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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Jan 24. 2024

맞춤형 업체 지원

소요군과 연계한 지원사업 발굴

그날도 어김없이 방산육성에 대한 사색에 잠겨 있었다. 어떻게 하면 업체의 방산진입을 도울 수 있을까. 방산육성에 늘 나오는 단어인 "맞춤형 업체 지원"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방산진입의 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들을 떠올려 보았다. 첫 번째로, 합참의 소요기획단계부터 이어지는 무기체계연구개발사업이 있다. 이 경우에는 양산을 주관하는 체계기업이 버티고 있다. 중소기업이 이 사업을 통해 방산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우선, 체계기업과의 관계부터 정리되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체계기업의 협력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체계기업은 이미 1차, 2차 협력사 조직이 굳건하기 때문에, 신규로 협력사가 되는 일이 쉽지 않다. 두 번째는 방산육성 지원사업을 통해 진입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지원사업의 경우에는 규격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양산으로 이어지는 사업이 아니다. 다시 말해, 지원사업을 통해 어떤 물건을 만들었어도 군납 보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원사업은 업체가 한 번 시도해 볼 수 있게 도와주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원사업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다음, 다른 진입 방법을 도모해야 한다. 세 번째는 시범사업이다. 업체에서 가지고 있는 제품이나 어떤 시스템이 있다면, 우수상용품시범사용이나 국방실험사업, 신속획득사업에 제안하여 군에 시범적용해보는 것이다. 이 중 우수상용품시범사용은 전력지원체계분야의 단일품목, 국방실험사업은 전력지원체계의 특정 시스템 구축에 해당한다. 신속획득사업은 무기체계분야의 단일품목이나 시스템에 해당한다. 시범사업을 통해 군사용적합 판정을 받았다면, 납품계약의 최우선 순위로 배정받을 수 있다. 다만, 군에서 "소요제기"를 해야 가능한 이야기다. 소요제기가 되었다면, 중기계획 반영까지 기다려야 하므로 납품되는데 시간이 꽤 소요된다고 할 수 있다. 네 번째는 조달이다. 방사청이나 군부대에서 구매요구 하는 제품에 대한 납품을 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부품국산화를 통해서도 진입할 수 있다. 전력지원체계의 상용품의 경우 대부분 조달로 이루어지므로, 전력지원체계인 경우에는 조달 참여가 유리하다. 다만, 방사청 조달의 경우 국방규격이 있는 제품이어야 하고, 부대조달의 경우에도 관련 인증이나 규격이 필요할 수 있다. 그리고 납품이 되더라도 부대조달의 규모는 작기 때문에 업체 수입이 크지 않다. 현실적으로는 마지막 방법이 가장 쉽고 빠르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방산진입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 여기서 방산육성 담당자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군에서는 소요를 합참에 제기한다. 각 군부대에서는 군 본부의 기참부에 소요제기를 하고, 기참부에서 종합하여 합참에 제출한다. 하지만 많은 초급간부(장교 및 부사관)들은 소요제기에 관심이 없다. 실제 현장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소대장이나 중대장급에서는 소요제기가 뭔지도 모를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이러한 소요제기는 현장의 목소리보다는 관련부서의 책상머리에서 나오는 부분이 많지 않을까 싶다.(고위장교들의 개인경력 관리를 위해 제기하는 소요들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제기되는 소요들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초급간부들의 머릿속에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드러나지 않은 채, 사장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초급간부들은 소요제기에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다. 단기복무자이기 때문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고, 생각은 있는데, 이를 표현하려면 문서로 정리하고 보고하고 등등 일거리가 생긴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과 방산육성을 연계해 보니 업체를 어떻게 지원해 주면 좋을지에 대한 방법이 떠올랐다.

'우선 소요군을 자주 방문해야겠다. 실무자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그들의 머릿속에 무엇이 개선되거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을 수집해야겠다. 그리고 생각만 하고 일을 만들기 싫어하는 초급간부들의 아이디어를 사장시키지 않고 사업화에 활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군부대 방문을 하면 이렇게 말한다. 


평소 이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알려주세요. 현실화는 제가 추진할 테니.

그리고 지원 협약 업체들 중, 관련기술을 보유한 업체를 찾아가 함께 사업화를 구상하는 것이다. 방산육성 지원사업을 통해 시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렇게 지원사업을 추진할 경우, 지원사업의 성과물도 어느 정도 부대조달의 가능성을 열어볼 수 있다. 또한 군부대의 의견을 반영하여 추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평가도 잘 받을 수 있고, 사업을 따낼 가능성도 크다. 이렇게 나는 "군의 공식적인 소요제기 절차에서 열외 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수집하고, 그것을 중소벤처기업들과 연결하여 사업화를 추진하는 역할"이 내 직무의 핵심임을 스스로 정의했다. 그리고 이런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구둣발이 닳도록 발품을 팔아야 한다.




현재의 방산육성 담당자들이 하는 일은 특정 사업이 나왔을 때, 공지를 해주거나 간담회나 교류회 등을 개최하여 교류의 장을 만들어주는 정도의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각 종 식재료만 사다 주는 정도이다. 사다 주는 정도만 해도 다행인데, 식재료 목록만 주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식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해 먹는 것은 업체의 소관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더 나아가고 싶다. 직접 밥을 떠먹여 주는 정도는 아니라도 요리까지는 해주고 싶다. 그 요리를 먹을지 말지는 업체의 소관이다. 방산육성의 현장에 있는 담당자들이 단순한 정보제공과 교류의 장을 마련해 주는 정도에만 그치지 않고, (합참의 소요제기에 반영되지 않은)군의 요구사항을 수집하고 관련 업체를 섭외하여 사업화를 추진하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현실적으로 업체에 도움이 되는 "맞춤형 업체 지원"에 가장 가까운 활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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