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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향 Galadriel Aug 05. 2024

훔쳐보는 맛

쫄깃한 그녀

4시인가봐요. 아리엘이 노래하네요. "오늘, 아직 꽃들이 매달려 있을때, 난 그대의 딸기를 맛보고, 그대의 달콤한 와인을 마실거에요, 수많은 내일은 지나간다해도, 오늘 내가 느꼈던 이 기쁨은 잊지 않을 거에요"라는 가사가 또렷하게 들려요. John Denver 가 남긴 명곡"Today"네요. 가수가 꿈인 그녀는 매일오후 4시가되면 어김없이 노래연습을 해요. 일주일에한번, 양로원에서 노래봉사를 하거든요. 높지않은 흰색 팬스를 사이에두고 그녀는 왼쪽, 나는 오른쪽집에 살아요. 피아노가 있는 그녀의 거실과 우리집 부엌은 마주보고있어요. 맘만 먹으면 서로의 숨소리까지 들으수 있는 거리에요.


여튼, 아리엘이 노래를 시작했으니, 나는 요리를 해야겠어요.  큼지막한 나무도마를 꺼내고, 톡톡 탁탁. 오늘은, 오렌지색 선명한 연어가 주인공이에요. 방울 토마토는 반으로 썰고, 하얀 마늘 세쪽은 편을 썰어요. 달구어진 팬에 올리브오일을 붓고, 준비한 마늘을 모두 쏟아 부어요. '촤라락' 소리까지 노릇한 마늘향이 올라오네요. "돌아와줘" 악을 쓰던 그녀의 창이 슬그머니 닫히네요. 냄새때문일까요? 아니에요. 이탈리언인 그녀가 마늘향을 싫어할리 없어요. 김밥, 김치찌개, 떡볶이, 삼겹살에 마늘까지 넣고 싼 상추쌈까지... 내가 만들어주는 건 뭐든 잘 먹어요. 그래서일까요? 실력은 없는데 목소리는 엄청 커요.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그녀지만 크기만한 그녀의 노래소리까지 좋아하는건 아니에요. 솔직하게 말하자니 상처받을것 같아 말은 하지 못했어요. 그러니 그냥 창을 닫을수 밖에요. 그녀는 다를까요? "나는 네 도마소리가 너무 좋아"라는 어설픈 거짓말을 섞어 잡채와 떡볶이를 먹지만 그녀도 내가 도마소리를 내기시작하면 슬그머니 창을 닫아요. 우린 알아요. 서로의 소리가 거슬린다는걸요. 그런데도불구하고 우린 좋은 친구에요.


그때 알았어요. 도마소리의 위력을요. 도마는 힘이 세요. 국민학교때, 천근이나 되던 내 눈꺼풀을 들어올린건  도마소리였어요. 또각또각 무를 썰어 무국을 끓이시던 울엄마 칼도마소리요. 조성진, 임윤찬, 백만 관객이 엎드린다는 임영웅도 잠재울 소리.... 엄마들 도마소리는 정말이지 힘이 세요. 울엄마 도마소리가 들리지 않을즈음, 바다를 건너오는 도마소리가 있었어요. 새벽 여섯시 버스를 타고 달려갔다는 그녀의 도마소리. 수북이 쌓인 양념꼬막에 배말 칼국수와 톳김밥, 파스타, 파김치, 봄동전... 온통 먹는 이야기. 먹고 먹일것만 관심있는 그녀. 그녀의 손끝에서 끝도없이 올라오는 음식사진. 대한민국 방방곡곡 안가본곳 없고 안먹어본것 없는 그녀의 끝없는 먹방에서도 나는, 도마소리를 들어요.  


소리를 따라 그녀의 보물창고를 들어가 봤어요. 겨울이었어요. 손녀가 먹고싶다는 바지락 파스타를 바지락이 없어 할수가 없었어요. 봄에나 나온다기에 '봄에 해주마' 약속했어요. 할머니는 봄이오기가 무섭게 바지락을 잡아올렸어요. 면보다 바지락이 많은 접시를 내 놓으셨더군요. 나는 그녀의 손녀가 되고팠어요. 내 나이를 세어봤어요. 그건 안되겠다 싶어 포기했어요. 그래서 다른 무엇을 생각해 봤어요. 통통하게 살오른 바지락살을 내려다보며, 젓가락으로 면발을 들어올리는 아이를 봤어요. 훔치고 싶을만큼 사랑스런 하율이. 그 아이 젓가락 끝에 걸린 '면발이 되어도 괜찮지' 싶었어요. 긴 겨울을 기다려 새벽버스를 타고 가는 할머니의 손녀향한 쫄깃한 마음은 파스타면을 더 쫄깃하게 만들었을것 같아서요. 젓가락으로 세게 잡기만 해도 끊어지는 퍽퍽한 우동이 아닌 젓가락으로는 끊을수없고,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파스타. 그런 맛을 낼수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겠다'싶어서요.


작가 이연은 인터넷으로 연결돤 세상을 "전원을 끄면 사라지는 무용한"이라했어요.  쉽게 꺼지는 인터넷인연이 우동면이라면 전원을 꺼도 반짝이는 인연은 파스타면이겠구나 생각했어요. 잘 끊어지지 않아요.  금세 불어터지지도 않아요.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하고 맛있어요. 게다가 혈당을 천천히 끌어올리니 다이어트에도 좋아요.  밀가루로 만든 면이라고 다 같은 면이던가요?. 파스타면은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듀럼밀로 만들어 의사들도 권장하는 면이에요. 듀럼밀같은 그녀가 밀가루를 풀고 도마를 꺼내내요. 부추를 썰고, 당근을 썰어 반죽물에 넣어요. 다진 새우까지 넣고 부추전을 부쳐요. 고마운친구와 동네언니에게 보낼 전을요. 파김치, 오징어채볶음, 갖가지 밑반찬도 쉴새없이 만들어요. 딸, 친구, 지인, 직장동료들에게까지 실어 보냈어요. 친구를 위해, 자식을 위해 자식의 자식을 위해.  내다리 부러지는줄은  모르고 상다리 부러지도록 밥상을 차려냈어요. 손가락 마디마디, 어깨, 허리 안아픈데 없어요. 자꾸만 도지는 무릎통증은 친구와 함께 걷고싶은 둑방길까지도 포기하게했어요. 


그래서 준비했어요. 무릎통증에 좋다는 주홍빛 연어, 가운데 토막으로 준비 했어요.  달궈진 팬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넣고 편마늘도 넣었어요. 마늘향이 올라오면 소금, 후추를 입고 대기중인 연어를 넣어줘요. 싱싱한 연어지만 혼자 돌아눕지는 못해요. 수고스러워도 두어번 뒤집어가며 익혀줘야해요.  앞,뒤 노릇하고 바싹하게 구워야 되거든요. 하얀 송이버섯과 잘 익은 방울 토마토, 싱싱한 아스파라가스도 굽고요. 검정색 접시에 구운 연어와 알록달록 야채를 담고, 도톰하게 썬 레몬 한조각도 곁들였어요. 이제, 없어도 그만이지만 빠지면 섭섭한 와인을 꺼내올게요. 진즉에 사다 얼음에 채워두었거든요. 연어스테이크와 잘 어울리는 "스톤스트릿 에스테이트 소비뇽 블랑(Stonestreet Estate Sauvignon Blanc)" 으로요. 복숭아,레몬, 오레지꽃향이 은은한 화이트와인이에요. 이제 다 됐어요. 


안신영작가님! 작가님을 위해 준비한 식탁이에요. 백만송이 장미대신 연어구이로 대신한 마음, "Tdday"선율에 얹어 보내요. "오늘, 아직 꽃들이 매달려 있을때, 난 그대의 딸기를 맛보고, 그대의 달콤한 와인을 마실거에요, 수많은 내일은 지나간다해도, 오늘 내가 느꼈던 이 기쁨은 잊지 않을 거에요"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가는 "Today" 참 좋아요. 오늘하루 기쁘고 건강하시길 바래요. 사랑합니다.





제가 털어온 보물창고 구경하세요

https://brunch.co.kr/@djawl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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