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순전한 우연이었다. 십년도 훨씬 전에 인도여행에서 만났던 사람을 다시 마주치게 된 것은.
이름도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묵은 기억 속에 묻혀있던 이 인물은 오로지 그 사람 특유의 공기 중으로 배어나오는 정서로 실제에서는 겪은 바 없는 친밀한 사이가 되어 다가왔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것들을 짚어주고 친절하게도 하나하나 상세히 알려주었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사실 우리가 꽤 오랫동안 이런 사이였던 게 아니었을까하는 의심이 들었다.
2.
처음 가 본 작은 갤러리였다. 낯설지만 기둥 뒤로 익숙한 얼굴이 반쯤 가린 채 드러난 것은 그 장소에 도착해서 불과 오분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십년도 훨씬 넘게 지난 세월이지만 서로를 단박에 알아보았다. 특유의 인상과 개성은 그의 얼굴 안에 뚜렷이 간직되어 있었다. 직접적으로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님에도 심상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미소를 감추지 못한 채 끊임없이 웃어댔다. 동시에 나는 그의 이름을 떠올리려 무던히 애를 썼다. 그 시절의 시간만이 눅진하게 우리를 에워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