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기다리세요? 하락장이요
[경제적 자유를 찾는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주식 투자자가 거시적인 관점에서 경제를 바라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기업도 경제 주체 중 하나이므로 경제 상황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국가 간 분쟁, 질병, 정치적 이슈, 기후변화, 경제위기 등은 개인의 소득 수준이나 소비심리, 물가 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기업의 이익과도 직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제 상황이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중에서 언제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개별 기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므로, 경기가 좋을 때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주식 투자를 하기 좋은 시기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시장에 걱정과 우려가 만연할 때입니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은 투자를 유리하도록 만들어줄 매우 큰 두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거품 없는 가격과 큰 수익률입니다.
자산에 대한 수요가 과도하게 증가했을 때, 그 자산은 실제 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거품이라고 부릅니다. 거품이 있는 자산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제 값보다 비싼 가격에 사는 것은 손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문제는 사람들이 기업의 가격에 거품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내기가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입니다. 거품의 유무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투자자는 이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채로 섣불리 매수를 하고 마는데, 경제 상황이 좋은 시기에는 주가에 거품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식에 대한 수요가 늘기 때문입니다. 증가한 수요는 가격 상승을 만들고 이는 다시 투심으로 이어져 수요를 더욱 증가시켜 더 큰 거품을 만듭니다. 이런 시점에는 경험이 많지 않은 투자자가 전혀 주식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가 주변이나 미디어에서 투자로 성공한 사례가 많이 보일 때 솔깃하는 마음에 투자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승기에 남을 따라가는 투자는 이미 상승한 가격에 매수하는 것이므로 주가가 오르더라도 수익이 크지 않으며, 상승세가 하락세로 전환되어 거품이 빠지는 과정에서는 하락폭이 매우 클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반대로 위기나 침체 등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는 투자금액을 줄이거나, 투자 자체를 회피하려는 소극적인 투자자들이 늘어납니다. 기업 이익 감소와 주가 하락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불경기로 인해 시장에 공포가 만연해지면, 주식 시장에 풀려있던 많은 자금들은 대거 이탈하게 되고 자연히 주식에 대한 수요는 줄어듭니다. 이 시기엔 하락에 대한 두려움에 투자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해보면 투자에 대한 사람들의 욕심이 줄어 거품이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거품 없는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해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에는 본질적인 기업의 가치와는 관계없이 다 함께 하락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이때 위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거나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버텨낼 수 있는 튼튼한 기업을 찾아낸다면 좋은 투자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거품이 빠지는 것을 넘어 기업 가치 대비 주식 가격이 저평가되어있는 상황이라면, 경기가 회복되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수익을 누리게 됩니다.
축제날 전통시장에 가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모입니다. 이런 날 맛집이라고 알려진 유명한 식당에 가면 대체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가게 앞 대기줄은 길게 늘어져 1시간 가까이 웨이팅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없이 바쁘게 일하는 점원에게는 친절함을 기대하기가 어려우며, 평소라면 사 먹지도 않을 가격에 바가지를 쓰기 딱 좋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음식이 맛이 있더라도 좋은 기억을 남기기가 어렵습니다. 반대로 비수기, 그것도 사람들이 잘 찾아오지 않는 평일 낮시간대에 식당에 가면 어떨까요? 합리적인 가격에 친절한 점원들이 정성 들여 준비한 식사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법입니다. 스스로 합리적인 투자자라고 생각한다면, 유행처럼 너도 나도 살 때가 아니라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시기에 좋은 기업을 찾고 투자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