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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Apr 20. 2024

치료에 필요한 것은 시간과 믿음이었다

진단은 1초, 치료는 며칠

  불안 해 하는 아버지와 잔뜩 인상을 쓰는 아들이 진료실로 들어왔다. 아버지보다 키가 더 큰 고등학생인 아들은 목이 4일째 아프다고 했다.


 “자, 아 해보세요.”


 고등학생이 입을 벌리자마자, 진단은 1초 만에 끝이 났다.


 편도에 하얀 패치가 보였기 때문이다. 급성 편도염. 세균이 일으키는 질환으로 항생제와 진통제, 그리고 가글이 전부였다. 구글을 켜서, 환자의 편도와 똑같은 무수히 많은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단순히 목이 부은 게 아니라, 세균이 편도에 침입해 하얗게 보이는 급성 편도염입니다. 항생제와 진통제를 처방하겠습니다. 자주 가글 하십시오. 가끔 세균이 콩팥을 침입해 피가 나오는 경우(급성 사구체 신염)나, 약을 먹고 몸에 발진이 생기는 경우(세균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침입하여 생기는 감염 단핵구증은 같이 편도를 침범하여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지만 항생제를 쓰면 몸에 발진이 생긴다)에는 약을 중단하고 다시 오십시오. 재발이 흔하면, 편도 수술을 반드시 하는 건 아니고 고려할 수 있습니다.”


 진단만 같으면, 치료는 비슷하다. 그리고 급성 편도염을 놓치는 의사는 없다. 처방을 하는 데, 약 중복 처방이 뜬다. 거의 비슷한 약이 이미 이틀이나 남은 상황이었다. 환자와 보호자는 빨리 낫지 않자, 또 다른 병원, 또 다른 의사를 찾아온 것이었다.


 의사와 병원은 넘치는데, 정작 갈 만한, 믿을만한 의사와 병원은 없다고 한다. 이상한 일이다. 정작 치료에 필요한 것은 의사와 병원이 아니라 시간과 믿음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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