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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바람 Jun 27. 2022

수불석폰(手不釋phone)

스마트폰 중독에 관하여.


机不离手(jī bù lí shǒu)-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않다

手机依赖症(shǒu jī yī lài zhèng )- 핸드폰 의존증

对手机上瘾(duì shǒu jī shàng yǐn)- 핸드폰에 빠지다


언제부터인가 내 손이 닿을 만한 거리에 늘 핸드폰이 있다. 책이나 신문을 볼 때도, TV를 볼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정말 위험하지만- 운전하다 신호에 걸렸을 때에도 어느 순간 핸드폰의 화면을 쓱쓱, 넘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책의 내용은 띄엄띄엄 생각나고 드라마 내용은 뒤죽박죽이 된다.


내 핸드폰은 진동모드로 설정되어 있다. 카톡이나 문자 같은 연락에 얽매이고 싶지 않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서라고 하면 너무 솔직할까? 이러면 좀 멋있고 쿨해 보이니까.

그러나 애석하게도 날 찾는 연락은 그리 많지 않다. 이제는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라서 온종일 핸드폰을 방치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진동 모드로 설정한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나는 사람들의 문자에 빠르게 회신을 보낸다. 핸드폰이 늘 손에 있다 보니 단순한 게임이나 목적 없는 웹서핑 기계적으로 반복 때도 많다.


탁구칠 때,

청소할 때,

친구와 수다 떨 때,

낮잠 잘 때,

그나마 핸드폰과 멀어질 수 있는 시간이다.


 상황이 이럴지인데, 아들이 잘 시간이 되었는데도 카톡을 하고 있으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한다.


- 아들, 수불석권(手不釋卷)이라는 사자성어 아니? 넌 수불석폰(手不釋phone) 이구나.


양심도 없는 엄마 같으니라고.

또다시 꽃게 아줌마의 愚를 범하고 만다. 아들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실상은 나 자신을 향한 비난이다.


수불석폰 이라는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핸드폰을 내가 있는 곳이 아닌 다른 장소에 둔다. 내가 주방에 있으면 핸드폰은 거실에, 내가 거실에 있으면 핸드폰은 컴퓨터 방에 놓는다. 하지만 잠깐 방심한 사이, 어느새 나는 핸드폰 곁으로 가 있다.


방법이 없을까?

이 난국을 타개할 신박한 해결책은 과연 없는 걸까?


不管是白天还是晚上,只要一有空闲都会忍不住刷着手机。

낮이고 밤이고 틈만 나면 저도 모르게 핸드폰 화면을 넘기고 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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