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지향 Galadriel Jul 09. 2024

방화범을 찾습니다(1-3)

백련같은 여자

나랑 걷자 하는 그녀. 700년 땅속에서 잠자다 깨어난 아라홍련에서 자신을 봤더군. 아닌데. 슬퍼서 아름답고, 아름다워서 슬픈 백련이던데. 그것도 영혼이 빠져나가지 않은 새벽의 백련. 때로는, 그 새하얀 꽃잎을 바친 청록빛 넓은 이파리 같은.... 그런데 세상에, 그런 그녀가 로또를 산대. 영화 <업>에서  파라다이스폭포로 떠나지 않아도 삶이 모험이라던 엘리처럼, 그녀의 삶 또한 그랬어서 로또를 산다더군. 맞출용도가 아닌 희망주입용도로 산 로또를 부적처럼 넣고 걷는다는 그녀에게 나는, 쌍발여객기 가득 로또를 실어 보내야 할 것 같아 비행기를 그리고, 로또를 그리고, 그리고, 또 그리고....  


P85에는 로또대신 비수를 꽂아두었더군. "무용한 짓거리"... 전원이 꺼지면 사라질 '세상 무용한 나'를 쿡 찔렀어. 그것도 모르는 그녀가 나를 끌어안았어. "마구 드릴게요'했어. 자신은 사랑교 교주라며 신자가 되라고 밀어붙였지. 어쩔수 없었어. 전원을 꺼도 꺼지지 않는 그녀를 끌 재간이 없었거든. 캄캄하게 가라앉은 나에게 "잘 있냐?"물었어. 자꾸 물었어. 징징대고 싶지 않아 가라앉아있는 내게 내 이름을 새긴 도장을 보내왔었지.내책 [서쪽으로 난 창]에 찍으라고 표지와같은 파란색 잉크와 함께. 내 손바닥에 꾹 눌러 찍어봤어. 예뻤어. 파란색깔 내이름이 새삼 좋아지더군. P87에서는 바디가 구멍으로 들어가는 이유를  "누군가 불러주는 자기 이름을 듣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요?"라고 해. 그때 알았어. 도장을 파서 보내는 행위. 그것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그녀만의 방식이란 걸. 씨큐 씨큐...."내 목소리 들려요?"


P110를 열었어. 이번엔 작가 김연수의 말이라 둘러댄 그녀 마음이 건너왔어. "어깨를 내어주고 마음으로 들어주기. 당신이랑 닮고, 당신을 걱정하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걸 기억나게, 그리고 곁에 있어주기. 몸과 마음으로."  그렇게 혼자 같이 걷자며 <시>를 만든 이창동감독의 용기와 그녀 삶의 밑장을 보여줬어. 그러고는 또 한마디. P155 "어떤 바닥을 만나야 일어설까?"  


리오!

나는 어떤 바닥을 디디고 서 있는 걸까? 그리고, 어떤 바닥을 만난것일까? 저자 이연과 동선이 만난 바닥. 난 그 두 개의 바닥, 모두를 만났어. 그러니 두배로 힘차게 바닥을 차고 일어설 수 있겠지. 저자 이연에게 "뭉쳤던 근육이 풀어지고 무채색이던 일상을 무지갯빛으로 바꾸어 주었다"는 선희언니가 있었다면 나에겐 저울질하지 않는 그녀가 있으니까. 아프다고 엄살떠는 내게 십전대보탕을 대령하겠다는 라면 같은 남자의 단검이 생겼으니까.  해서 말이야. 추천사에서 만난 한나 아렌트의 말처럼. "인간의 가장 인간적인 능력인 '새롭게 시작하는 능력'을 나도 꺼내보려고 해. 그녀에겐 그들(이연과 동선)의 뭉친 흔적이 " 어딘지도 모르고 그나마 늦춘 방지턱"이 되었지만 내겐 이정표로 깜빡이는.... <영화처럼 산다면야> 참... 좋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