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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Oct 03. 2024

맛도 영양도 잡은 통밀빵 만들기

그 남자의 홈베이킹



초등학교  학교에서 급식으로 빵과 우유를 주었다. 공짜는 아니고 매월 돈을 내고 받아먹는 것이었는데, 값이 저렴하여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육성회비도 제 때 내기 힘들었던 나에게 급식 빵과 우유는 그림의 떡이었다. 그나마 사정우리 집보다 나았던 짝꿍이 한 번씩 귀퉁이를 떼어주는 빵이 어찌나 맛있던지, 입에 넣으면 살살 녹았다.


옥수수가루나 보릿가루를 주 재료로 하여 속에 아무것도 넣지 않고 만든 타원형의 평범한 . 그때는 밀가루가 귀해서 잡곡빵이 많았는데, 옥수수가루조차도 미국에서 사료용으로 가공한 것을 원조받은 것이라 하였다. 하기야 가축용이라고 해도 사람에게 별 해는 없을 테니까 굶는 것보다는 열 배 백 배 나은 일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렇게 주린 배를 채운 세대가 열심히 일해 나라의 경제를 일으켰으니, 사료 먹고 소처럼 일했다고나 할까.


밀가루나 옥수수가루나 보릿가루나 구워진 빵의 겉모습은 갈색으로 비슷하지만 속은 분명한 차이가 . 뽀얗고 보드라운 속살을 자랑하는 밀가루빵, 짙은 노란색의 달짝한 옥수수빵 그리고 갈색의 거칠지만 구수한 보리빵. 빵 한 조각 입에 넣고 그 맛에 빙그레 미소 짓던 옛날의 기억이 여전히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옛날에는 하얗고 부드러운 백밀가루빵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푸대접받던 잡곡빵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호밀가루를 주원료로 한 흑빵만 하더라도 옛날 유럽에서 가난한 평민들이 주로 먹었다. 귀족들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하얀 빵을, 돈 없고 가난한 평민들은 거친 흑빵을. 과거 우리나라에서 부자들은 흰쌀밥을, 가난한 사람들은 보리밥을 먹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런 흑빵의 주재료인 호밀이 이제는 건강빵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가격도 호밀가루가 훨씬 비싸 백밀가루의 서너 배이다.


오랜만에 취미생활인 홈베이킹으로 빵을 구웠다. 평소에 가게에서 커피 짝꿍으로 판매할 디저트용 파운드케이크를 느라 바빠서 취미생활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홈베이킹도 취미로 하는 것과 생업으로 하는 과는 분명한 심리적 차이가 있다. 하고 싶어서 하는 것과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것.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것과 정해진 것을 똑같이 만드는 것. 엔돌핀이 도는 것과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 아무리 그렇지 않다고 주문을 외어하늘과 땅 차이다. 그래서 생업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취미생활로 푼다. 똑같은 홈베이킹이지만.


이번에 만든 빵은 통밀빵. 아침에 먹을 게 마땅찮을 때 두유랑 삶은 계란이랑 함께 간단하게 한 끼 때우기도 좋고, 가게에서 출출할 때 간식으로 쓱쓱 잼 발라 먹기도 좋다. 그래도 명색이 건강빵이라 속이 편하다. 오늘 만든 통밀빵은 통밀가루와 호밀가루를 6:3의 비율로 섞고, 물과 두유로 반죽의 질기를 맞추고, 호두분태를 넣어 씹히는 식감과 구수함을 더했다.


냉장고에 쟁여놓고 먹으려고 여유 있게 구웠다. 총 스물네 개. 완성된 빵을 잘라서 땅콩잼과 블루베리잼을 발라 맛을 보았다. 초등학교 때 먹었던 옥수수빵은 잼도 없는 밋밋한 빵이었지만 정말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확실히 거기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다소 거친 감에 구수한 맛이 나는 게 그런대로 먹을 만은 하였다. 하기야 이제는 그 어떤 맛있는 빵을 먹어본들 그 옛날 어렸을 때 한 조각 얻어먹던 빵 맛에 비할 수 있을까 싶다. 아 아, 추억의 빵. 다음엔 정말 그 옛날의 맛을 더듬어 옥수수빵을 만들어 볼까?




통밀빵 만들기 순서


1. 먼저 호두분태를 오븐에 노릇하게 구워 떫은맛을 없애고 고소한 맛을 더해 준다.


2. 호두분태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한데 넣고 믹싱 한다. 그리고 호두분태는 최종단계에 넣고 저속으로 섞어주면 된다.


3. 반죽이 마르지 않게 비닐로 덮고 부피가 정도로 부풀 때까지 1차 발효를 한다. 


4. 1차 발효가 끝난 반죽을 70g씩 분할하여 둥글리기 하고, 마르지 않도록 비닐로 덮는다.


5. 반죽을 하나씩 다시 둥글리기 하고 윗면을 조금 눌러 빵모양을 잡아 준 다음 팬 위에 올리고 2차 발효를 한다.


6. 빵이 두 배 정도로 부풀면 미리 달궈둔 오븐에 넣고 굽는다. 180°C에서 18분가량 구워내면 완성. 구수한 냄새와 더불어 다소 투박스러운 갈색빵이 나온다.


7. 식힘망에서 식힌 후 개별 포장하면 끝. 빵을 냉동실에 넣어 보관하다가 필요할 때 한 개씩 꺼내 한 시간 정도 자연해동 후 먹으면 된다.




* 통밀빵 레시피 *
수량; 24개
- 통밀가루 600g
- 호밀가루 300g
- 밀단백질 25g
- 드라이이스트 16g
- 물 330g
- 두유 230g
- 설탕 30g
- 소금 13g
- 버터 45g
- 계란 1ea
- 호두분태 120g, 총 1,750g
분할; 70g
굽기; 180°C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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