무엇이 궁금한가?
저자는 궁금함을 어떻게 해결하자고 하는가?
왜 그런 방법을 제안하는가?
마지막으로 저자의 결론은 무엇인가?



끝으로


좋은 책을 제대로, 무엇보다 꾸준히 읽다 보면 무척 반가운 순간을 맞이하는데요. 저를 강력하게 끌어당기는 초인을 만난다는 거예요.


저는 지난 2년간 매주 책을 읽고 글을 썼는데요. 그동안 니체, 밀란 쿤데라, 헤르만 헤세, 김만권, 레이 올든버그, 카를로 로벨리, 브라이언 그린과 사랑에 빠졌어요. 그들이 던졌던 질문은 사실 제가 던지고 싶었던 질문이라는 걸 깨달았고요. 그들이 창조한 답을 만난 덕분에 저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되었어요.


저는 앞으로도 좋은 책을 찾아 제대로 읽을 거고요. 동시에 제가 꿈꾸는 제3의 장소, ‘사이공간 틈새’라는 공간을 창조할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사이공간 틈새’에 놀러 와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고 대화하며 서로 친구가 될 거고요. 주기적으로 독서 모임, 책 출간 기념회, 각종 워크숍 및 세미나가 열릴 거예요. 나아가 다양한 새끼 모임이 터져 나와 프로가 아니어도 자아 실현할 수 있는 아마추어리즘을 실현할 거예요. 언젠가 ‘사이공간 틈새’에서 구독자님들과도 만날 수 있겠죠?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돈이 많이 들더라고요. 여러분… 구독과 좋아요로 저 좀 도와주세요.


오늘 제가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예요. 오늘은 제가 지난 2년간 매주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깨달은 올바른 독서 방법에 대해 소개했는데요. 어떠셨나요? 재미있으셨나요? 제가 깨달은 독서 방법은 이 외에도 생각그물을 이용한 독서법과 ‘결론 우선형’ 글쓰기 템플릿이라는 노하우도 있는데요. 기회가 되고 또 많은 분들이 성원해 주시면 다음에 준비해 볼게요.


지금까지 책뚫기의 북라디오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과 좋아요로 제 마음을 뚫어주세요. 그럼 다음에 또 봐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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