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이는 평범하지 않다.
나의 아이는 지극히 어려보이는 외모를 지니고 있다. 유치원 친구들도 내 아이를 동생이라고 여길 정도로 아이는 작고 어리다. 그래서 어디서 모르는 사람이 나의 아이의 나이를 물을때면 나는 머뭇거린다. 대답하면 다들 놀래서 다시 한 번 쳐다보니까. 늘 그랬다. 그 때마다 원래 어색한 초면인데, 더 어색해지는게 싫어 자리를 피하곤 했다.
어른들의 말로 내 아이는 나잇값을 못 한다. 나잇값, 나이에 걸맞은 말이나 행동을 낮잡아 이르는 말. 낮잡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지만 결론적으로 내 아이는 나잇값을 못 한다.
발달지연이다. 내 아이에게는 시간이 아주 천천히 지나가고 그래서 발달도 늦다. 아직 뛰지도, 말을 잘 하지도, 각종 자조적인 능력들도 부족하다. 나의 어머니, 아버지는 아직 이 아이에게 제대로 된 호칭을 들어본 적이 없으시고, 아이 자기 이름을 부르는 말에 '네'라고 시원하게 대답한 적이 없다. 이 옷을 입고 나가야 겠다고 떼 쓴적도 없고, 친구와 싸웠다고 속상한 모습을 보인 적도 없다. 아파트 층간 소음이 너무 걱정되서 '뛰지마!'라고 한 적도 없다.
슬프다. 나잇값을 못 한다는 건 확실히 좋은 말이 아니다. 특히 내 아이에게는.
아이가 더 어렸을 때는, 그 나잇값을 하고 못 하는게 그렇게 특징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리고, '어리다'라는 이유로 많은 부분들이 이해되고 넘어가졌는데 한 살 한 살 먹어갈 수록, 나의 평범하지 않는 아이의 친구들이 더 빠르게 자랄수록 '나잇값 못한다는 것'이 나를 괴롭게했다. 내 아이의 시계는 더 천천히 가니까, 남들이 아는, 그 태어난 해부터의 나이로 나잇값을 매길 수 없는데, 평범하게 살기 위해선 남들처럼 나잇값을 해야하니까.
그래도, 아이는 분명히 자라고 있다. 매일 아침 아이가 잠에서 덜 깨서 이불 위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아이의 자람에 놀란다. 길어졌다며 놀란다. 물론, 엄마만이 느낄 수 있는 아주 미세한 차이지만,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는 분명 자라고 있다. 매일 할 수 있는게 조금씩 늘어나고 있고, 성질도 아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감정도 풍부해지고, 칭찬도 점점 많이 듣고 있다. 나의 아이의 시계가 멈춘게 아니라 아주 천천히라도 간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번데기에서 나온지 얼마 안 된 배추흰나비에게 말을 건내본다.
번데기 속 너의 시간도 천천히 갔지만 결국 너는 나잇값을 했지. 나의 아이도 그렇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