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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윤 Oct 25. 2022

테라는 왜 망했을까? (5)

신흥 스테이블코인 시대의 서막

코인은 1)가치 구별의 용이성(homogeneity), 2)시장 수용성(acceptability), 3)가분성(divisibility), 4)운반의 편의성(portability) 등 화폐가 가져야 할 조건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 단, 5)가치의 안정성(stability)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코인은 5)가치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는 가치 안정성을 제공하는 스테이블 코인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 블록체인에는 스테이블 코인을 구현하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현물 법정 화폐, 특히 달러를 담보로 발행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가치 안정 메커니즘을 이용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탈중앙화 방식이다. 대표적인 법정 화폐 담보 방식의 스테이블 코인으로는 USDT와 USDC가 있고, 탈중앙화 방식의 스테이블 코인으로는 DAI와 UST 등이 있(었)다.


본인 방금 루나로 부자가 되는 상상함ㅋㅋ


2017년 12월에 런칭한 DAI는 역사가 오래된 만큼 탈중앙화 방식의 스테이블 코인 중에서 가장 유통량이 많았었지만 2021년 11월에 UST의 유통량이 DAI를 추월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FRAX, MIM(Magic Internet Money) 등 탈중앙화 방식의 신흥 스테이블 코인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스테이블 코인 시장은 춘추전국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그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스테이블 코인은 UST였다. 그 다음으로 주목받는 코인은 MIM이었는데, MIM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던 원더랜드(Wonderland)의 유보금(treasury) 관리자 0xsifu가 쿼드리가CX 거래소(뒤 사람의 돈으로 앞 사람의 돈을 출금해주는 폰지 구조로 운영되다가 출금 정지 사태를 겪으며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고 망한 거래소)의 공동 창업자였던 것으로 밝혀져 추락하게 된다. 덕분에 MIM의 빈자리를 FRAX가 대신하게 된다. 테라는 MIM을 발행할 수 있는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와 유동성을 주고받으며 밀접하게 지내다가 원더랜드 스캔들로 인해 루나의 가격이 폭락하기도 했지만 살아남았다.


DAI의 유통량을 역전한 UST


이후 테라는 FRAX와 손을 잡고 이더리움 생태계의 최대 스테이블 코인 탈중앙화 거래소인 커브 파이낸스(Curve finance, https://www.youtube.com/watch?v=hTvgYJXcO2Y)에서 UST를 포함한 새로운 유동성 풀을 만들고자 했다. 원래 커브에서는 가장 유통량이 많은 스테이블 코인인 USDT, USDC, 그리고 DAI의 유동성을 묶은 3pool(3Crv) 이라는 풀의 유동성이 가장 컸다. 다른 스테이블 코인들은 3Crv를 이용해서 자신만의 풀을 형성했었는데, UST 역시 UST+3Crv 풀을 형성하고 있었다.

* 이렇게 다른 풀의 유동성을 이용해서 새로운 풀을 만드는 것을 메타 풀(meta pool)이라고 한다.


커브 파이낸스의 신흥 스테이블 코인 풀 (출처: 디스프레드 - 커브 전쟁 2)


커브에서 유동성 풀의 유동성을 모으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코인을 예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커브에서는 CRV라는 거버넌스 토큰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모았다. 이 때 유동성 풀에 CRV를 분배하기 위해서는 커브 파이낸스에 CRV를 스테이킹한 veCRV가 필요했는데, 그 이유는 veCRV를 이용한 투표를 통해 어떤 풀에 CRV 보상을 많이 줄지를 결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많은 veCRV를 확보해서 유동성을 키우고 싶은 풀에 투표를 해야 커브에서 영향력 있는 유동성 풀을 만들 수 있다. 테라는 많은 자금을 투자하여 투표권을 모으려고 했고, 이렇게 모은 투표권을 이용해서 메타 풀을 넘어서 USDT, USDC, UST, 그리고 FRAX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풀인 4pool을 만들어 새로운 판을 짜려고 했다. 즉, DAI를 끝장 내겠다는 말이었다.


과연 DAI의 운명은..?


그 와중에 앵커나 미러같은 플래그십 디파이 어플리케이션을 필두로 테라 생태계에는 수많은 어플리케이션들이 만들어졌고, 트랜잭션 양도 크게 증가했다. 테라는 2022년 1월에 콜롬버스-5 업그레이드를 통해 루나의 공급량을 줄이고 트랜잭션에 부과하던 0.5% 세금을 없애서 더 많은 개발자들을 테라 생태계로 끌어들이고자 했다. 이로 인해 루나의 가격은 또 한번 상승하였지만 테라의 높은 TPS(Transactions Per Second)과 달라진 수수료 정책 덕분에 유저들은 여전히 테라를 저렴한 수수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유저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좋은 변화였지만, 오히려 이러한 점들이 테라 생태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되었다. 루나 가격의 상승과 낮아진 수수료로 인해 루나의 스테이킹 이자율이 11%에서 4%대로 감소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앵커의 지속 가능성이 낮아지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앵커 프로토콜의 UST 예치금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앵커에서 20% 고정 이자율로 지불할 수 있는 유보금은 점점 말라갔다. 테라가 살기 위해서는 앵커의 고정 이자율을 포기하거나 UST를 다른 생태계로 빠르게 유통시켜야 했다. 하지만 테라는 앵커의 고정 이자율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4pool을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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