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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엄마 Apr 24. 2022

민들레 홀씨에게 자유를 주는 방법

나의 아이는 평범하지 않다.

나의 아이는 평범하지 않다.


사람들이 거의 없는 야외로 가벼운 산책을 나갔다. 햇살도 뜨겁고 바람도 거의 없는 산책길엔 작은 들꽃들만 옹기종기모여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보랏빛  제비꽃, 하얀색 별을 닮은 이름 모를 꽃, 아주 작은 몸집인데도 너무 아름다웠던 파란 꽃. 형형색색 예쁜 튤립이 뽐내는 이 시기에,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이 꽃들의 자태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조금 더 걷다보니 민들레 군락지를 마주할 수 있었다. 이미 다 홀씨로 변해버려 하얀 솜털만 가득한 그 곳엔 아이들의 장난과 어른들의 추억을 부르는 마법이 있었다.


나는 아이에게 민들레 홀씨 한 송이를 건냈다. 평범하지 않은 나의 아이는 귀엽게 꼼지락거리는 손으로 받아들고는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는 민들레에게 따스한 눈빛을 주었다.


마스크를 살짝 내려주고 나는 속삭였다.


"후~불어봐. "

 

오무리거나 벌리거나 하지 않는 고운 입. 민들레 홀씨를 자유롭게 해주는 엄마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나의 아이는  대응하지 않았다.


자주 있는 일이었다. 입을 모아 '후'하고 입김을 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날숨을 살짝 모아 동그래진 입의 작은 구멍으로 오랫동안 내보낸다는 것은 내 아이의 눈,뇌, 입, 폐, 횡경막, 갈비뼈, 코까지 모두가 협조를 해줘야하는 대사건이니까.


이 기능을 습득하기 위해 초코파이에 초를 얼마나 많이, 자주 꽂았는지 모른다. 날숨으로 촛불을 끄는 일은 생존에 꼭 필요한 기능은 아닐 수 있지만 평범한 기능이니까 우리 아이는 해야했다. 나의 평범하지 않은 아이는 엄마를 설레게 하려고 그랬는지 어느 날은 초를 꺼주고, 어느 날은 초가 반으로 키가 작아지도록 그냥 냅뒀다.


생일에 촛불을 불어 끄며 소원을 빌 때, 우리집은 노래를 여러 번 부른다. 나의 아이가 촛불끄기를 천천히, 여러 번 시도할 수 있도록 말이다. 여러 개 중 하나만 꺼도 집은 축제다. 아이 있는 집은 다 그렇지만 엄마 생일도, 아빠 생일도, 할머니, 할아버지 생신에도 촛불은  아이가 끄게 한다. 실패하면?...  다음 번 식구 생일에 다시 하면 된다.


평범하지 않은 나의 아이는 후. 하고 불라는 엄마의 반복적인 재촉에 민들레 홀씨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택했다.


손으로 뜯어서 버리기.


엄마와 아빠는 픽 하고  웃어버렸다. 적어도 2년 전에  민들레 홀씨를 입안에 넣어버렸던 것 보단 훨씬 좋다며 새로운 한 송이를 더 건내며 말했다.


 "후~ 해봐."


자던 바람이 내 목소리에 안타까웠는지 내 아이를 빠르게 지나가버리며 민들레 홀씨 반을 데려가 버린다.

괜찮다.

아직  민들레는 많으니까. 그리고, 다음 번에는 바람보다 더 강하고 빠르게 입으로 '후' 불어 민들레 홀씨에게 자유를 줄거라 확신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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