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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포니아상도동 Jan 15. 2022

글을 시작하며

"우물쭈물 거리다 이렇게 끝날 줄  알았지" 

극작가 버나드 쇼(Bernard Shaw) 묘비명은 망설임이 아니라 두려움을 지적하는 것임을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꽤 오래전부터 글쓰기에 대한 바램이 있었다. 신년 버킷리스트에 '글쓰기 시작하기'를 적어둔 것도 4~5회다. 바쁘다는 핑계로, 뚜렷한 주제가 없다는 핑계로, 누가 읽어줄지도 모른다라는 핑계로 시작도 못했다.  망설임이였을까?  사실은 두려움이였다. 


'다른 사람들이 내 생각에 공감해줄까?' 

'내 글이 형편없어 보이면 어떡하지?'

'충분히 사고하지 못하고 뱉어내는 글이 누구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글쓰기가 무서웠던 이유는 '어떻게 평가될까?' 라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더 큰 두려움은 내 본연이 드러난다는 것이였다. 내 실력없음, 경험없음, 사고미숙 등등... 나를 포장하고 있는 허울들이 글쓰기를 하며 발가벗겨지게 될 것만 같았다.  마치, 화가들이 자화상을 그리며 가지게 되는 감정이 이런 것일까?  


21년 플래너의 마지막 페이지를 정리하며, 새해 버킷리스트를 만든다. 


"글쓰기" 


달라진 것은 없다. 나는 여전히 나이고, 실력없고, 경험없고, 사고도 미숙하고... 글쓰기는 여전히 두렵다. 그래서 망설여진다.  다만, 아주 조금의 용기가 생겼다.  "우물쭈물 거리다 이렇게 끝나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 또 다른 두려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자, 이제 커서를 전진시키자. 

거창할 것 없다. 화려할 것도 없고, 대단한 감동과 재미가 있지 않아도 된다. 

내 두려움 극복, 그 기록을 시작한다. 




참고: 

버나드 쇼의 묘비는 오역이다. 실제 묘비명은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이다. (출처: https://blizen.tistory.com/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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