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이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과. 난 멀어졌다.
집안에 계속 있었던 코로나 시기와 사춘기 시기가 겹쳤을 때도
별 탈 없이 지나갔는데.
결국 나와 아들의 사이가 틀어졌다.
나 때문이다.
결국 성적 때문이다.
성적 때문에 아이를 잡는 부모를 하찮게 여겼던 내가
더 추한 모습으로 아이에게 퍼붓고 아이의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
역시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살았어야 했는데.
간간히 들려오는, 직접적으로 들어버린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딸이 받아버린 놀랍도록 찬란한 성적에
난 참지 못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1학기 전체 성적이 나왔을 때
우리는 다짐했었다.
더 해보자고. 처음이니 그럴 수 있다고.
따끔하게도 혼냈다. 아이가 상처받지 않을 정도로.
더 분발하라고.
독려도 잊지 않았다.
네가 열심히 한다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거 다 도와주겠다고.
맛있는 밥. 엄마가 책임지겠다고.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재택근무를 하는 나는 거실에서 아이는 방에서.
고등학생이니 매시간 하는지 보는 것도 이상하고,
나도 일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엔
아이가 뭘 하는지.. 집중을하는지.. 알 수가 없기에.
그렇게 여름방학이 지나갔다.
그리고 내 고등학교 시절 친구를 만나고 온 그날...
그날이 문제였다.
친구 딸아이의 성적을 듣고 난 일주일간..
부글부글 뭔가 끓어올랐지만. 내 아이를 향해선 안 된다고 나름 다잡고 있었다.
그러다 터져버렸다.
여름방학 내내 붙잡고 있던 과학 과목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문제를 출력해 건넨 날.
하아.
마지막 잡고 있던 이성의 끝이 '툭' 하고 끊어져 버렸다.
그리고 난 거침없이 아이를 몰아쳤다.
네가 뭘 했냐고. 네가 이러고도 열심히 했냐고 말할 수 있냐고.
정신 차리라고.
여타의 엄마들이 하는 그 레파토리가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난 고상한 엄마라 생각했다.
아이를 다그치지 않아도 잘 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 또한 다를 바 없었다.
그날 이후
아이는 나에게서 완전히 돌아섰다.
더는 나를 보고 웃지도 먼저 말을 걸지도 않는다.
나도 아이를 보고 더 붙들지 못한다.
비상이다.
나 때문에. 아이가 돌아섰다.
나는 어떻해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