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Lif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사원철학자 Oct 30. 2024

제자리에 갖다 놓기

-불쾌감이 주는 유익

일본인 아내와 함께 살면서 변화된 습관 중 하나는 '제자리에 되돌려놓기'입니다. 아내는 원래 있던 자리에 물건이 보이지 않으면 나에게 “제자리에 갖다 놔”라고 짜증이 섞인 말투로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 순간 불쾌한 감정이 솟아오르지만, 냉정함을 가지고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지 라며 투덜거리며 아내의 말에 순종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불쾌감을 느끼고 나서야 나에게 물건을 제자리에 갖다 놓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었죠.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아갑니다. 가정이든 직장이든 간에 나와 다른 습관을 가진 사람들과 더불어 생활하게 되죠. 그럴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루틴과 맞지 않음으로 인해 불쾌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 불쾌감은 국가적 문화에서 오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개인적 경험에 의해 유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디에 있든, 사회에 속하며 살아가는 한 불쾌감을 안 느끼고 생활할 수는 없습니다.


불쾌감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이기에 그 자체가 좋다 나쁘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불쾌감이 주는 유익도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잔혹한 범죄를 뉴스를 통해 접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쾌감을 느끼고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며 유사한 상황을 피하려는 행동을 하게 될 것입니다. 불쾌감을 유발하는 상황들을 예방하려는 습관이 생길 가능성이 있죠.


너무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사람들 간의 교류에서 느끼는 감정 중 하나인 “불쾌감”에 대해 너무 “선(善)”하다고만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불쾌감이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우리의 감정은 인간의 본능을 기반으로 여러 형태로 삶을 만들어가지만 때로는 잘못된 판단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상황에 몰두된 “자신”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생각해 보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중요합니다.


익숙한 것에 안정감을 느끼고 변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고방식은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변화해야 할 때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가진 좋은 능력들을 펼쳐보기도 전에 사라져 갑니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자연의 순리처럼 지속적으로 변해갈 때 우리는 더욱 자신을 알아가는 길에 들어서게 됩니다. 물론 변화는 아픔을 동반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