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사업 성과물과 군 소요의 연계
얼마 전에 "IBK 창공 방산 네트워킹" 행사에 강연 요청이 있어 다녀왔다. IBK 창공은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육성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이러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고, 지역 국방벤처센터와 협업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강연 요청은 방위사업청 지원사업 소개였는데, 주제를 약간 바꾸었다. 방사청 지원사업만 20여 개가 되는데, 이를 하나씩 설명하기에 강연시간이 부족하였고, 또한 지루하기만 할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원사업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책자를 통해 획득하고, 강연을 통해서는 방산육성 현장과 관련한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싶었다.
방산 지원사업 준비 시 주의할 점
방산에 처음 발을 디디는 기업들이 흔히 공고되는 국방관련 지원사업들을 막무가내로 도전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잘못하면 기회비용이나 시간 및 노력이 낭비될 수 있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지원사업은 군 소요와 연계되어 진행하는 사업이 아니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 간 중복성 검토는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떤 지원사업으로 만들었다면, 동일한 아이템으로 다른 사업에는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지원사업으로 국산화 한 경우, 규격화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국산화 개발 인정을 받지 못한다. 그리고 동일한 아이템 개발로 국산화사업을 다시 하려고 하면 중복성 문제로 참여할 수 없다.) 그래서 국방사업에 지원하고자 한다면, 사업 성격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 사업이 "R&D이냐 비 R&D이냐", "무기체계 사업이냐 전력지원체계 사업이냐", "소요와 연계되는 사업이냐 그렇지 않은 사업이냐." 다시 말해 사업 종료 후 후속사업에 대한 부분까지 염두에 두고 생각해야 한다. 그냥 공고된 사업만 보고 해 보자 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지원사업을 수행하면 마치 방산에 진입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지원사업의 대부분은 과제를 성공적으로 끝냈다고 해도, 군에 적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군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결국 국방중기계획에 반영되어야 하는데, 이는 군이나 국방 관련 기관에서 소요제기를 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소요제기를 할 수 있는 대상은 정해져 있다.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에 따르면 "신규 무기체계, 탄약 및 유도탄, 수명연장 등 성능개량, 핵심기술과제, 부대창설, 기타"로 소요제기 대상이 분류되어 있다. 훈령에 따라, 미래 신기술이 적용되는 신규 무기체계는 미래도전기술사업, 긴급하게 적용해야 할 무기체계는 신속획득사업, 수명연장 등 성능개량은 부품국산화나 현존전력성능극대화사업, 핵심기술과제는 핵심기술연구개발사업으로 연계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미래도전기술, 신속획득, 국산화, 현존전력성능극대화, 핵심기술연구개발과 같은 사업을 "목표사업"으로 하는 게 좋다. 그리고 여러 지원사업은 이러한 목표사업을 이루기 위한 "발판 및 도구"로서 계획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기업의 방산진입 로드맵이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물론 지원사업을 통해서 방산에 바로 진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업체가 가지는 나름의 로드맵이나 네트워크가 잘 구축되어 있는 경우로 한정된다. 예를 들어, 체계기업 협력사로서 체계기업에서 요구하는 요소들이 있는데, 이를 지원사업을 통해 개발하여 바로 체계기업에 납품하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방산육성 활동의 현장
방산육성이란 말은 많이 쓰이지만, 이 말의 정확한 정의는 없다. 그동안 관련 업무를 해 오면서 나름 정의를 해보자면, "지원사업의 성과물을 군 소요 및 ROC(요구성능)와 연계하기 위한 모든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많은 기업들이 수행하는 방산 지원사업들이 국가세금으로 진행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군에 적용되는 사례가 부족하다. 앞서 설명하였듯이 제도적인 장벽에 따라 군 소요와 연계되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크다. 하지만 이러한 현 상황에서도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방산 체계기업과의 기술교류를 통해 성과물의 판로를 개척할 수 있고, 군에 직접 방문하여 의견을 수렴하고 지원사업으로 개발하여 성과물을 군에 기부함으로써 홍보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나아가 중앙조달(방사청 조달)까지는 아니더라도 해당하는 부대에 바로 납품(부대조달)할 수 있는 판로가 생길 수 있다. 이 처럼 제도적으로 어려운 부분을 어떻게 하면 지름길이나, 우회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방산에 진입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노력하는 행위 모두가 방산육성 활동에 포함된다.
방산육성 현장에서 이렇게 구체적으로 말해주는 이는 별로 없다. 이번 강연에서 기업들에게 지역 국방벤처센터 협약기업 가입을 강조했다. 기업의 방산진입과 관련하여 고민하고 조언해 줄 수 있는 정부기관은 국기연의 국방벤처센터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방산육성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원사업을 전담하는 부서에서 사업의 후속조치 차원에서라도, 성과물의 군 적용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