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이상하리만치 잠이 오지 않았던 일주일의 끝자락이다. 이번주는 좀비가 된 것 마냥, 축 쳐져서 걸었다. 지하철을 타면 계단을 이용하려고 했는데 그럴 의욕도 들지 않아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는 내 자신에게 놀라며 실망했다. 실망도 잠시, 몸은 너무나 피곤하고 힘들었고 집에 오면 씻지도 않고 멍하니 누워만 있다가 무거운 몸을 일으켜 겨우 이만 닦고 잠자리에 누웠다. 하루 종일 피곤을 이겨내느라 긴장하던 몸이 자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쉬이 편해질 리가 없었다. 오히려 정신은 멀쩡해지고, 그다음 날이면 진짜 좀비에 가까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바로 이 상태를 나는 경계하고 있었다.
피로에 절어버린 머리는 때를 가리지 못하고, 모든 것을 귀찮게 생각하고 모든 곳에서 진지하게 굴어버렸다. 사람들에게도 호의를 베풀기는커녕 속을 쑤시는 말들만 해댔다. 눈가며 입가는 딱딱하게 굳어 퉁명스러운 표정만 짓고 있었다. 사람들과 소통할 때면 이런 하나하나가 너무 밉상이라서 나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오늘도 어제 그랬던 것처럼 집에 들어와 천장을 보고 누워 이 정도의 컨트롤도 되지 않는 나 자신에게 한탄하고 있었는데, 아무렇게나 펼쳐두었던 책에 시선을 뺏겨버렸다.
"마음속으로 통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그 뜻을 열어주지 않으며, 말로 표현할 수 없어 애태우며 답답해하지 않으면 말문을 틔어 주지 않았고, 한 귀퉁이를 들어주셨는데 남은 세 귀퉁이로 응하지 않으면 다시 가르쳐주지 않았다."
논어에 나오는 구절인데, 스스로 공부하고 애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글을 읽고 번뜩 생각이 들었다. 번아웃이 오는 것이 무섭다고 해서 내가 일이나 삶에 대한 게으름을 피운다면 내 인생은 이대로 정체되어 있지 않을까? 그럼 이 상황을 어떻게 타파해야 할까? 번아웃이 오지 않도록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거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피한다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결정이지 않을까. 공자의 말씀을 번아웃을 주제로 다시 써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더 알려고 노력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기 위해 애태우며 답답해하고, 나를 위한 투자를 위해 나의 마음의 제안에 응한다"
이 방식으로 번아웃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인터넷에 검색하니 번아웃을 이겨내는 방법 중에 "자연과 함께하기"가 있었다. 논어를 읽기 전까지는 집에서 누워 티비나 보려고 했지만, 읽고 싶어 했던 책 한 권을 들고 집 앞 공원이라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주면 추석이니 연휴 동안 깔끔하게 리프레시하고 다시 돌아가 건강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해야겠다.
아무렇게나 펼쳐두었던 책이영감이 되어 번아웃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하나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 열개의 우연을 만들어낸다"라고 하던윤정은 작가님의 말이 생각이 난다. 작가는 "다른 사람에게 글을 보여주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오늘의 발행에 너무너무 도움이 되었던 말이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첫 글을 발행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