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둘 35년 전 우리 엄마!
마흔다섯 1월 마지막 주 화요일.
도시가스 요금이 나왔다. 지난달 못 내서 미납된 요금 9만 얼마와 이번 달 14만 얼마를 합쳐서 23만 원 정도를 입금해야 하는구나!
에고 이번 달도 빵꾼데 우째 메꿀까? 내 뇌가 조금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카톡으로 날아온 도시가스 요금 청구서를 보다 나는 갑자기 오래전 나의 9 - 10살 때쯤 기억 속으로 빠져든다.
마흔두 살 우리 엄마는 나를 데리고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 일재주가 별로 없고 나무를 베어 본 경험도 거의 없던 그녀가 어린 딸을 데리고 산에 나무를 하러 간 까닭은 남편이 아파서 누워있고, 땔감을 살 경제적 여력이 없어서였다.
그 시절 시골에서 긴 겨울을 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난방을 위한 땔감을 미리 구해 두는 것이었던 것 같다.
동네 다른 집에서는 남자들이 땔감에 적당한 나무를 톱으로 자른 다음 마를 때까지 제법 긴 기간을 기다렸다.
나무가 가지고 있던 물기가 날아가면 톱으로 자르거나 도끼로 알맞게 잘라 경운기에 싣고 오거나, 지게에 장작들을 가지런히 쌓아 짊어진 다음 나르곤 했다.
힘센 젊은 남자들이 있는 집은 겨울 초입 짧은 기간만 나무를 날라도 겨울을 다 날 수 있을 만큼의 나무 빼까리가 만들어졌다. (여기서 말하는 나무 빼까리라는 것은 주로 집의 담밑에 나무를 가지런히 쌓아 올린 나무의 무더기를 말한다.)
그러나 톱질도 낫질도 익숙지 않은 그녀는 점심을 늦추며 해도 겨우겨우 볼품없는 나뭇단 2개가 완성이 되었다.
어설픈 작은 나뭇가지들을 낫으로 쪼아 만든 나뭇단은 어린 내가 보아도 미덥지 않았다.
겨울 해란 것이 워낙 짧아 아침 먹고 대충 치우고 난 뒤, 산에 가서 나무를 자르고 다듬어서 나뭇단을 만들다 보면 금방 점심이 되니 참 마음이 조급했을 것이다.
도시가스 청구서를 보다 문득 그때가 생각이 나서 멈칫한 나는 마흔두 살 엄마 마음을 살짝 들추어 본다.
그때는 그냥 엄마가 빨리 나뭇단을 만들지 못해서 집에 빨리 못 가니까 '빨리 집에 가서 놀고 싶다' '아우 지겨워 죽겠네' 이런 생각과 일의 속도가 더딘 엄마에 대한 짜증만 가득했다.
그때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집에 두고 온 5살 막내 걱정을 했을까? 누워있는 남편 걱정을 했을까? 아니면 얼마 남지 않은 끼니를 걱정했을 까? 해가 빨리 지는 게 초조했을까?
아니면 모두 다 걱정했을까? 아니면 그냥 암담한 현실에서 도망 칠 궁리를 했을까?
35년쯤 지나 그때 엄마 나이를 한참 지나서야 엄마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니 가슴 한 켠이 아려온다
그 겨울 엄마 맘이 궁금하긴 하지만 물어보진 않으련다.
왜냐하면 그녀도 나도 눈물, 콧물 줄줄 흘릴 게 분명하므로.
꺼내어 맘이 시린 얘기들은 그냥 맘 한 켠에 두는 게 나은 것 같다.
맨날 난 어린 시절 굉장히 힘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나이가 되어보니 엄마의 그때 맘이 참 뭐라 표현하기조차 어려운 느낌이었을 것 같다. 하루하루가 늘 버거운 그 삶의 무게를 견뎌냈을 엄마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