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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Feb 16. 2024

방산육성의 어려움

개발 성과물의 미활용 사례들

방산육성 실무를 하면서 어려운 난제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어려움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무기체계개조개발로 국산화를 했는데

지원사업 중에는 국방벤처지원사업과 무기체계개조개발사업이 있다. 무기체계개조개발은 기업이 제조하고 있는 무기체계 부품 중, 수출 목적으로 개조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이 사업으로 국산화를 하는 경우가 있다. 마찬가지로 국방벤처지원사업으로 국산화를 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지원사업의 경우 규격화 및 목록화, 운용시험(장착시험)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업이다. 당연히 개발이 완료되어도, 군에 바로 적용하지 못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성과물은 업체에서 주야장천 보관 중인 경우가 있다. 이것을 어떻게 하든 규격화를 해야 납품을 할 수 있는데, 그럼 정식으로 부품국산화사업을 새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다 만들어졌기 때문에 개발소요가 없어 국산화사업을 새로 하는 것도 어렵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애초에 국산화가 목적이면 국산화사업을 타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지원사업으로 만들어진 것에 대한 규격화 연계방안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 이 경우에는 방산기술지원센터에 시험평가 의뢰를 하고, 방사청에 규격화 제정 제안을 해보는 방향으로 가야 할 듯하다. 규격화가 된다면, 이후 성능개량사업으로 추진해 볼 수도 있겠다.


운용시험을 왜 안 해주나요

이 업체의 경우에는 민군협력기술개발을 통해 함정에 들어가는 조명기구를 만들었다. 하지만 현재 업체 창고에 장식품이 된 지 오래다. 왜 그런지 물었는데,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시험만 진행하고 운용시험은 생략하고 과제를 끝냈다고 한다. 운용시험을 해야 군사용 적합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업체 입장에서는 적합판정을 받지 못한 장비로 어떤 후속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별도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문의해보지는 않았지만, 전력발전업무훈령 79조에 따르면 "적용할 무기체계 소요가 있는 경우"에만 운용시험을 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운용시험을 하지 않고 종료했다면, 만들어진 조명기구를 적용할 무기체계 소요가 아직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잠정으로 판정하고 소요가 발생할 때, 운용시험을 하게 하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것도 무기체계 개발인 경우에 해당하며, 단순 기술개발인 경우에는 정 판정에 대한 규정이 없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업체에서도 공을 들여 만든 성과물을 활용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이 경우에도, 우선은 지속적으로 운용시험에 대한 의뢰를 해야 할 듯하다.


정비창에서 요구해서 개발했는데

이 업체의 경우에는 육군 정비창에서 이런 것들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수렴하여, 지원사업으로 지원금을 받아 개발하게 되었다. 전차 필터에 들어가는 센서를 개발하는 것으로, 필터 교체시기를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정비창 의견을 수렴하여, 밖에서도 확인이 용이한 필터 센서를 필터에 부착한 것이다. 이 사업 역시 지원사업을 통해서 개발하였다. 성공적으로 과제를 마쳤지만, 군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필터는 엔진에 들어가는 것이고, 엔진은 전차와 같은 무기체계의 부품이다. 이 필터센서를 납품하기 위해서는 전차와 같은 무기체계를 만드는 체계기업에서의 기술변경 등 승인이 필요하다. 결국, 정비창에서의 의견은 그냥 의견일 뿐이고, 무기체계를 만드는 체계기업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까지는 체계기업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인데, 계속 이렇게 간다면 군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성능개량사업은 애매한 부분이 있고, 결국 지속적으로 체계기업과의 교류를 통해 필터센서 적용에 대한 제안을 할 수밖에는 없어 보인다.


우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제품인데

이 업체는 특수목적용 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선박에 침투하기 위한 장비들인데, 특수부대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군 소요가 많지는 않다. 다만, 이렇게 새로운 장비를 군에서 한번 평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 신속시범사업에 제안했지만 떨어졌었다. 공식적인 시범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니, 군납의 길이 열리기 힘든 상황이다. 업체에서는 여러 전시회를 참여하며, 장비 시연을 하고 관람자들의 좋은 호응이나 피드백을 받고 있지만, 군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이 장비는 우수상용품시범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닌 것 같고, 신속시범사업 적용 대상하고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 결국, 전시나 홍보활동을 통해 특수부대에서의 구매요구에 의한 부대조달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측면에서 업체에서도 열심히 행사에 참여하고 시연하고 있으므로, 잘 대처하고는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새로운 아이템을 한 번이라도 군부대에 적용해 보고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공식화된 루트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가 R&D가 아닌 사업의 경우에는 성과물을 NTIS에 등록하지 않으므로, 성과물은 해당 관리부서에서만 유지하고 있다. 이런 경우에는 관리부서에서의 성과물 활용에 더욱 노력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지원사업(비 R&D)으로 만들어진 성과물들은 공식 국가자산으로 등록하지 않기 때문에 합참의 군 소요 결정단계에서도 끼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대부분의 방산육성은 지원사업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군 소요와 연계가 되지 않기 때문에 군납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지원사업 관리부서에서는 사업의 성과물이 군 소요와 연계될 수 있도록, 군에 적용할 수 있도록 후속 방안들을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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