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마다 브런치에 한 편의 글을 올리려고 했었다. 쓰는 즐거움을 온전히 느끼고 싶기도 했고, 그동안 경험했던 책 모임의 기록들을 조금씩 남겨놓고 싶었다. 바로 떠오르는 에피도 몇 가지 있었고 글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쓰는 내내 충분한 만족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아이들의 방학! 3주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의 방학이었음에도 그사이 일상의 루틴이 완전히 깨져버렸다.
글을 쓰겠다고 마음 먹고 바로 책상에 앉아 시작할 수 있는 날은 거의 없다. 나같은 경우엔 보통 며칠 내내 머릿속으로 글을 쓰다 마감 며칠 전부터 노트북 앞에 앉기 시작하는데 글감을 떠올리기 가장 좋은 시간이 바로 혼자 걷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8월은 산책하기 가장 어려운 날씨인 한여름, 거기에 아이들의 방학까지. 그러니 지난 3주간 아무것도 쓰지 못할 이유는 나름 충분했다. 주절주절 핑계를 만들었지만 사실은 그냥 쓰기 싫었다. 쓰는 일이 어려웠던 것이 아니라 이유 없이 쓰기 싫은 날들이 더 많았다. 그 덕에 이사 후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 해 주방 식탁에 올려둔 노트북 화면엔 기름만 덕지덕지 붙게 되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한 번 손을 놓기 시작하니 쓰는 일을 자꾸 모른척 하게 되었다. 월요일마다 10편까지는 꾸준히 올려 보겠다고 약속드렸던 선생님 생각이 날 때면 뜨끔, 누군가 브런치에 글을 발행했다는 알람이 오면 괜히 또 뜨끔! 그와중에 새로 올라온 글들은 읽고 싶으니 알람이 뜰 때마다 가느다랗게 실눈을 뜨고(아니, 왜 눈은 제대로 안 뜨고 읽는 거지) 읽고 후다닥 어플을 덮어버리기 일쑤였던 날들을 보냈다.
누가 시켜 4년째 책 모임을 가고, 2년 동안 글방에서 글을 쓴 건 아니었다. 그러니 반대로 생각하면 언제 그만둬도 말리거나 뭐라 할 사람도 없다는 것. 그런데 참, 어떻게든 이 끈을 계속 잡고 싶었다. 쓰지 않는 몸은 어느때보다 편했지만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
'초심'이란 단어가 나에게 어울리는 말인진 모르겠지만 쓰지 않는 동안 가장 많이 생각난 건 4년 전의 나였다. 누구보다 열심히 읽고 싶었던 (그땐 쓰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 마음 하나가 나를 이곳까지 이끈 건 분명한데 그 마음에 여러 마음들이 더해져 나름의 한계점에 다다른 듯도 했다.
아이들만 키우느라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 나, 며칠 내내 강좌 공지만 반복해서 읽다 용기를 끌어모아 겨우 댓글 하나 달았던 나, 간절하게 모임 신청서를 쓰던 밤들, 빼곡하게 노트를 채우며 필사를 하고 모임 과제를 준비하던 날들, 어느 하나 생생하지 않은 순간이 없다. 여전히 책 모임에 참여 하고 있지만 괜시리 그리운 그때 그 마음들.
<나의 첫 시작, 독서 모임 강의 신청 댓글.>
<얼기설기 쌓인 그동안의 모임 자료들>
둘째 아이가 주로 쓰는 작은 앉은뱅이 테이블을 들고 나와 거실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올려두곤 알콜솜과 마른천으로 화면을 깨끗하게 닦았다. 이렇게 쭈그리고 앉아서도 쓴 글이 몇 편은 되지만 내 자리를 정해둬야 할 것 같아 거실에 둘 작은 테이블을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