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내 배에 주사를 놔요?!

난임병원 [체외수정 도전기!]

by 유담

'하루에 두 번이 나요? 일과 시간에요?'

저도 모르게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뭉텅이의 주사기들을 보며 내가 물었다.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난자량을 여러 개로 늘리기 위해 2주 정도 과배란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6시간 간격으로 하루 두 번 주사를 맞아야 하고, 다른 종류의 주사는 격일 아침마다 한 번씩 맞아야 한다.

그럼, 아무리 이른 시간이나 늦은 시간에 맞아도 한 번은 회사에서 맞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친절한 간호사님의 설명으로, 나 또한 보통의 직장인들처럼 아침 7시와 오후 1시를 택했다.

출근 전 냉장고에서 주섬주섬 주사뭉치를 꺼내어 숙련된 간호사마냥 주사량을 정하고,

내 배를 향해 조준하고, 쏘세요!

부쩍 늘어난 뱃살에 통증이 덜 느껴진다는 위안을 하며, 아이스보냉가방에 주사기와 알코올솜을 챙긴다.


회사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양치질을 하러 나서며 조심스레 보냉가방을 들고 뒤늦게 여성휴게실로 간다.

휴게시간이 끝나갈 무렵, 우르르 빠져나오는 직원들을 지나 휴게실로 들어갈 때면

의아스럽게 보는 사람들에게 답변할 말이 궁색하여 시선을 피하게 된다.


2주 정도 주사를 놓으며 몸무게가 3kg가 늘었다. 가끔 생길 수 있는 반응이라고 하는데, 안 그래도 울적한 일정에 늘어난 뱃살을 보니 기분이 더욱 처질 수밖에 없다.

몸에 무리가 갈 것 같다는 핑계로 운동을 하지 않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무기력해지고 울적해져서 움직임이 많이 줄어든 게 이유인 것 같다.


병원에 가는 일이 많아질수록 복귀해서 쌓여있는 일을 감당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체력이 달리고, 호르몬 주사를 맞다 보니 항상 배가 묵직하고 피로하다고 느껴진다.


인터넷에 다양한 후기를 보니 시험관 9차라는 이야기가 보인다. 이런 고생을 9번이나...? 한 번도 너무 힘든데, 한 번으로 끝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래도 나는 주사를 고용량으로 맞고 있으니 많은 난자가 채취되겠지? 그 희망으로 또 다시 아침 첫 기차를 탄다.


하지만 역시 아이를 갖는 일은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