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건강 정답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나리의사 May 30. 2023

그러면, 제일 비싼 영양제를 드세요.

의사와 제약회사의 술래잡기

 의사로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뭘 먹어야 도움이 될까요?”


 이다. 잠시 검색만 해봐도 특정 장기나 암에 좋은 각종 음식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약까지 무수히 많은 광고가 뜬다. 항암, 면역, 체질 같은 그럴듯한 말과 함께 OO대, OO박사를 딴 인간들을 내세워 사람을 현혹한다.


만약 정말로 암에 효과가 있다면, 굳이 힘들게 몇만 원에서 몇십만 원짜리 보약 따위를 인터넷 등으로 힘들게 광고할 필요가 없다. 특허를 신청한 다음, 전 세계적으로 팔면 된다. 거기다 약은 특허권을 무려 20년간 독점 보장해 준다. 실제로 면역 항암제인 키트루다의 경우 작년 매출만 26조 원으로, 우리나라 모든 제약 회사 일 년 전체 매출보다 더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효과가 없기에 무수히 많은 광고를 하며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천 원짜리 라면을 사도 재료와 심지어 그 재료의 원산지까지 빼곡히 적혀 있는데, 수십 수백만 원짜리 보약이라고 하는 것은 자기만의 비법이라며 원산지는커녕 재료조차 표시하지 않는다. 돈만 날리면 다행이다. 특정 동물이나 야채나 과일을 달인 물부터 도대체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섞었는지도 알 수 없는 검은 보약을 먹고 몸에 이상, 특히 간이 파괴된 사람을 의사라면 누구나 한 번 즘은 보게 된다. 검사에서 간 수치가 너무 높아 원인을 찾다 보니, 이상한 곳에서 보약이니 한약을 먹고 생긴 독성 간염이었다. 대개의 경우 약만 끊으면 저절로 회복되지만, 간이 완전히 파괴된 경우 간이식까지 받아야 한다.

 요즘에는 각종 건강보조식품이 대세이다. 각종 비타민부터 미네랄, 콘드로이친, 쏘팔메토, 크릴 오일, 등 무수히 많다. 제약 회사가 언론과 손잡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다. 심지어 의사라는 작자들이 나서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의사 집단에서 사기꾼이라고 가장 욕을 얻어먹는 쇼닥터들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 먹는다.

 원료를 알 수 없는 각종 보약과 다르게 건강기능식품(일명 '건기식', 영어로는 dietary supplements)은 성분을 알 수 있기에 사실과 진실을 중시하는 과학자와 의사들이 이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즉시 실험과 연구를 시작한다. 특정 건강보조 식품이 유행하고, 2~3년 지나면 그것이 효과가 없다는 과학과 의학 논문이 줄줄이 발표된다. 간혹 건기식이 효과 있다는 논문도 있지만, 대부분 논문이 실린 저널이 돈만 주면 실어주는 그런 듣도보도 못한 허접한 논문들이다. 논문도 엄연히 급이 있다. 


<최고의 논문 NEJM>


아래 언급한 논문은 모두 세계적인 저널에 실린 논문으로 4개중 3개는 모두 최고의 의학 논문인 NEJM, 나머지 한개는 BMJ에 실렸다. (이 NEJM이 얼마나 대단한 논문이냐면, 의사들의 꿈 중에 하나가 이 저널에 자기  논문을 싣는 것이다. NEJM은 야구로 따지면 메이저리그에 해당한다.)

  


좌측: 비타민 D 효과 없음. 우측: 오메가 3 효과 없음
<좌측: 쏘팔메토 전립선에 효과 없음, 우측: 글루코사민, 콘드로이친 퇴행성 관절염에 효과 없음>

그러면 제약 회사는 효과 없는 것으로 밝혀진 건강기능 식품(건기식)에 대해 사과와 함께 환불 조치를 하는 게 아니라, 슬그머니 이전 상품을 내리고 새로운 다른 건강기능 식품을 유행시킨다. 그러면 과학자와 의사는 또다시 실험과 연구를 한 후 논문으로 효과 없음을 증명해 내는 끊임없는 술래잡기가 벌어진다. 안타깝게도 거짓말은 언제든지 즉시 할 수 있지만, 그것이 거짓말임을 증명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린다. 그 결과 진실은 처음부터 주도권을 쥘 수 없으며, 거짓말을 뒤늦게 겨우 따라갈 뿐이다. 진실이 거짓말을 잡았을 때에는 또다시 새로운 거짓말이 등장해 진실을 앞서 나간다.


 무당이 정말로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지금처럼 허름한 집이 아니라 대궐 같은 집에서 살 것이다. 아니 굳이 힘들게 사람들의 점을 봐줄 필요 없이 손가락 몇 번만 클릭하여 주식을 사면 된다. 우리가 점을 보러 가는 무당의 집이 대부분 허름한 단칸방에 불과한 이유는 무당들이 미래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특정 건강기능식품나 보약이 정말로 효과가 있다면, 특허를 받은 후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판매하여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보약을 지은 사람은 노벨의학상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인터넷에서 하나라도 더 팔려고 열심히 광고를 하고 있다. 이렇게 했지지만 그래도 굳이 영양제를 먹고 싶다면, 제일 비싼 것을 사 먹되, 아래 글을 읽지 않기를 바란다.       


 사람의 마음이란 무섭다. 임신을 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임신을 했다고 굳게 믿으면 실제로 배가 불러오고 입덧을 하기도 한다. ‘상상 임신’이다. 이처럼 마음으로 굳게 믿으면, 그것이 밀가루로 만든 가짜 약이라도 진짜 효과가 나타난다.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다. 논문에 따라 다르지만, 밀가루라 하더라도 대략 30% 정도에서 통증 감소 등의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보약이나 영양제를 먹을 사람이라면, 최대한 플라시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가장 비싼 영양제를 사 먹어야 한다. 그래야 당신에게 영양제를 판 사람은 부자가 되고, 비싼 돈을 쓴 당신도 정말로 몸이 좋아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참고로 영양제의 원가는 10% 아니 5%도 채 되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이어트의 정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