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윤 Nov 02. 2022

테라는 왜 망했을까? (6)

찰나의 순간, 급소를 찌르다

테라폼랩스의 수장인 도권은 2022년 4월에 FRAX 및 Redacted와 함께 UST-FRAX-USDC-USDT를 기축으로 하는 4pool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발표한다. FRAX와 Redacted는 테라와 함께 Curve의 CRV 토큰을 스테이킹한 veCRV 토큰에 투자하는 펀드인 Convex에서 대주주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Convex의 거버넌스 토큰인 CVX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https://daocvx.com/leaderboard/) CVX를 이용해서 4pool에 veCRV를 이용한 투표를 하여 풀 보상을 몰아줄 수 있었다는 얘기다. 4pool의 보상이 늘어나면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3pool에서 코인을 빼서 4pool로 옮길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3pool의 유동성을 빼앗아 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참고로 FRAX는 또 하나의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으로서 테라와 함께 4pool을 키울 충분한 유인을 가지고 있었다.


CVX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FRAX, Redacted와 함께 4pool을 키우겠다는 의도를 발표한 도권


한국 시각으로 2022년 5월 8일 오전 6시 44분(May 7 at 21:44 UTC), 테라의 자산을 관리하는 LFG(Luna Foundation Guard)는 Curve에 있는 UST를 4pool로 옮기기 위해 1억 5천만 개의 UST(약 1,800억 원)를 3pool에서 꺼낸다. 그런데 UST의 유동성이 낮아진 이 틈을 타서 누군가(0x8d…7d0a)가 850만 개의 UST(약 1,020억 원)를 USDC로 교환하면서 UST의 가격이 순간적으로 낮아져서 달러 페깅이 깨지게 되었다. 참고로 Nansen의 온체인 데이터 분석(https://www.nansen.ai/research/on-chain-forensics-demystifying-terrausd-de-peg)에 의하면 이 UST는 앵커 프로토콜에 예치되어 있다가 4월에 인출된 것으로써 오래된 계획 하에 공격이 단행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른 집단이 약 1,050억 개의 UST를 Curve로 가지고 들어왔고, LFG는 이를 방어하기 위해 1억 8,960만 개의 UST를 Curve로 가지고 들어왔다. 두 진영은 치열하게 싸웠지만 UST의 달러 페깅은 맞춰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루나-UST는 death spiral에 빠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달러 페깅이 깨진 UST는 루나로 교환이 가능한데, 디페깅 현상이 지속되면 루나가 계속해서 발행되어 루나의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루나의 가격이 하락하면 UST 홀더들은 가지고 있는 UST를 빨리 루나로 바꾸려고 하고, 이는 UST의 가격 하락과 함께 더 많은 루나가 발행되는 것을 야기하여 UST와 루나가 가격 하락의 순환 고리에 빠지는 것이 death spiral 현상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앵커에서 UST를 꺼내서 시장에 매도하기 시작했다. 결국 5월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약 1억 9,300만 개의 UST(약 2,300억 원)가 앵커 프로토콜에서 인출되었다.


Death spiral에 돌입하여 가격이 급락한 UST
Death spiral에 돌입하여 가격이 급락한 루나


테라 생태계에서는 UST의 페깅이 지켜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래야만 death spiral을 막을 수 있다. UST의 가격이 맞춰지지 않자 테라는 UST를 소각시키고 루나를 발행하는 메커니즘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1164번 제안을 통과시킨다. 사실 UST-루나 발행 메커니즘은 악용을 막기 위해 발행보다는 시장에서의 교환을 장려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이를 위해 UST-루나 발행 메커니즘은 UST와 루나의 소각 및 발행 비율을 결정하는 가상의 AMM(Automated Market Making) 알고리즘을 사용했다. 가상의 유동성을 가정하고 자산을 발행하기 때문에 한쪽 방향으로(UST->루나)의 자산 소각 및 발행이 계속해서 이루어질 경우 유동성이 부족해지는 쪽 자산의 슬리피지가 커지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1164번 제안은 이 가상 AMM의 유동성 풀을 늘리고 유동성이 초기화되는 주기를 단축시킴으로써 슬리피지를 줄여 UST를 소각하고 루나를 발행하는 행위가 더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데 목적이 있었고, 여기에 더해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UST를 소각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UST 페깅을 맞추려고 하였다.


하지만 이 제안이 실행되기도 전에 테라는 death spiral에 돌입하게 된다. UST의 패닉 셀이 발생하자 시장 교환보다 가상 AMM에서 루나를 발행하는 것이 더 이득인 상황이 발생했고, 루나가 발행되자 루나의 가격이 하락하고, 사람들이 UST를 소각하고 루나를 계속해서 발행하는 행위가 반복되면서 루나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UST의 사용량 및 발행량이 늘어나면서 루나가 계속해서 디플레이션이 되어 가격이 폭등했다면, 이번에는 훨씬 강한 강도로 정 반대의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그 덕분에 루나는 그동안 상승했던 가격을 모두 토해내며 얼마에 투자했던지 모두가 공평하게 -99.99% 수익률을 기록하게 된 기적의 코인이 되었다. LFG는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을 이용해서 디페깅을 막아보려 했으나 death spiral을 막기에는 자산 규모가 너무 적기도 했고(2.9조원), LFG가 비트코인을 매도할 것을 예상한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시장에 선매도하였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가격이 하락하여 UST의 가격 하락을 막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었다.


UST 발행이 꾸준히 이루어지다가 한 순간에 엄청난 양의 루나 발행이 이루어졌다.


이 사태에 대해서 이더리움의 공동 창업자 중 한명이자 카르다노(ADA)의 창업자인 찰스 호스킨스가 다음과 같은 음모론을 공유하기도 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지금은 삭제됐다.)

미국의 거대 헤지펀드인 블랙락(Blackrock)과 시타델(Citadel)이 제미니(Gemini) 거래소로부터 10만 개의 비트코인을 빌렸다. 이 중 2만5천개의 BTC는 거래소에서 UST로 교환하고 가지고 있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4월에 앵커에서 인출된 UST가 여기서 나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공격이 단행되었을 때 도권에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 중 일부를 블록딜을 통해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고 UST로 바꾸자는 제안을 하였다. 도권이 이 미끼를 물자 취득하게 된 비트코인과 UST를 시장에 매도하여 두 코인의 가격 하락을 촉발했던 것이다. 시장이 이에 반응하여 비트코인의 가격이 하락하고 UST와 루나가 death spiral에 빠지자 시장에서 비트코인을 다시 매수해서 제미니에 갚고 차액을 챙겨 유유히 시장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들은 앵커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시장 조작을 통해 이를 공격하여 커다란 이득을 챙긴 셈이다. 비트코인 롱 포지션을 잡고있던 사람들의 뚝배기는 덤이었다.


찰스 호스킨스의 음모론





작가의 이전글 테라는 왜 망했을까? (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