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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식 Sep 20. 2022

Like Klay Thompson

I can do it!

클레이 탐슨(Klay thompson).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농구 선수이다. 


왜 수많은 NBA의 슈퍼스타들을 놔두고 하필 클레이 탐슨이냐고? 


그래,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만하다.

NBA 1경기 최다 3점슛 기록과 1쿼터 최다 득점 기록을 가지고 있는 클레이 탐슨이지만, 그를 All-star급 선수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의 단짝이자 3점슛 하나로 NBA의 판도를 바꾼 스테픈 커리, 20년째 NBA를 지배하고 있는 르브론 제임스, 최고의 스킬을 보여주는 카이리 어빙 정도는 되어야 '최애'가 어울리지 않겠는가?


그들에 비하면 공 잡고 슛 아니면 패스 그게 전부인 탐슨의 플레이는 투박해 보이기까지 한다. 무슨 슈팅하는 기계 같기도 하고. 한마디로 그의 플레이는 좀 'simple'하다. 아마도 탐슨의 머릿속에는 앞에 있는 수비수를 농락하고 멋지게 덩크를 꽂아버릴 생각 따위는 1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난 그의 그런 플레이가 좋다. 자신이 돋보이지는 않지만, 항상 팀이 이기기 위한 플레이를 한다. 수비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탐슨은 화려한 블록이나 스틸보다는 상대가 득점하지 못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의 플레이에 허세 따위는 없다. 오로지 슈팅가드라는 자신의 포지션에 충실하고, 코트 위의 1/5의 수비수로서 자신의 몫을 해내는 선수이다. 그의 그런 성실함은 나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그렇게 그는 나의 '최애'가 되었다.


하지만, 2019년 NBA Final 6차전.

탐슨은 그 경기에서 최악의 부상을 당한다.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던 시점, 림을 향해 뛰어 오른 클레이 탐슨은 상대 선수와 공중에서 부딪히며 불안한 착지를 하였고, 땅에 떨어진 순간 무릎을 감싸 쥔 채 비명을 지르며 코트 위에 쓰러졌다. 탐슨의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었다.

 

NBA Final 6차전, 클레이 탐슨은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그는 당시 그리 큰 부상이 아닌 줄 알았다고 한다. 약간 삐끗한 정도여서 곧 다시 뛸 수 있을 줄 알았다고 한다. 정말로 그는 잠시 코트를 떠났다가 부축을 받으며 돌아와 그의 몫으로 남겨진 자유투까지 넣고 다시 퇴장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탐슨은 그 후 1년 동안 코트에 돌아올 수 없었다. 사실 무릎인대 파열이라는 어마어마한 부상에 비하면 그것도 빠른 회복 속도였다. 하지만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복귀가 임박했던 오프시즌 연습 도중 그는 다시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부상을 당한다. 다시 1년 이상을 재활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소식은 그의 복귀를 염원하고 있던 나에게도 큰 충격이었으니, 탐슨 본인은 오죽했으랴! 1년을 손꼽아 기다려온 복귀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다시 기나긴 재활의 터널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니.


클레이 탐슨은 두 번째 부상 이후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정확히 941일 만에 클레이 탐슨은 그토록 그가 염원하던 농구 코트로 돌아왔다. 그리고 예전처럼 기계 같은 슛폼으로 3점슛을 꽂아 넣은 뒤 그는 양팔을 벌리고 환호했다.


941일 만의 복귀 그리고 941일 만의 3점슛. 그는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렸을까?


난 무릎 수술을 한 지 8주가 되었다.

6주 동안 내 다리를 옴짝달싹 못하게 묶어두고 있던 보조기구는 벗어던졌지만, 그로 인해 다리 근육들은 걸음마조차 힘겨워하는 상태가 되었다. 다행히 하루가 다르게 진전을 보이고 있다. 걷는 것조차 불편했던 다리는 이제 조심조심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다리를 들어 올리는 운동은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주지만, 어제보다 더 오래 더 무거운 무게를 견뎌낼 수 있게 해 준다. 


이러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다시 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3점슛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나의 3점슛이 림을 통과하는 순간 양 날개를 훤히 펼치듯 두 팔을 들어 환호할 것이다. 

마치 클레이 탐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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