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뚫기 Sep 23. 2024

책으로 미래 보는 법:
행동종과 행위종

2년간 책 읽고 글 쓰면 미래시가 생길까?

어서 오세요. 책뚫기의 북라디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엔드 오브 타임⟫의 저자 브라이언 그린은 우리 인간에게 아주 특별하고 강력한 본능이 있다고 말해요. 바로 패턴을 인식하여 미래를 예측하려는 본능인데요. 그 본능 덕에 인간은 우주에 새겨진 패턴을 탐구하여 물리법칙을 창조하고, 그 물리법칙으로 우주의 미래까지 예측하기에 이르렀어요.


이처럼 패턴을 인식하고 미래를 예측하려는 본능이 가진 힘은 어마어마한데요. 우리는 시대를 내다보고 준비하려는 이 본능을 ‘미래시’라고도 불러요. 미래시를 가진 사람들은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리며, 시대를 이끌어가기도 해요. 예를 들어, 기업의 미래 가치를 예측하고 투자하는 워런 버핏, 개인용 컴퓨터의 시대를 예견했던 빌 게이츠, 그리고 개인용 스마트폰 시대를 내다본 스티브 잡스 모두 미래시를 지녔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하면 우리도 미래시를 가질 수 있을까요? 워런 버핏,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만큼은 아니더라도 내게 닥친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할 수는 없을까요?


성공한 사업가들과 수많은 자기 계발서는 책을 많이 읽으라고 조언해요. 책을 많이 읽으면 통찰력과 예지력이 생긴다고 들 말하는데요. 그렇다면 2년간 매주 책을 읽고 글을 써온 제게도 통찰력과 예지력이 생겼을까요?


그래서 준비했어요. 2년간 매주 한 권 이상 책을 읽고 글을 써온 책뚫기의 눈으로 한 가지 미래를 예측해 볼까 해요. 그럴듯한지 아니면 잡소리인지, 아니면 그냥 뻔한 소리인지, 여러분이 듣고 판단해 주시길 부탁드릴게요. 과연 책뚫기에게는 통찰력과 예지력이 생겼을지,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출발하시죠!


[책뚫기의 글을 오디오로 만나보세요]

https://youtu.be/k7dGAhx07pU?si=Wsu6Lb4t-l9df-rS


행동종과 행위종


오늘은 인간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에서 출발해 볼까 해요. 그 시선은 바로 행동종과 행위종이에요.


먼저, 행동종이란 정해진 패턴대로 움직이는 인간을 말해요. 예를 들어, 때가 되면 일어나서 씻고 밥 먹고 출근하고 일하는 인간은 행동종인데요. 행동종은 특정 인풋을 넣으면 정해진 아웃풋이 나오는 기계 같은 인간이라 할 수 있어요.


잠깐 통계물리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떨림과 울림⟫의 저자 김상욱 물리학자님은 통계물리를 이렇게 설명해요.


통계물리는 많은 수의 대상을 통계적으로 다루어 새로운 물리적 현상이나 규칙을 찾는 분야다.

김상욱, ⟪떨림과 울림⟫, 동아시아, 2018, p.115


풀어서 설명해 볼게요. 공기 분자 하나의 미래를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워요. 어디로 튈지, 얼마나 빠르게 움직일지 정확히 예측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아요. 그런데 수많은 공기 분자들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면 어떻게 될까요? 공기 분자들이 ‘물체에 가하는 평균적인 충격’을 계산하여 압력을 알 수 있고요. 그들이 가진 ‘평균적인 운동에너지’를 계산하여 온도를 알 수 있다고 해요. 이처럼 대상을 덩어리로 묶어 그들의 평균적인 패턴을 찾아내는 분야를 통계물리라고 한데요.


인간 또한 통계물리의 방식으로 연구할 수 있어요. 한 사람의 미래 행동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워요. 그러나 사람들을 덩어리로 보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들의 움직임을 ‘평균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되는데요. 대표적으로 경제학이 그래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 가계 평균 빚은 얼마고, 가계 평균 소득은 얼마다.’ 등을 계산할 수 있고요. 나아가 이런 계산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빚을 늘릴 거다. 또는 줄일 거다. 늘린다면 얼마나 더 늘릴 거다. 그에 따라 부동산 경기가 좋아진다. 또는 나빠진다.’와 같은 예측을 할 수 있어요.


이처럼 행동종의 관점에서 인간들을 덩어리로 바라보면, 인간의 미래를 확률적으로 예측할 수 있어요. 나아가 인간들의 행동 경향, 성향 또는 인간의 본성은 이러이러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되어요.


다만 인간을 행동종으로만 바라보면 인간의 개성과 정체성은 사라져요. 왜냐하면 인간 덩어리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한 사람이 지닌 역사, 취향, 가치관 등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오히려 이때 인간은 환경이라는 자극에 정해진 대로 반응하는 기계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어요.


반면, 행위종이란 행동종과 달리 질문을 던지고 탐구하여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려는 인간을 말해요. 예를 들어, ‘왜 꼭 대학에 가야만 할까?’라는 질문을 품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인간은 행위종이에요. 이처럼 행위종은 기존의 것들에 ‘왜 꼭 그래야만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탐구하고 토론하여 새로운 길을 찾아내요.


인간을 행위종으로 바라볼 때에야만 인간의 개성과 정체성이 살아나는데요. 왜냐하면 행위종은 스스로 질문하고 말하기 때문에 결코 덩어리로 볼 수 없기 때문이에요. 인간 하나하나가 지닌 생각은 모두 다르기에 모두가 고유한 존재로 여겨져요.


나아가 행위종은 기존의 패턴을 파괴하고 새로운 패턴을 창조해요. 이때 인간은 환경이라는 자극에 정해진 대로 반응하는 기계가 아니라, 오히려 기존 환경을 파괴하고 새로운 환경을 만드는 창조자라고 할 수 있어요.



인간을 행동종으로 본 ⟪한비자⟫


동양 고전 중에 인간을 행동종으로 바라본 책 한 권을 소개할까 하는데요. 바로 한비가 쓴 ⟪한비자⟫예요. 한비는 춘추전국시대를 살았던 법가의 대표 인물로 법으로 다스리는 ‘법치’를 무척 강조했다고 해요.


한비는 당시 많은 군주들이 나라를 잘못 다스리고 있다고 지적해요. 당시 군주들은 사사로운 가치관으로 나라를 통치했는데요. 그 때문에 신하들은 ‘아부와 권세 다툼’에 집중하고, 끝내 신하들이 군주와 나라를 망하게 만든다고 한비는 말해요.


풀어서 설명해 볼게요. 예를 들어 군주의 가치관이 ‘술’이라고 해볼게요. 자연스레 신하들은 서로 더 좋은 술을 바치며 아부하려고 애써요. 나아가 더 많은 사람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권세 다툼을 시작해요. 한편 능력 있고 충성스러운 신하는 고지식하고 어리석다는 평을 듣거나 술수에 휘말려 사라져요. 그러면서 군주의 권세는 점점 약해지고, 반면 신하들의 권세는 점점 커져요. 끝내 신하들에 의해 군주와 나라는 파멸하게 되어요.


군주의 가치관이 ‘술’이 아닌 ‘성실’이어도 마찬가지예요. 신하들은 서로 더 성실한 척 연기할 것이고, 나아가 편을 먹어 내 편이 더 성실하다고 거짓 명성을 만들어낼 거예요. 그 결과 ‘아부와 권세 다툼’에 능통한 신하들이 살아남게 되고, 군주와 나라는 역시나 파멸하게 되겠죠.


그렇다면 군주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신하들의 생존 전략을 ‘아부와 권세 다툼’에서 ‘충성과 능력 발휘’로 바꿀 수 있을까요?


한비는 ‘법과 상벌 제도’야말로 유일한 해답이라고 말해요. 그는 신하들이 법을 섬기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그 법은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요. 그 법을 지켰을 때만 후한 상을 주고, 반대로 어겼을 때는 엄한 형벌을 내려야 한다고 말해요. 그렇게 해야만 신하들의 생존 전략을 ‘충성과 능력 발휘’로 바꿀 수 있는데요. 왜냐하면 법을 지키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 전략이기 때문이에요.


풀어서 설명해 볼게요. 한 신하가 군주에게 아이디어를 발표해요. 군주는 신하에게 그 아이디어의 예상 성과를 물은 뒤, 그렇게 해보라고 임무를 내려요. 신하가 임무를 수행하여 예상 성과를 내면 신하는 그에 맞는 상을 받고 승진을 해요. 반면, 신하가 예상치보다 훨씬 적은 성과를 내거나 심지어 훨씬 많은 성과를 내도 신하는 벌을 받아요. 또 벌 받을 게 두려워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는 신하 또한 벌을 받아요.


이때 군주는 아끼는 사람이라고 해서 봐주고,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억지로 벌을 내리지 않아요. 그저 군주가 정한 법대로 상벌을 내릴 뿐이에요. 이렇게 되면 ‘법에 충성하고 능력이 있는’ 신하는 살아남고, ‘아부와 권세 다툼에 능통한’ 신하는 사라지게 되겠죠.


여기까지가 한비의 ⟪한비자⟫ 이야기인데요. 어떠신가요? 저는 ⟪한비자⟫를 읽고 무척 놀랐어요. 한비는 자기 이익에 집착하는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보았고요. 그리고 그 본성을 ‘아부와 권세 다툼’이 아닌 ‘충성과 능력 발휘’로 바꿀 수 있는 환경 세팅에 집중했어요. 즉, 한비는 인간이란 주어진 환경에 정해진 대로 반응하는 기계 같은 존재로 보았는데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환경을 바꿈으로써 인간의 생존 전략을 바꾸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어요. 참 대단하지 않나요?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하다


한비는 신하들의 생존 전략이 ‘아부와 권세 다툼’이면 나라가 망하고, 반면 신하들의 생존 전략이 ‘충성과 능력 발휘’ 면 나라가 부강해진다고 말해요. 이를 달리 말하면 신하들의 생존 전략을 보면 그 나라의 흥망성쇠를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죠. 표현을 조금 바꿔보면, 사람들의 생존 전략을 보면 그 나라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이에요.


그렇다면 대한민국,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존 전략을 알면 우리나라의 미래도 예측할 수 있을까요? 한번 해볼까요?


먼저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요? 제가 경험한 대한민국은 ‘능력주의, 노력주의, 시험주의’로 요약할 수 있어요. 저는 ‘누구나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어. 그러면 행복한 거야.’라는 조언 속에 살았고요. 동시에 ‘열심히 공부 안 하면 인생 망치는 거야! 그리고 그건 다 네가 지금 공부를 안 한 탓이야!’라는 협박 속에 살았어요.


‘능력주의, 노력주의, 시험주의’ 대한민국에서 사람들은 어떤 생존 전략을 선택할까요? 저와 제 친구들이 선택한 생존 전략은 ‘각자도생’이었어요. 우리는 친구이면서 동시에 방해물이었기에 협력은 비효율과 같은 말이었고요. 늘 현재를 희생하여 더 나은 미래를 꿈꾸도록 길들여졌어요.


그런데 참 이상한 게요. 나이를 먹어도 ‘각자도생’이란 생존 전략이 몸에서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부자는 성공한 인생이고 가난한 사람은 실패한 인생이라고 직접 말하지 않더라도, 알게 모르게 부자를 동경하고 가난한 사람을 외면하는 제 자신을 알아차리게 되었어요. 그리고 무슨 문제가 생기면 도움을 구하거나 함께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혼자 해결하는 게 마음 편하더라고요.


그럼 제 경험이 맞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러니까 ‘각자도생’이 우리나라 청년 세대들의 대표 생존 전략이라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모르긴 몰라도 두 가지는 예측해 볼 수 있어요. 하나, 청년 세대는 외로워질 거예요. 서로를 협력자가 아닌 방해물로 여기는 ‘각자도생’의 세계에서 우리는 외로워질 수밖에 없어요. 둘, 더 많은 돈이 필요해질 거예요. 어려울 때 도와달라고 할 사람이 없으니 모든 걸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렇게 하려면 참 많은 돈이 필요하겠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행위종


그러나 대한민국의 미래가 꼭 외로워진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워요. 인간은 행동종인 동시에 행위종이기 때문이에요. 다시 말해 우리 인간은 주어진 환경에 정해진 대로 반응하는 행동종인 동시에, 기존 환경을 파괴하고 새롭게 창조하려는 행위종이기도 해요.


이번에는 행동종이 아니라 행위종의 관점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다시 예측해 볼게요. 점점 더 외로워지고 가난해지는 와중에 수많은 행위종들이 질문을 던질 거예요. ‘우리는 왜 외로워야만 할까? 우리는 왜 돌봄 받지 못할 노후를 걱정해야만 할까?’ 따라서 저는 앞으로 두 가지 키워드가 점점 더 강력하게 떠오를 거라 예측해요. 바로 ‘외로움’과 ‘돌봄’이에요. 그리고 행위종들은 ‘외로움’과 ‘돌봄’ 문제를 탐구하고 토론하여 끝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거예요.


물론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을 거예요. 시대를 파괴하고 재창조하는 데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니까요. 따라서 한동안은 행동종의 관점대로 우리는 점점 더 외로워지고 가난해질 거예요.


그러나 언제 어떤 사건이 발화점이 될지 몰라요. 특정 사건으로 미투 운동이 세계적으로 퍼져 나갔듯이, 또 특정 사건으로 교권 보호 운동이 온 나라를 뒤덮었듯이, 어떤 사건이 ‘외로움’과 ‘돌봄’ 문제에 불을 지필지 몰라요. 그리고 그동안 행위종들이 쌓아 올린 질문과 불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사건은 엄청나게 폭발적인 반응을 가져올 거예요. 그러고 나면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되겠죠?



끝으로


오늘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 인데요. 오늘은 우리가 사는 시대를 행동종과 행위종의 관점으로 예측해 보았어요. 책을 읽으면 통찰력과 예지력, 즉 미래시가 생긴다고 하는데요. 책뚫기에게 통찰력과 예지력이 생긴 거 같나요? 오늘 책뚫기의 이야기가 그럴듯한지, 잡소리인지, 아니면 뻔한 소리인지. 그리고 여러분이 예측하는 미래는 어떤지 댓글로 많이 많이 남겨주세요.


지금까지 책뚫기의 북라디오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과 좋아요로 제 마음을 뚫어주세요. 그럼 다음에 또 봐요. 안녕~

매거진의 이전글 과소비로 길들여진 노동종 그게 난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