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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Jun 18. 2024

수술실이 추운 이유

병원 여행기 특별 부록 

앞 이야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수술실이 왜 추운지 물어서 준비해보았습니다. 

https://brunch.co.kr/@sssfriend/855


 수술실 침대에 누워 본 사람은 모두 다 덜덜 떨게 된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무섭기도 하지만, 실제로 춥기 때문이다. 수술실 온도는 대략 20~23도이고, 우리 몸은 36.5도이다. 좀 더 따뜻해도 될 텐데, 왜 이렇게 추운 것일까?


 첫째, 감염과 출혈을 막기 위해서이다. 수술은 몸의 1차 장벽인 피부를 가른다. 호시탐탐 우리 몸에 들어올 기회를 노리는 미생물(세균과 바이러스, 곰팡이 등)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우리 몸에 기생하는 미생물은 당연히 36.5도인 체온에서 잘 번식하고, 체온보다 낮은 20~23도에서는 잘 번식하지 못한다. 또한 체온이 낮아지면 혈관이 수축하여 출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수술의 가장 큰 적은 감염과 출혈을 둘 다 줄일 수 있다. 


 둘째, 체온을 낮아지면 우리 몸의 산소 요구량이 낮아진다. 이에 수술이 길어지거나, 뇌 또는 심장 수술의 경우 중요 장기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심폐소생술 이후, 저체온치료이다. 



 셋째, 의료진이 쾌적한 환경에서 수술하기 위해서이다. 의료진은 수술 전 손부터 열심히 씻는다. 그것으로는 부족해서 장갑을 끼고, 모자를 쓰고, 수술 가운까지 껴 입는다. 거기다 집중하여 수술에 임하다 보니, 덥고 땀이 난다. 종종 의료진의 이마에서부터 흐르는 땀이 뺨을 지나 턱에 맺힌다. 그러면 어시스트하는 수술실 간호사가 집도의의 땀을 닦아준다. 혹시라도 땀이 수술 부위에 떨어지면, 땀에 있는 세균이 수술 부위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추운게 최선이다. 머리로는 알아도, 몸은 덜덜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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