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고군분투를 남들도 조금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써본다. 앞으로 종종 업무와 육아 에피소드를 올리고자 한다. 지금은 워킹맘 히스토리를 살짝 풀어봐야지.
1. 육아'만' 하면 우울
나는 회사에서 일은 곧잘 하지만 육아와 살림은 서툰 편이다. 처음부터 그랬다. 처음 조리원에서는 10일 내내 울었다. 밤낮 없는 수유 콜도 힘들고 쓸데없는 걱정도 많았다. 무엇보다 내 삶이 사라질 것 같아 무서웠다. 친정에서 50일 정도 머무를 때도 감정선은 마찬가지였다. 기저귀 갈 때나 수유할 때나 우는 아이 달랠 때나 그저 허둥지둥. 나 자신이 한심하고 아이에게 늘 미안했다. 산후조리는 커녕 물에 젖은 휴지처럼 우울감에 빠져 있었다. 그때, 일이 너무 그리웠다. 브런치도 육아휴직 시기에 시작했다. 육아 말고 일 같은 일을 하고 싶어서. 그러다 아이가 뒤집기를 하던 무렵 복직하기로 했다. 결정은 생각보단 어렵지 않았다.
2. 오프(off) 없는 오프
회사로 돌아가니 나를 기다리는 프로젝트가 많았다. 아이 하원 시간을 맞추려 매일 쉬는 시간도 없이 타이트하게 일정을 소화했다. 외부 미팅, 출장 스케줄이 겹친 와중에도 원고 뽑아냈다. 기계처럼 근무시간 내에 할당 치를 처리하고, 6시 땡 하면 아이 보러 퇴근했다. 차라리 야근하는 게 덜 빡셀 듯. 옆자리 동료도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 묻더라. 나는 반드시 워라밸을 사수해야 살 수 있다. 숨도 안 쉬고 일하고, 남편 오기 전 아기 하원 시키고 밥 먹이고 집 정리하다가, 남편 오면 같이 씻기고, 남편 씻고 청소하는 동안 나는 아기 재우고, 방전. 다음날 또 반복.
3. 빡세도 오히려 좋아
그렇게 지금 남들 보기엔 팍팍한 일상을 사고 있지만 나 스스로는 에너제틱하다. 아이를 보며 일할 동력을 얻고, 일하면서 아이에게 줄 사랑을 충전하는 느낌이랄까. 육아와 일이 상호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짧은 만큼 나는 고운 얼굴, 예쁜 말만 한다. 덕분에 아이에게는 밀도 높은 사랑을 줄 수 있게 되었다. 커리어도 전보다 더 잘 풀리기 시작했다. 수주 건도 많아졌고 클라이언트와도 견고해졌다. 개인적으로 강의도 종종 들어온다. 어불성설이지만 이게 다 우리 아이 덕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무튼, 나는 지금처럼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며 취미처럼 즐겁게 육아를 하고 싶다. 완벽한 커리어우먼으로 성장하고 싶고, 서툴긴 해도 애정 충만한 엄마였으면 좋겠다. 욕심이 좀 많나.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