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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윤 Jan 01. 2023

2022년의 회고

내 인생에서 가장 다이나믹했던 지난 1년

2022년은 나의 인생에 가장 큰 변화들이 있었던 시기였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어 호기심이 충족되는 만족감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계속해서 마주하고 극복해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올해 내가 생각하고 느꼈던 것들을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연구자에서 사업가로

2021년 8월에 회사를 설립하고 창업을 한지 만 1년이 지났다. 10년 넘게 대학교에 있다가 20명이 넘는 회사의 창업자이자 대표가 되어 보니 나에게 엄청난 성장과 가치관의 변화가 요구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구를 할 때를 떠올려 보면 자연의 법칙이나 인간이 만든 컴퓨터와 씨름했기 때문에 문제를 푸는 과정이 어렵고 스트레스를 받긴 해도 마음껏 시행착오를 하며 최적의 답을 찾아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사업은 회사 외부든 내부든 사람과 씨름하기 때문에 감정이라는 변수가 추가되어 시행착오를 많이 할 수가 없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사업은 논문과 다르게 조직을 운영하는 데 참신함(novelty)을 요구하지는 않으므로 다른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통해 만들어 놓은 가이드라인을 따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몇 개 없는 소중한 탄환들을 최대한 시행착오 없이 잘 쓰기 위해서 독서하는 습관을 들이고, 창업과 관련한 유튜브 영상들을 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간접 경험을 늘리려고 했다. 하지만 어떤 정보가 우리에게 맞는 정보인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려고 했고, 그러한 노력들이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것 같다. 그런데 간접 경험을 통해 우리 회사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것을 찾는 것과 이를 회사의 특성에 맞게 잘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이것을 잘해 내는 것이 2023년에 내가 키우고 싶은 역량 중 하나이다. 이 외에도 사업에 대해서는 정말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지만,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다음에 따로 기록을 남겨 보겠다.

올해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도 만났다. (출처: 리멤버)


시장 상황과 스타트업

웹3 열풍이 불던 2022년 상반기, 계속되는 투자사들의 연락에 "기회가 온 김에 우리도 투자를 받아볼까?"라는 생각으로 시리즈 A 라운드를 열고 투자자를 모집했다. 하지만 연구만 하다 나왔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어떤 투자사가 유명한지 몰랐고, 또 이렇게나 많은 투자사들이 있는지도 몰랐다. 주변에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지인도 없어서 그냥 부딪혔는데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실수들이 있었다. 너무 길어질 수 있으니 이건 다음에 따로 썰을 풀기로 하겠다. 한편, 같은 말을 반복해서 하는 걸 정말 싫어하는 나에게 IR 피칭은 엄청나게 괴로운 일이었다. (재윤tv라는 유튜브를 만들게 된 계기도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많게는 하루에 5번을 연속으로 한 적도 있는데, 네 번째 피칭부터 두통이 몰려와서 그날 저녁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피칭이 끝나고 난 뒤의 괴로움에 비하면 이깟 두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여러 투자사들 중에서 어디서 투자를 받을지 결정하고, 한 곳이 빠지게 되면 곧바로 채워 넣을 수 있도록 투자 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모든 투자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어장 관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정말 성격에 안맞았다) 한편,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IR 피칭은 사실 중요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투자사들이 잘 모르는 생소한 분야였기 때문에 이해도 못할 내용보다는 레퍼런스 체크와 투자사 내부의 정치 상황이 투자에 더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싱가포르 플립을 준비하느라 더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동안 테라, 3AC, FTX, 위메이드 사태가 차례로 터지면서 시장 상황이 급변했다. 덩달아 우리의 투자 라운드도 혼돈의 카오스로 들어가 버렸지만 기든 아니든 곧 결판은 날 것 같다. 만약 올해 초로 돌아가서 다시 IR을 한다면 성급하게 투자 라운드를 열기보다는 시제품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투자사에서 가장 정치력이 강한 인물을 소개받아서 시제품을 보여주는 식으로 나의 비용을 아꼈을 것 같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 말로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고 비효율적인 일이다. 심지어 그것이 투자사 내부에서 정치력이 약한 사람의 입을 통해 의사결정권자에게 전달된다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우버의 창업자 트레비스 캘러닉과 우버에 투자한 벤치마크 캐피털의 총괄 파트너 빌 걸리 (출처: 드라마 Super Pumped)


지금까지의 개인적인 투자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는 엄청난 자산 가격의 하락을 야기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각국의 경기부양책은 자산 가격의 폭발적인 상승을 불러왔다.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전에는 관심 없던 투자에 대해 진지하게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보게 되었다. 그러다 2020년 7월, 차이 카드를 보고 루나에 투자를 하게 되었다. 루나에서 나오는 스테이킹 이자를 차이 카드에 충전할 수 있다면 차이 카드는 더 이상 선불충전식 체크카드가 아니라 스테이킹된 루나의 현금 흐름을 담보로 사용하는 신용카드가 될 것이라는 예측에서였다. 이러한 신용카드는 동남아시아나 인도 같이 개인에 대한 신용 평가가 어려운 국가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외에도 디파이 이자 농사꾼이 되어 스시스왑, 커브, 컴파운드, 아베, dydx, 신테틱스, YFI, 베져 등등 수많은 디파이를 공부하고 투자하며 자산을 불려 나갔다. 당연히 이러한 디파이들의 인프라가 되는 이더리움에도 투자를 했었다. 당시 코인들의 가치 상승률이 매우 컸기 때문에 기대 이상의 돈을 벌게 되었고,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유를 갖게 되었다. 그러던 중, 2022년 5월에 테라가 망했지만 다행히 코인이 아닌 다른 자산군을 포함하여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덕분에 전체 가치가 반토막 나는 것에 그쳤다. 비록 투자금의 몇 배를 벌긴 했지만 나는 내가 투자를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예상과 달리 차이는 성공하지 못했고, 테라도 망했고, 현시점에서 다른 디파이들도 대부분 가치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내 주식 계좌는 새파랗기 때문에 역시 내가 예측을 잘하거나 투자를 잘하는 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잘했던 것은 욕심을 조금 버리고 자산의 절반을 다른 자산으로 바꾸어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낮추었다는 것이다.

테라가 망하기 전까지 나는 2년 간 이자 농사꾼(yield farmer)이었다.


앞으로의 개인적인 투자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기술적으로는 안될 게 없고 새로운 미래가 눈앞에 보이는데 그 과정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심지어 미래는 잘 예측했지만 종목을 잘못 고르는 경우도 있고, 분명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던 자산의 가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내겐 P2E와 NFT가 그랬는데, 아무리 자료를 찾아보고 생각을 해봐도 이들이 마케팅 이상의 무슨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지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런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P2E와 NFT의 가치는 미친 듯이 상승했었다. 투자에 대한 공부를 조금 더 해 보고 느낀 점은, 사실 코인뿐만 아니라 많은 자산들의 가치가 왜곡되어 있고, 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람들의 심리라는 것이다. 내가 루나의 미래 예측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벌 수 있었던 이유는 우연히 사람들의 심리와 같은 방향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NFT 투자에 실패했던 이유는 사람들의 심리가 아닌 미래를 예측하려 했기 때문이다. 한편, 10년 전 리먼 사태 이후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으로 금리를 올렸을 때 사람들이 보였던 비이성적 행동 패턴이 지금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보고 레이 달리오의 말처럼 역사는 반복되고 사람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였다. 이에 따라 2023년에는 행동주의 심리학과 역사에 대한 공부, 그리고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을 높이는 방법을 투자에 적용해보려고 한다.

사람들의 지갑을 여는 것은 필요한 게 아니라 갖고 싶은 것 (출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연구와 졸업

박사과정 1년 차 때부터 연구했던 논문이 드디어 억셉이 되었다. 웹브라우저에서 실행되는 웹 어플리케이션의 프로그램 상태를 캡처하고 다른 디바이스에서 복구해서 사용하는 기술인 앱 마이그레이션(app migration) 혹은 리퀴드 컴퓨팅(liquid computing)과 관련된 논문이었는데, 자바스크립트의 피쳐(feature)가 워낙 방대해서(자바스크립트는 어떻게 코딩을 해도 웬만해서는 돌아간다) 커버리지에 대한 챌린지를 받느라 논문 통과가 오래 걸렸다. 그 커버리지에 대한 챌린지가 블록체인으로 연구 분야를 바꾸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연구 분야를 바꾼 이후에는 이더리움의 상태 최적화와 관련된 연구들을 하였는데, 그 첫 번째 논문인 Ethanos는 어카운트의 수를 줄여서 상태를 최적화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논문인 Trie-Hashimoto는 PoW 마이닝을 이용해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는 데이터의 키 값(해시 값)을 인덱싱함으로써 I/O 속도를 높인 것이다. 이 논문을 데이터베이스 학회에 제출하였는데 분야에 맞지 않다고 리젝 당했다. Ethanos도 비슷한 챌린지를 받느라 통과가 오래 걸렸었는데, 시장이 좋아지니 리뷰어들의 태도가 돌변하여 바로 억셉이 되었다. 이번에도 시장 상황이 안 좋아져서 Ethanos 때처럼 리뷰어들의 호감도와 관심도가 많이 떨어진 게 아닌가 싶다. 시장이 좋을 때 얼른 통과시켰어야 했는데 바빠서 제대로 신경을 못 썼던 것이 너무 아쉽다.

분야에 맞지 않다는 리뷰가 가장 힘이 빠진다..


운동

올해 나는 웨이트 트레이닝, 테니스, 골프 세 가지 운동을 주 2회씩 6일 동안 번갈아가며 했다. 평소에 아침잠을 잘 못 이기는 타입이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일어나기 위해서 오전 8~9시에 레슨을 잡아두고 운동을 한 뒤 10시쯤 회사로 출근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물론 이 계획을 철저하게 지키지는 못했지만 바쁜 일정 가운데 꾸준히 운동을 했더니 회사에도 자주 일찍 출근할 수 있었고, 살이 많이 찌거나 건강에 문제가 생기거나 하지도 않았다. 별 일이 없다면 이 운동들은 신년에도 꾸준히 하려고 한다. 각 운동을 하면서 현재까지 얻게 된 깨달음들은 다음과 같다.

웨이트 트레이닝

운동도 중요하지만 먹는 게 더 중요하다. 미팅이 많은 내 입장에서 식단을 조절하고 단백질을 챙겨가며 몸을 키우기가 정말 어려웠다. 2023년에 살을 빼는 건 포기하더라도 근육량을 늘리는 것에는 도전해 봐야겠다.

테니스

바운스 되는 공의 높이에 맞춰 앉아서 치는 게 중요하다. 덜 앉게 되면 공이 나가는 방향을 컨트롤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보통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앉아야 높이가 맞다.

골프

회전 운동이기 때문에 미는 힘이 아니라 당기는 힘(구심력)을 써야 한다. 클럽의 무게를 이용해서 궤적만 잘 그리면 공을 굳이 띄우려고 하지 않아도 잘 뜬다. 그렇지 않으면 공이 나가는 방향을 컨트롤하기 어렵다.

먹는 것까지가 운동이다!


독서

올해 나의 최대 관심사는 금융, 조직문화, 그리고 브랜딩이었다. 이런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가장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은 독서라고 생각했고, 트레바리 3개를 동시에 하면서도 개인적으로 책 읽는 시간을 따로 내서 읽고 싶은, 그리고 읽어야 하는 책들을 많이 읽었다. 그 결과 올 8월부터 12월까지 25권 이상의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책 읽는 시간을 통계를 내 보니, 내가 보통 1시간에 50페이지, 6시간에 300페이지짜리 책 한 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매일 1시간+@, 토, 일 각 3시간씩 독서를 하면 일주일에 두 권, 한 달에 8권을 읽을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섰다. 물론 계획대로 꾸준히 했다면 40권을 읽었겠지만 바쁜 와중에 틈틈이 시간을 내어 절반 이상의 성공을 이룬 것에 만족한다. 하지만 아직 읽으려고 사놓거나 선물 받은 책이 많기 때문에 2023년에는 조금 더 열심히 책을 읽어볼 계획이다.

내년에는 조금 더 열심히 책을 읽을 계획이다.


살면서 회고라는 것을 처음 해 보는데, 어색하면서도 한 해를 정리하며 마무리하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신년에는 회사에서 만들고 있는 제품을 런칭할 계획을 가지고 있고, 만약 계획대로 런칭을 한다면 2022년보다 더 다이나믹한 한 해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변동성을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내 역량을 더욱 채워져야 할 것 같다. 스스로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을 위해 더욱 부지런하게 살아야겠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2022년 한 해 수고 많으셨고 감사했습니다.
2023년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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