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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성동 Aug 26. 2024

대포반 아이들

조작방송

 90년대 말경 M방송국에서 ‘대포반 아이들’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방송되었습니다. 직업학교(현재의 A산업정보학교)의 한 학생을 주인공으로 하여 일주일을 리얼다큐 형식으로 담아낸 것입니다. 방송이 나간 후, 전철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장면, 신촌의 Y대 뒷산에서 밤늦게 소주를 마시는 장면 등이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이러한 장면들은 학생의 사생활을 침해하며,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정된 것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방송사의 연출 방식에 있습니다. 담당 PD는 부정적인 시각에서 학생을 자극하며 담뱃값과 술값까지 제공하면서 사실과는 거리가 먼 인위적인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이는 방송이 학생의 현실을 보여주기보다는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자극적인 콘텐츠로 변질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조작된 연출로 인해 발생한 문제는 단순히 방송사의 윤리적 책임을 넘어, 학교와 학생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방송으로 인해 학생의 사생활이 침해되었고, 그를 비극적인 이미지로 낙인찍은 결과, 학교는 내부적으로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특히, 방송에서 보인 학생의 행동이 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해당 학생은 퇴교 처분을 받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학생은 자신의 진로와 미래를 위협받게 되었으며, 방송사는 학생의 삶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시청률을 위한 자극적 콘텐츠 제작에만 집중한 꼴이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드러난 문제는 방송사뿐만 아니라 학교와 교사들의 무책임한 태도에도 있습니다. 방송사는 학생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인위적인 상황을 만들어내며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작했으나, 학교와 교사들은 이러한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교칙 위반을 이유로 학생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처벌을 내리면서 학생의 권리와 기회를 무시했습니다. 학생은 보호받아야 할 권리와 기회를 잃었고, 학교와 지역 사회는 학생을 향한 비난과 갈등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125화 대포반 아이들















이 사건은 다큐멘터리 제작과 방송에서의 윤리적 책임을 환기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진정한 다큐멘터리는 인위적인 조작 없이 사실을 객관적으로 담아내며, 그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권리와 사생활을 존중해야 합니다. 방송사와 제작자들은 이러한 윤리적 기준을 엄격히 지키며, 시청자들에게 정확하고 책임감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학교와 교사들은 학생을 보호하고 올바르게 대처하는 책임을 다해야 하며, 무책임한 태도와 결정으로 학생의 삶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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