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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창완 May 06. 2022

금주 160일, 금연과 달랐던 것

금주령 해제

금주는 금연과 다르다. 개인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금연 때와는 극명히 갈렸다.


“술을 끊기로 했다.”


5개월 10일간 내가 이 말을 내뱉었을 때의 반응은 다양했다. 주로 의아함, 신기함, 이해 못함 등의 반응이 많았다. ‘종교가 생겼어?’ ‘건강이 그렇게 안 좋냐?’부터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하고 앉았냐’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그래 얼마나 할 수 있나 보자.’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 금연 때와 비슷한 건 이 정도다. 친할수록 내 의지력이 무너지는 것을 여러 번 봤을 확률이 높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예상보다 길어지는 금주에 주위 사람들은 못 견뎌 했다.


‘니가 언젠가 다시 돌아올 거라 믿는다’ ‘술을 완전히 끊는 건 미련한 짓이다’ ‘적당히 마시면 된다’ 등 은근한 회유책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소주 대신 사이다로 대체한 나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아쉬워 하는 친구도 있었다. 부모님만이 나의 금주 ‘행위’를 완벽히 지지해 줬다.


160일은 술과 담배를 보는 사회의 시선이 꽤나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만 5년이 다 돼 가는 금연 기간 동안 ‘왜 끊냐?’ ‘적당히 피면 괜찮다’ 따위 말은 한 차례도 들어보지 못했다. 담배와 달리 술은 ‘사회생활’과 연결돼 적당히라도 마셔줘야 하는 것이고, 가끔씩은 진탕 마셔도 되는 걸로 취급된다는 걸 몸소 체험했다.

금주러는 밤늦게까지 함께 놀고도 술 취한 친구를 서울에서 수원까지 데려다줄 수 있다. 내가 사진을 찍는 동안 구석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수원 동생.

짧게 경험해 본 금주는 여러 장점이 있었다. 일단, 저녁식사 시간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 회사 동료가 한 잔 걸치는 동안 나는 사이다를 마시다 보니 관계에도 큰 무리는 없었다. 식사가 끝나고 헬스를 갈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수원 사는 동생 놈과 저녁을 먹은 날에는 새벽에 자고 가겠다는 걸 차로 직접 데려다 준 적도 있다. 함께 술을 먹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일이다.


맑은 정신, 개운한 아침, 운전·헬스의 자유로움, 약간의 체중감량 등도 좋은 점이었다. 언제 어디서든 일정한 수준의 정신과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계획을 짜거나 일을 기획할 때 좋았다. 바벨을 들거나 싸이클을 할 때는 근력과 체력이 좋아진 것도 느껴졌다. 단점은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가끔 든다는 정도.


160일, 이 애매한 시점에 이렇게나 긴 글을 쓰는 이유가 있다. 다시 술을 먹기로 결정해서다. 일신상의 큰 변화가 생긴 게 핑계다.


금주령 해제,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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