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식일기] 하남돼지, 하남

돼지고기의 '어나더 레벨', 명이나물과 머스터드의 천상계 조합

by 김고로

수원에서 제호탕으로 더위를 다스린 후 우리는 성남을 거쳐 하남으로 향했다. 강릉에 거주하기에 커다란 광역버스를 타 볼 일이 없는 우리는 처음 타보는 2층 광역버스에 신난 이쁜 그녀의 즐거움과 함께 하남으로 향했다.


지나가는 길에 가천대학교의 정류장이 크게 있음으로 보아 평소에 이용객들이 꽤 있겠다 싶은 버스, 광역으로 먼 거리를 금방 달려서 도착한 하남. 근처 남한산성과 가깝다는 특이점 외에는 하남에 대해서는 무지한 김고로가 굳이 하남에 온 이유가 뭘까.


첫째는 같은 회사에 근무하면서 친해진 동료 직원 부부와 식사를 하기 위해서이고, 둘째(라고 쓰고 진짜 목적이라 읽는다)는 전국적인 돼지고기 프랜차이즈인 '하남돼지'의 본점에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김고로가 거주하는 강릉에도 하남돼지의 분점이 영업을 하고 있지만 굳이 하남의 본점까지 가고 싶은 이유는, 그래도 본점이 제일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남돼지'는 하남에는 스타필드 분점과 코스트코 맞은편에 자리한 본점이 있는데, 직장 동료와는 본점에서 보기로 했다.


평소에는 식사를 하기 위해서 줄을 서야 하기도 한다던데, 김고로가 방문을 했던 날은 평일의 저녁이기에 수월하게 입장해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입장을 해서 자리를 잡으니 '장군시오야끼'에서 보던 살짝 기울어진 고기구이 불판이 테이블의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검은색으로 사방이 이루어진 내부 장식에 외부와 경계를 둔 벽들만 통유리로 된 모습. 가게 구석에는 커다랗게 '초벌실'이라는 명패를 달고 통유리로 된 방 안에서 지옥 같은 화염이 뿜어져 나올듯한 널찍한 초벌구이 그릴에 거뭇거뭇한 그을림이 너울거린다.


냉삼겹을 제외한 모든 고기구이 메뉴들이 초벌작업을 거치고 손님 상에 나온다는 안내문이 있으니 고기가 식탁 위에 올라온 이후에는 생각보다 빠른 식육을 할 수 있겠다 기대하는 김고로였다.


고기의 품질과 맛에 자신 있는 고깃집들이 으레 그러하듯, 하남돼지의 기본적인 상차림도 그와 다르지 않다. 이 집의 유명세를 이끈 명이나물과 호스레디쉬 겨자, 부추무짐, 김치, 쌈장과 마늘이 고기맛을 뒷받침하러 지원을 나온 인원들의 전부다.


하남여행 하남맛집 동네맛집 하남돼지 명이나물 하남코스트코 하남스타필드 하남돼지본점 돼지고기.jpg 여기에 고기와 함께 나오는 갈치속젓이 추가된다
하남여행 하남맛집 동네맛집 하남돼지 명이나물 하남코스트코 하남스타필드 하남돼지본점 돼지고기 8.jpg 호스래디쉬 머스타드가 주 재료로 추정되는 하남돼지의 겨자, 이게 요물이다


"어딜 가나 고기 맛있을 것 같은 집들은 밑반찬이 검소하네."


"그런 것 같아."


"우리 동네에 콜롬보식당도 그렇고, 태백에 있는 연탄구이집도 그랬잖아."


지난날에 이쁜 그녀와 방문했었던 맛 좋은 고깃집들의 맛을 회상하며 김고로는 동료와 함께 먹을 모둠고기를 주문한다. 목살, 삼겹살과 갈빗살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단다, 이보다 더 가격이 높고 가브리살과 항정살을 주는 메뉴도 있지만 가브리살과 항정살은 이미 부위만으로도 맛이 좋은 부위이니 일반적인 부위로 객관성을 좀 가져가볼까.


김고로는 주위를 둘러본다, 저녁 6시 반이 넘은 시간이라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한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식탁에는 호출벨은 없지만 많은 직원들이 분주하게 손님사이를 돌아다니면서 테이블마다 손님들을 챙기기 위해 세심하게 살피고 그들의 가슴과 등에는 '하남돼지'의 높은 자존감을 얘기하는 문구들이 새겨져 있다. 대략적으로는 '돼지고기로는 우리를 이길자가 없다, 맛으로 승부해라.'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직원들의 태도나 손님을 응대하는 분위기도 자신이 일하는 식당과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해서 개인적으로 보기 좋았다.


우리의 고기를 책임지기 위한 직원이 와서 초벌 된 목살과 삼겹살을 현란한 손놀림으로 고기를 뒤집어가며 구워준다.


하남여행 하남맛집 동네맛집 하남돼지 명이나물 하남코스트코 하남스타필드 하남돼지본점 돼지고기 2.jpg
하남여행 하남맛집 동네맛집 하남돼지 명이나물 하남코스트코 하남스타필드 하남돼지본점 돼지고기 1.jpg


"고기 이제 드셔도 됩니다, 함께 나온 명이나물에 싸서 겨자를 살짝 올려 드셔보셔요."


식당에서 음식을 맛있게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식당 직원의 조언을 귀담아듣기이다.


"예, 감사합니다."


김고로, 이쁜 그녀를 비롯한 동료직원 부부인 S씨와 K씨는 커플로는 처음 만나는 자리인지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소소하게 나누면서 식사를 시작했고 그 와중에 김고로는 자신의 미식 '영역'을 '전개'했다.


처음은 목살부터 시작이다, 하남돼지에서 추구하는 '적절한' 두께로 정형된 고기인데 손가락 한마디보다 약간 더 얇은 정도이다.


고기를 입으로 가져가면서 초벌 되며 발생된 고기의 훈연향이 코로 훅 치고 들어온다, 직원에게 부탁해서 일부러 완전히 익히지는 말고 미디엄 정도로만 익혀달라고 했기에 약간의 붉은빛이 돌아서 더 먹음직스럽다.


우적우적


그릴에서 거뭇거뭇함을 살짝 묻히고 왔지만 오히려 보기 좋다, 바삭한 겉면이 어금니들에 맞부딪치며 쪼개지고 속살이 드러나며 으스러진다. 쫄깃하고 푹신한 육질이 부드럽게 찢어지고 고소한 육질이 계곡물처럼 흘러나온다.


김고로는 육즙이 혀에 닿는 미묘한 감각을 더 느끼기 위해 눈을 감는다. 머릿속에는 고소하며 눅진한 붉은 과즙이 터지는 상상만이 떠오른다, 고깃결 사이사이에 수분감이 충만하다, 이것이 바로 돼지고기의 과즙, 아니 '육즙미'.


"와우, 고기가 입에서 거의 녹는데. 얼른 드셔보세요."


하남여행 하남맛집 동네맛집 하남돼지 명이나물 하남코스트코 하남스타필드 하남돼지본점 돼지고기 12.jpg


김고로는 자신의 앞접시로 명이나물을 가져와 목살을 올리고 겨자를 올린다. 일반 겨자보다는 색이 연하며 상아빛이 난다, 그냥 겨자가 아니고 호스래디쉬가 들어간 겨자가 아닐까.


달착지근한 장아찌간장에 담가져 있던 명이나물의 달콤한 맛이 아삭거리면서 연하게 씹히면서 전채 요리의 역할을 하고 뒤이어 메인 디쉬인 목살 스테이크가 거칠거칠한 겉면을 들이밀며 푹신한 속살과 육즙을 터트린다. 거기에 겨자에서 알싸한 향기와 맛에 고소함을 뿌린다, 우유와 같은 유지방의 고소함이 명이나물의 달콤함 그리고 고기의 풍미와 어울려 깔끔하고 오래가는 마무리.


하남여행 하남맛집 동네맛집 하남돼지 명이나물 하남코스트코 하남스타필드 하남돼지본점 돼지고기 11.jpg


"와, 명이나물에 겨자를 올려먹으니까 환상이네. 달콤하면서 육즙이 터지고, 고소함과 부드러움이 끝까지 이어져."


"저는 하남 살면서 여기 하남돼지 처음 와 보는데, 무지 맛있네요."


하남 시민이면서 아직 하남돼지에는 와볼 일이 없었던 S, K 커플이 고기맛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들의 말에 십분 공감한다, 이쁜 그녀와 김고로도 강릉에 살지만 짬뽕순두부나 초당순부두를 먹어본 일이 손에 꼽히니까. 애초에 특산품을 개발하는 일은 본토 거주민들보다는 관광 및 수익자원을 생성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본다.


하남여행 하남맛집 동네맛집 하남돼지 명이나물 하남코스트코 하남스타필드 하남돼지본점 돼지고기 4.jpg
하남여행 하남맛집 동네맛집 하남돼지 명이나물 하남코스트코 하남스타필드 하남돼지본점 돼지고기 3.jpg


그 이후로는 삼겹살을 맛보는 김고로, 육즙이 고기사이에서 터지면서 지방으로 인한 쫄깃함이 두 배이고 갈빗살도 부드러움의 극치를 달려 한 점 한 점을 먹는 일이 아쉬울 정도이지만 지방의 맛보다는 고기의 씹는 맛이 더 좋은 목살이 김고로와 이쁜 그녀의 가장 좋아하는 부위가 되었다.


하지만 식사는 혼자만의 미식을 위한 일이 아니므로 김고로는 모둠한판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정말 맛있는 고깃집은 상추에 마늘을 넣고 쌈을 싸는 일이 아쉬울 정도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쌈채소와 모둠버섯을 주문하기는 했지만 처음 주문 이후에 추가적으로 이들을 주문하는 일은 없었다. 명이나물과 겨자소스는 줄기차게 식사 끝까지 주문했지만.


김고로가 하남돼지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은 명이나물과 겨자소스, 잘 구워진 고기의 삼박자가 조금의 오차도 없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미식의 화음.


명이나물의 달콤함과 아삭거리는 식감에 쫄깃하고 말랑말랑 육즙을 터트리는 고기, 그리고 알싸하지만 부드럽게 고소한 겨자소스의 견과류 혹은 유지방과도 같은 마무리로 깔끔한 입안 정리.


평소에는 마늘을 구워서 쌈장과 함께 고기를 싸 먹는 행위가 일반인 김고로의 '육식' 식사이지만 이미 완벽한 조합을 갖추어 나온 하남돼지에서는 상추와 마늘과 쌈장에 고기를 먹기는 가슴 아프게 아깝다. 만에 하나 명이나물과 겨자소스가 없었다면 김고로는 그 아무것도 곁들이지 않고 고기만 주구장창 마셨음이 분명하다.


하남여행 하남맛집 동네맛집 하남돼지 명이나물 하남코스트코 하남스타필드 하남돼지본점 돼지고기 5.jpg


그래도 배가 완전히 부를 때까지 고기만 먹기는 조금 아쉽기에, 된장찌개가 일반인 다른 고깃집과는 다르게 고추장찌개가 식사류로 있음을 발견하고 주문해서 다 같이 나눠먹었다. 집에서 직접 끓인 고추장찌개가 아니라 식당에서 돈을 주고 사 먹는 고추장찌개는 처음인 김고로이지만, 하남돼지의 고기 품질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심지어 찌개에 들어간 고기조차도 입에서 살살 녹는다.


하남여행 하남맛집 동네맛집 하남돼지 명이나물 하남코스트코 하남스타필드 하남돼지본점 돼지고기 9.jpg 고추장찌개에도 같은 품질의 '한돈'이 사용된다


'여기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 그대로 행하는구나. 고깃값이 다른 곳보다 비교적 높기는 해도, 고기맛의 차원이 달라.'


김고로는 강릉에 있는 하남돼지의 분점은 맛이 어떨까 생각하며, 본점과 비교해보고 싶어졌다. 같은 프랜차이즈라도 운영하는 사람이 다르면 본점만큼의 맛을 표현하지 못하는 곳도 있으니 말이다.


김고로는 하남 스타필드에서 디저트를 먹으며 커플데이트를 이어가기로 하고 하남돼지에서의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쳤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