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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우 May 05. 2024

내 인생의 가장 큰 변곡점

금연, 금주

 담배를 영 못 끊다가 명퇴 직후 2022년 4월에 끊었습니다. 

올해로 금연, 금주 한 지 3년째 되어 갑니다. 

교사 생활이 제게 힘들긴 힘들었나 봅니다. 

그렇게 끊기 힘들던 술, 담배를 단칼에 끊고 

그사이 한 개비,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으니 

교단 일기 원고를 정리하다 보니 금연 관련 만화가 몇 개 되네요.

그중에 2점을 소개하고

얼마 전 쓴 수필 ‘내 인생의 가장 큰 변곡점’을 공개합니다.





















내 인생의 가장 큰 변곡점     

  2022년 4월 12일 7호선 고속터미널역 4번 출입구 앞, 회색 봄 코트를 걸치고 어깨에는 짐이 가득한 빵빵한 여행용 가방을 짊어진 초췌한 모습의 환갑은 지난 듯한  키 작고 마른, 약간 검은 피부색의 남자가 뭔가에 쫓기듯 사방을 살피고 있다. 이윽고 터미널로 향하는 넓은 경사면의 공터를 발견하고 주섬주섬 호주머니에서 담뱃갑과 일회용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고 담배를 입에 문다.

후~ 몇 모금 내뿜으며 “이제 정말 굿바이 해야 한다!”

 31년간 교직에 있다 명퇴한 이 초췌한 사내는 명퇴를 앞두고 아내의 손에 이끌려 장, 위 등 내시경. 간, 폐 초음파 등 ‘종합건강검진’을 했었다.

오랫동안 혼자 살아온 데다 습관적인 술. 담배 남용과 불규칙한 식사 등에서 기인한 건강에 대한 방임적 태도는 특별히 아픈 데가 없으니 그저 안심하고 법적으로 꼭 해야만 하는 2년마다 공무원 기본 건강검진만 해오며 지내왔다. 아니 아픈 데 꽤 있었다. 노후화된 무릎 관절염으로 정형외과를 드나들며 염증 치료를 해왔고 눈은 돋보기 없이 책, 컴퓨터를 못 볼 지경이며 등산, 계단 오르기도 조금만 하면 숨이 헐떡거렸다.

2~3월에 처의 손에 이끌려 광명성애병원, 보라매병원을 오가며 검사와 진료를 받고 결과를 받았다.

그간 건강을 돌보지 않고 막 살아온 거에 비추면 특별히 나쁜 곳은 없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며 위로했다. 폐에 아주 조그만, 6개월에 한 번씩 검사받고 지켜봐야 하는 결절이 있고 ‘만성 폐쇄성 폐질환’ 증상이 심하지는 않으나 보인단다. 증상을 받고 건강에 대한 염려로 두려워지고 당장 그간 속수무책으로 남용해 온 술, 담배부터 끊어야 했다. 그리고 그 즉석에서 아내가 폭풍 검색하여 금연센터를 찾아냈고 가입, 신청했다. 서울성모병원 ‘서울금연지원센터’ 4박 5일!

1주일 전 코로나 검사를 통과하고, 나중에 돌려받는 예치금 10만 원을 넣었다.

그리고 입소일 4월 12일, 철산역에서 7호선을 타고 고속 터미널 역에서 내려 성모병원 금연센터 가는 길에 마지막 담배를 피우고 있다.

금연센터에 도착 남아있는 담뱃갑과 라이터 등 소지 금지 품목을 문 앞에서 반납하고 입소식 후 4박 5일간의 금연을 위한 항해가 시작됐다. 코로나 말기라 일절 외부 산책 등은 없고 병원 10층 센터의 6인 병실 침대에서 생활하며 금연 교육을 받았다. 중간에 몇 명이 각자의 사정으로 퇴소하고 한 기수 10명쯤이 무사히 통과하여 수료증을 받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2년 동안 한 개비의 담배도, 한 모금의 술도 입에 대지 않고 있다.

세세한 금연센터의 교육 내용과 절차 등은 생략한다. 금연, 금주를 실행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자극, 각성이 되었음은 당연하지만, 그때의 나라면 금연센터의 도움 없이도 실행하지 않았을까, 하는 소회가 생겨서이다.

내가 술. 담배의 노예 상태에서 벗어난 제일 큰 영향은 무엇일까? 센터에서 처와 어린 자식들에게 쓴 편지 내용처럼 책임감도 아니고 무슨 대단한 방향과 목적이 있던 것은 더욱 아니었다.

젊어서 마치 무슨 훈장처럼 “술. 담배. 커피는 나의 주식이야!”라고 뇌까리던 한심스럽고 못나 빠진 처사가 이렇듯 한순간에 금연, 금주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몇 년 전 명퇴 직전까지도 학교에 남아있는 몇 명의 흡연자들과 몰래 ‘가스실’을 만들어 공공연한 비밀처럼 수도 없이 들락거리며 담배를 피워댔고 술병이 쌓여가는 것을 무슨 전리품처럼 숨겨놨었다. 그리고 간혹 아이들에게 “ 샘 담배 냄새나요!”, “술 냄새 지독해요!”라는 비난과 힐책의 낯 뜨겁게 하는 부끄러운 소리를 듣고도 끊지 못하던 술, 담배였다.

말해서 무엇하리오! 술, 담배로 인한 낭패와 상실감은 아마도 금전적으로 환급해도 어마어마하고 그 부끄럽고 후회막급한 실수들은 적어도 노트 한 권은 족히 넘고도 남겠다. 술, 담배를 즐기면서도 멀쩡히 잘 만사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고 많이 모자랐다.

장담컨대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금연, 금주의 결심은 깨트리지 않고 계속 실천할 수 있겠다. 그동안 숱하게 반복되던 시행착오와 작심삼일의 연속에서 드디어 실천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은 지극히 이기적인 내 몸에 대한, 나에 대한 걱정과 염려, 자기애였다. 적어도 나는 자체의 내 몸과 정신에 대한 이기적인 마음이 사람을 가장 빠르게, 가장 강력하게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라고 확신한다. 어느 날 찾아온 건강검진 결과에서 각성한 염려스러운 노년의 일상에 대한 두려움이 초췌한 환갑 지난 중늙은이의 이기적인 삶의 희망으로 작용해 실행에 옮길 수 있었을 거라 여긴다.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변곡점으로 나타나 몇 가지 실천적인 삶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어 요즘의 나는 과거의 그 어떤 때보다 평화롭고 여유로우며 자유롭다.

  202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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