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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Sep 06. 2024

백팔번뇌

사진 한컷



어지러운 마음을 달래려고 산사(山寺)를 찾았다. 몇 년 전 찾았을 때의 고즈넉한 정취를 기대하며.


짧은 시간에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 놀라운 돈의 . 넓은 주차장이 말끔하게 포장되고, 곳곳에 새 건물이 들어서고.


한편으론 깨끗하게 단장된 모습이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옛 정취가 사라져 아쉬움이 컸. 그래도 부처님 뵈러 가는 길만큼은 두지.


낯선 대리석 계단으로 바뀌어버린 길. 거기에 누구의 아이디어로 칸칸마다 새겨 놓은 글귀인가? 백팔번뇌의 백팔계단인가, 울긋불긋 보기만 해도 어지럽다.


눈·귀·코·혀·몸·생각, 색·성·향·미·촉·법, 과거·현재·미래, ×× = 백팔번뇌.


반야심경에 이르길, 무안이비설신의 무색성향미촉법이라 했는데,


계단을 오르며 오히려 백팔번뇌에 시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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