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의 소요반영 절차
오직 방산기술 발전만을 생각한다면, 중소기업이 방산진입에 걸리는 시간은 고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단지 좋은 기술을 발굴하여 국방기술의 유전자 풀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면, 기업의 매출 발생 시기는 고려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을 생각한다면,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중소기업에게 10년 이상이 걸릴 수 있는 사업을 추천하는 게 과연 맞을까.(게다가 10년 뒤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방산육성이란 결국 방산의 기술발전과 더불어 기업의 성장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야 방산의 이정표를 설정할 수 있다.
무기체계의 소요반영 절차
무기체계는 국방기획절차(PPBEES)에 따라 획득이 이루어진다. 문제는 절차를 따라가면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우선 본격적인 획득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국방중기계획"에 반영되어야 한다. 국방중기계획 반영까지 어떤 절차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A라는 소요를 제기하고자 결정했다고 하면, "소요제기서"를 만들어야 한다. 소요제기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과연의 "사전개념연구"와 교육사의 검토가 필요하다. 국과연의 사전개념연구와 교육사의 검토가 끝나면, 소요제기서 최종본이 만들어지고 이를 합참에 제출한다. 합참은 제기된 소요를 목록화하고 "전력소요서"를 만든다. 이 또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분석평가"를 거쳐야 한다. 만들어진 전력소요서를 바탕으로 합동군사전략목표기획서(JSOP)을 발간한다. 중기전력소요서에 따라 중기소요로 확정되면, "소요검증"(총사업비 2,000억 원 이상)을 거치고, "선행연구" 이후 국방중기계획에 반영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만약, 신규로 반영하는 소요일 경우 국방중기계획 발간 시점에서 2년 이후부터 예산을 반영할 수 있다. 이렇게 "소요발굴-사전개념연구-소요제기-분석평가-전력소요서-(해당시, 소요검증)-선행연구-국방중기계획(F+2년 이후 반영)"의 모든 절차를 거치게 되면 최소 5년은 지나간다. 이 때문에 무기체계에 있어, 신규 소요를 창출하여 국방에 진입하고자 한다면 10년 이상의 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전력지원체계의 소요반영 절차
전력지원체계는 무기체계와 획득 구조가 다르다. 전력지원체계는 전투에 직접적 연관이 없는 품목들로 대부분 상용화된 제품으로 대체하고 있다. 소요제기 및 결정도 국방부나 군부대에서 하기 때문에 비교적 절차가 단순하다. 소요제기 된 품목에 대해서는 대체할 수 있는 상용품이 있는 경우, 대체하는 추세다. 따라서 기업에서 민수에 판매하고 있는 제품이 있다면, 이를 방산에 바로 적용하는 게 가능하다. 우수상용품시범사용을 활용하는 게 가장 대표적이지만, 이 외에도 산학연 수요조사에 참여하여 소요제안을 할 수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소요제기(산학연 수요조사 포함)에 있어 국과연의 사전개념연구는 없다. 또한 제기된 소요는 합참에서 결정하지 않고, 국방부 또는 각 군부대에서 할 수 있다. 따로 분석평가가 없고 소요검증이 있는데, 이 역시 총사업비 500억 원이 넘을 때만 실시한다. 이렇게 소요제기-소요결정-(해당시, 소요검증)-선행연구(생략 가능)-국방중기계획"의 절차를 거치며, 무기체계와 달리 국방중기계획 발간 시점에서 2년 이후 반영을 원칙으로 하지 않는다. 이 같은 절차는 군에 없는 신규 품목일 경우이며, 만약, 군수품(규격품목)을 상용품으로 대체하거나 군에서 사용 중인 상용품을 다른 상용품으로 대체하는 경우에는 절차가 이보다 더 단축될 수 있다.(원활한 절차 진행을 위해 "우수상용품시범사용"을 통한 군사용적합 판정을 받아두는 게 좋다.)
중소기업에게 무기체계의 새로운 소요 창출에 대한 길만을 안내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수 있다. 앞서와 같이 수년의 기간이 걸리는 부분이 있고, 설령 소요반영이 되었다고 해도 체계기업이 양산을 담당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기체계 사업에 있어서는 국방중기계획에 따라 무기체계연구개발을 수행하는 체계기업에 납품하는 계획이 현실적일 것이다. 이를 위해 체계기업과의 지속적인 기술교류가 필요하고, "중소기업자 우선품목 지정제도" 또는 "신속획득사업"을 활용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반면, 전력지원체계는 획득이 비교적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업이 가지고 있는 민수제품이 있다면, 제품 그대로 또는 개량을 통해 바로 군에 조달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기업에서는 장기 계획으로 무기체계 사업, 단기 계획으로 전력지원체계 사업을 구분하여 투 트랙으로 움직이는 게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