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4학년과 5학년 때 ‘은따’(은근한 따돌림)를 당했던 다현이가 중학교에 올라가 설아를 만났다. 성격 좋은 설아는 다현이를 반기며 친구들인 아람, 병희, 미소에게 소개시켜 준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다섯손가락’이라는 이름으로 채팅방도 만들고 어울려 다닌다.
은따의 경험이 있던 다현은 이 그룹에 최선을 다한다. 수시로 친구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채팅방에서 제일 마지막 멘트를 담당하는가 하면, 영화 예매나 주문한 음식 가져오기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을 도맡는다. 아람이가 쇼핑을 할 때 따라다니며 쇼핑백을 들어주고, 학원 교재 가지러 갈 시간이 없다고 하면 대신 가져다주기도 한다.
다현은 그룹 안에서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지만 그게 혼자 학교를 다니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한다. 다섯손가락으로 학교를 다니면 아무도 자신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이다. 다섯손가락 안에서 만만한 멤버로 있는 것이 학교 안에서 혼자 다니며 모두의 만만한 존재가 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다시는 은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다현이 스스로 선택한 살길이었다.
나는 어떤 손가락일까, 아니 손가락이기나 할까?
그렇게 살얼음 걷듯 긴장하며 유지하는 다섯손가락 생활도 노은유가 짝이 되면서 금이 가기 시작한다. 노은유는 다섯손가락, 아니 아람이가 혐오해서 다섯손가락의 극혐이 된 아이로서 부잣집 딸이고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이다. 다현은 노은유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하지만 다섯손가락의 밉상이라는 이유로 노은유를 과하게 경계한다. 그리고 다섯손가락 멤버들에게 자신이 노은유와 짝이 되어 얼마나 괴로운지를 과하게 어필한다.
이 위기는 노은유와 다현이가 앞자리 시후와 해강과 함께 모둠 과제 같은 조가 되면서 고조된다. 편견 없이 은유와 다현을 대하는 시후와 해강 덕분에 넷은 자주 은유의 집에서 만나고, 이 때문에 다현은 다섯손가락 안에서 은따가 되어간다. 자신은 변하지 않았는데 자신을 제외한 무리의 자신에 대한 오해와 비난이 눈덩이처럼 커져갔던 것이다.
친구라고 믿었던 설아마저 다섯손가락 멤버와 다를 바 없이 자신에게 차갑게 구는 걸 확인한 다현. 다현은 그렇게 은따로 돌아갈까?
외로움과 서러움의 교차점에서 다현이 부른 노래가 있다. <낭만 고양이>
나의 집은 뒷골목 달과 별이 뜨지요
서럽게 울던 날들 나는 외톨이라네
다현은 샤워를 하면서 이 노래를 크게 부른다. 그러면서 말한다.
외톨이라고 외치면 외톨이가 별거 아니게 느껴진다.
다현은 위기를 극복해 냈다. 그 자세한 얘기는 예비 독자에게는 스포일러니 발설하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저 마음이 다현이 가진 극복의 열쇠라는 것이다.
외톨이라고 외치는 것, 다른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외치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다현에게는 ‘외톨이’라는 상황이 자신의 가장 취약점이었다.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고 자기 자신마저 속이고 싶은 그런 약점.
모두에게는 그런 약점들이 한 가지씩은 꼭 있다.
나는 넙대대한 얼굴과 코끼리 다리 같은 종아리가 컴플렉스였다.
종아리는 바지를 입으면 얼마든지 가릴 수가 있는데, 얼굴은 무슨 수로 가리나. 그래서 어린 시절 나는 단체 사진을 찍을 때 앞줄에 안 서려고 늘 뒤로 갔다. 누군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 내가 넓죽해서 그런가 싶어 눈을 피하고는 했다.
그게 몸이든 마음이든 상황이든, 사람들에게 숨기면 약점이 되고 말하면 개성이나 특성이 된다. 별거라고 생각하면 별거가 되고 별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별게 아니게 되는 마법이라고나 할까.
우린 마법을 부리는 진정한 낭만 고양이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안 하고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내가 그런 나를 인정하느냐이다. 내가 아무렇지 않으면 아무렇지 않은 게 된다. 타인이 나에게 괜찮다, 이쁘다, 별거 아니다, 라고 말하고 그것에 위로를 받는다면 그렇지 않은 타인의 평가에 다시 상처를 받는다.
다현이가 외톨이라고 스스로에게 외치니 외톨이가 아니게 되었다. 나는 내가 ‘무엇’이라고 외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