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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Jun 11. 2024

그림책 <엄마의 날개>

불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 자유로워진다

엄마의 날개

에이데르 로드리게스 글, 아라테 로드리게스 그림, 유아가다 옮김, 다봄출판사, 2024


그녀는 주말마다 닭 요리를 했다. 솜씨가 좋았는지 남편과 딸과 아들은 음식에 달려들어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차린 그녀에게는 두 개의 날개가 주어졌다. 주어졌는지 남겨졌는지 그녀도 모르겠다. 그녀는 자신이 닭날개를 좋아하는지 닭다리를 좋아하는지 잊은 것 같다. 남편과 아이들이 날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어느 일요일 저녁. 그녀는 조금 피곤했고, 아까 먹은 닭날개는 소화가 안 됐고, 소화가 안 된 날개가 그녀의 몸 밖으로 삐져나왔다. 그다음 주 일요일에는 조금 더 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커다란 날개를 갖게 되었다. 그녀는 날개를 퍼덕였다. 몸이 붕 떠올랐다. 그녀는 창밖으로 날아갔다.      

엄마의 날개, 13쪽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 복동희는 날개가 없지만 마음껏 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날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이 뚱뚱해져서 날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기를 붙잡은 건 몸무게가 아니었다. 힘든 다이어트로 날씬한 몸을 회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처럼 날지 못하고 있다. 왜?      


그녀의 날씬한 몸은 그녀가 진정 원한 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부모의 바람, 유산과 사랑을 얻기 위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날씬한 몸은 그녀에게 필요한 것이었지만, 정작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유산과 사랑은 불필요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 하는 것이다.”

      -법정 스님 <산에는 꽃이 피네>, 57쪽     


<엄마의 날개>의 주인공 그녀. 그녀는 필요한 것을 가졌다. 남편도 건강한 두 아이도 있다. 가족들의 입을 즐겁게 하는 요리솜씨도 갖추고 있다.


그런데 행복하지 않다.      

왜?

불필요한 것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엄마의 날개, 5쪽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하기.

그들이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자신에게 함께 먹자고 청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여기기.

자신이 먹고 싶은 부위가 있어도 가족들을 위해 양보하기.

자기가 좋아하는 걸 표현하지 않는 게 가족을 위한 일이라고 단정하기.     


그녀가 택한 방식들이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가족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그녀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신과 자기 이외의 사람 사이에 선을 그었다. 그것이 혹시 그녀를 우울하게 만들고 그녀의 가족을 염치없는 사람으로 만들고, 일그러진 가족으로 만들고, 가족의 행복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것’이 아닐까. 어쩌면 가족들은 엄마가 원하는 게 무언지 알고 싶고 엄마가 원하는 걸 해주는 기쁨을 맛보고 싶을 수 있다. 마치 그녀 자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엄마의 날개, 33쪽

그림책 <엄마의 날개>를 넘겨보는데, 그게 꼭 가족 안의 엄마만의 문제는 아닐 거라는 생각을 했다. 아빠도 딸도 아들도 각자의 ‘불필요한 것’에 묶여 있을 수 있다. 타인과 공동체를 위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을 ‘불필요한 생각’ 말이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자기 자신을 갉아먹고 건강한 관계에 생채기를 내는 불필요한 염려들에 내가 묶여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좋은 그림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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