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를 찾는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장기투자의 이미지는 매우 편안한 느낌인 것 같아 보입니다. 주식을 매수한 다음 오래 가지고 있기만 하면, 자신이 원하는 수익률에 도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죠. 하지만 이는 실제로 장기투자를 해보기 전까지의 막연한 생각일 뿐입니다. 장기투자를 하기로 마음먹고 직접 투자를 해보면, 투자를 지속하는 기간 동안 IMF, 글로벌 금융위기, 무역전쟁, 팬데믹, 금리 인상, 전쟁 등과 같은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변수들을 수도 없이 만나게 됩니다. 그런 순간마다 흔들리지 않고 투자한 기업을 믿으며 버티는 것이 장기투자입니다. 실제로 장기투자를 해본 투자자들은 생각보다 장기투자의 난이도가 높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사놓고 수면제를 먹으면 된다는 식으로 간단히 이야기하지만, 장기투자가 말만큼 쉬운 투자는 아닙니다. 기업에 대한 믿음과 굳은 의지가 없으면 버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주식을 매수하고 잊어버려야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고 투자를 시작했더라도, 적지 않은 금액을 넣어둔 데다 위아래로 크게 움직이는 차트를 보고 있으면 슬슬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주가가 계속 위아래로 움직이네. 저점에서 사고 고점에서 팔았으면 금방 돈 벌었겠는데?'
단기투자, 흔히 말하는 단타의 유혹이 찾아오는 것입니다. 계획대로 투자를 잘 이끌어나가다가도 이런 유혹에 솔깃하는 투자자들이 매우 많습니다. 성공이 단기간 내에 가져다주는 이득이 매우 탐스럽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뉴스나 커뮤니티를 보면 단기 투자에 성공해서 은퇴를 하였거나, 빚더미에 앉아있다가 그것을 모두 갚고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등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접하다 보면 10퍼센트 남짓한 내 주식계좌의 수익률은 매우 초라해 보입니다. 이에 따라 주식차트에 있는 단기간의 변동성을 모두 이익으로 전환해 보려는 욕심이 자꾸만 투자자의 마음속에서 고개를 드는 것입니다. 그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고 단기투자에 손을 뻗습니다. 미디어에서 보았던 성공적 결과들을 생각하며 혹시 나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단기투자로 돌아서는 순간 계좌의 수익률은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같은 종목에서 투자의 방식만 바꾸었는데도 말입니다. 왜 이렇게 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단기 투자와 장기 투자가 전혀 다른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주식 가격의 단기적인 변화는 투자자들의 심리로 인해 발생하고, 장기적인 가격 변화는 기업의 내재 가치 변동에 의해 발생합니다. 단기 투자를 했다는 것은 기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리에 투자를 했다는 뜻이고, 장기 투자를 했다는 것은 주식의 본질인 기업의 가치에 투자를 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일한 주식을 선택했지만 완전히 새로운 자산에 투자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것이 장기투자와 단기투자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사람들의 심리와 기업의 내재 가치 중에서 어떤 것을 예측하는 편이 성공의 확률이 높을까요? 기업의 가치 변동은 영업 실적이나 아이템, 재무상태 등의 다양한 근거 등을 통해 합리적으로 추측해 볼 수 있지만, 단기간에 수시로 변화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예측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 않던가요. 같은 이슈를 놓고도 어떤 날은 주가가 오르고, 어떤 날은 주가가 떨어집니다.
화려한 트레이딩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트레이더들의 계좌를 보며 '나도 노력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운동선수들만큼 노력한다고 해서 모두 다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노력과 함께 그 분야와 관련된 재능도 필요합니다. 단기 트레이딩도 마찬가지인데, 이 역시 재능의 영역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 재능이 자신에게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지 않고 함부로 덤빌만한 영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스스로 생각해 보았을 때 자신이 단기투자에 대한 재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우량한 자산에 장기 투자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여유를 갖고 긴 호흡으로 투자한다면 스트레스 없이 높은 확률로 만족할 만한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장기투자자는 버릇처럼 수시로 핸드폰 속 주식 차트를 들여다볼 필요가 없습니다. 날마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주가를 신경 써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성공적인 투자의 마무리는 내가 생각하는 자산의 가치보다 가격이 더 높을 때 만들어집니다. 1주일이든, 1년이든, 10년이든 주가가 기업 가치를 따라잡을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장기투자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좋은 기업을 골라 투자했다면, 나머지는 기업에게 맡기면 될 일입니다. 그 기업을 바라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눈치 보며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물고기를 잡을 때, 물속에 뛰어들어가 물고기를 쫓아다니며 작살을 연신 찍어대는 것보다는 물 밖에서 미끼를 끼운 낚싯대를 던져놓고 입질이 올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는 편이 훨씬 쉽습니다. 특별한 재능이 없는 우리 같은 투자자들에겐 지루하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