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태 Feb 13. 2024

방산육성체계 구축을 위해

지원사업(feat. 국방벤처지원사업) 성과물 활용에 대하여

방산육성 업무를 하면서 부딪히는 장벽 중 하나는, 지원사업을 통한 방산진입이 어렵다는 것이다. 민수기술을 발굴하여 과제화하는 데까지 성공하였다고 해도, 성과물의 군 적용을 위해서 수많은 관문을 거쳐야 한다. 방산육성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러한 관문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방산육성사업의 낮은 관심도

국방사업 중, "부품국산화사업"과 "국방벤처지원사업"이 있다. 국산화사업과 국방벤처지원사업의 관심도를 비교해 보면, 국산화사업에 대한 관심이 월등히 높다. 왜 그럴까. 우선 국산화사업은 현재 운용 중이거나 양산단계의 무기체계 부품을 국산화하는 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적용장비가 있어 국산화사업이 종료되면, 바로 군에서 운용하게 된다. 반면, 국방벤처지원사업은 군 장비에 적용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시제품 개발에서 끝나는 사업이다. 이러다 보니, 설령 국방벤처지원사업으로 부품국산화를 했다 해도 인정되지 않으며, 국산화사업을 다시 수행해야 한다. 이렇게 군 적용의 차이에 따라, 사업에 대한 관심도가 다르다. 하지만 사업 과제들의 성격을 보면 오히려 국방벤처지원사업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나 싶다. 왜냐하면, 국방벤처지원사업은 새로운 아이디어 중심의 과제가 많다. 부품국산화는 제조업 중심의 "카피기술"이 주를 이룬다면, 국방벤처지원사업은 다양한 "미래기술" 기반의 과제들이 많다. 하지만 군 적용과 연계되지 않아 군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문제를 단순히 법령이나 내규 등에서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회피해서는 안된다. 그 많은 세금으로 중소벤처기업의 좋은 아이디어 상품들이 군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지 않는가. 방산육성을 위해서는 이러한 아이디어들을 군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아무래도 군에 바로 적용이 되는 사업에만 관심을 두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사업의 경우에는 부족한 인력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는 감사기능도 한 몫하고 있는데, 감사에서 지적하는 것은 현재 규정에 따라 일을 했냐 안 했냐를 보기 때문이다. 국방벤처지원사업의 성과물에 대한 군 적용 업무는 규정화되어 있지 않다. 그러니 성과물을 군에 적용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관리자가 있을 수 없다. 오히려 그런 일을 했다가는 규정에도 없는 일을 했기 때문에 감사의 지적거리가 될 소지가 있다.




전통을 고집하는 마음, 새로운 것에 대한 불신

방산에는 합참에서 "결정된 소요"만이 권위를 가지는 풍조가 만연하다. 중기계획에 반영된 소요만이 정통이며, 최우선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권위 있는 누군가의 책상머리에서 나온 생각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 일개 이등병이나 비전문가가 뱉어낸 한 마디에 어쩌면 해답이 있을 수도 있다. 방산육성에서는 이 두 가지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전통적인 방식의 국방기획은 그렇게 하고, 하위 계층에서 그냥 아무렇게나 토해내는 이야기들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없는 것을 새로이 창조해 나가는 과정이 필수이다. 현재 있는 것에서, 실패의 두려움을 가지고 현재에 안주해서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국방벤처지원사업의 수많은 과제들은 그야말로 새로이 창조해 나갈 수 있는 거름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물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다. 물론, 제조기술 기반의 국산화는 국가의 경제적 측면, 노후장비의 정비나 수명주기관리 측면에서 이점이 분명 있다. 하지만 획기적인 기술발전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선진국으로서 방산의 혁신적인 도약은 현재 없는 아이디어를 발굴할 때 일어날 수 있다. "미래기술을 발굴하고 군에 적용한다"는 모토아래에서 만큼은 국산화사업보다 국방벤처지원사업이 우선시돼야 한다. 군의 선진화, 선진기술 개발은 다른 나라에서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실패가 쌓여야 한다. 그러기 위한 적절한 사업이 국방벤처지원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업이 군 적용까지 이루어져야 하는 당위성이 없다 해서 결코 경시해서는 안된다. 국민의 혈세를 가지고 새로운 국방 아이디어를 발굴한 것인 만큼, 그 성과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국방벤처지원사업의 성과물을 군에 홍보하는 방법, 체계기업과 연계할 수 있는 방법, 부대조달 방법 등 군에 적용가능한 모든 방법을 연구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규정에 명시되어 있는 활동이 아니라고 해서 그대로 두면, 세금낭비로 이어질 뿐이다. 필요한 것은 규정화하고, 법이나 훈령을 개정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제안뿐 아니라, 초급간부 및 병사들의 아이디어 수집도 필요하다. 이러한 아이디어 수집은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지금은 단순한 행사 또는 지원사업 측면에서 이루어지지만, 앞으로는 실제 군 소요와 연계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증사업 및 시범사업의 확장이 요구된다. 아이디어가 시제화 되었을 때, 군에 다양하게 실증 및 시범 적용을 해 볼 수 있는 경로들이 많아져야 한다. 지금은 우수상용품시범적용, 국방실험사업, 신속획득사업이 있지만 많이 부족하다. 실증 및 시범사업의 경로가 다양해질 때, 민간의 우수기술이 군에 유입될 수 있다. 그리고 제도적으로도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업무에 대한 정의를 하고, 전문인력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프로젝트 매니저(PM)의 역할로써, 국방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찾아 발굴하는 "아이디어 헌터"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국방 PM들의 역할이 늘어나고 그와 연계한 다양한 시범사업이 존재할 때,
비로소 "방산육성체계"가 구축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맞춤형 업체 지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