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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카 Feb 18. 2023

둥지와 먹이

#지나가는말입니다

"서울에는 둥지가 없고 지방에는 먹이가 없다."


이제는 꽤 알려진 말이다. 누가 제일 먼저 말했는지는 잘 모른다. 대체로 서울에는 살 집이 없고 지방에는 일자리가 없다는 것을 에둘러 말할 때 쓰인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몸소 느낀 말이기도 하다.


초중고를 모두 부산에서 나왔다. 부산을 떠나고 싶었던 건 대학 입시 때부터였다. 첫 수능 이후 그 생각이 가라앉을 뻔도 했지만, 수도권에서 재수를 하면서 되려 더 강해졌다. 그때, 열아홉, 스물의 내 눈에는 부산이 그리도 좁아 보였다. 이 좁은 동네에서 평생을 살고 싶지 않았다. 초중고 12년 동안 한 곳에서 살았으면 한 번쯤은 다른 데서 살아봐야지, 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재수가 끝나고, 내 성적으로 갈 수 있고, 나름대로 등록금도 낮은 학교를 찾아 지도를 펼치고 부산과 가장 먼 서울에서부터 손가락을 짚어가며 대학을 골라 원서를 넣었고, 어찌어찌 집과 멀리 떨어진 곳의 대학에 입학했다.


졸업 후 잠깐 본가에 있을 때는 당연히 서울에서 일하는 것을 염두에 둔 채 취업을 준비했다. 물론 내가 선택한 직무 특성상 일을 배우기 좋은 곳이 서울이기도 했지만, 그 점을 차치하더라도 직무와 분야를 떠나 서울의 시장의 크기와 일자리의 개수는 지방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마치 모든 지방의 일자리를 합친 것보다 서울의 그것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지방에는 내가 먹고 자랄 먹이가 없었다. 그렇게 보였다.


많진 않지만 서울에서 알게 된 사람들 중, 본가에 살며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 그러니까 서울 토박이들이 있었다. 매일 한두 시간씩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것을 최대의 푸념으로 삼고 사는 그들을 보며,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부모님과 사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저 사람은 적금을 못해도 달에 나보다 50만 원은 더 넣겠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대학생 때는 자취가 곧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이제는 부러움보다는 연민이 담긴 시선을 더 많이 받는다. 그들은 나를 자세히는 몰라도, 적어도 자신이 쓸 수 있는 생활비가 나보다 더 많다는 것은 아는 눈치였다. 이래서 눈치 빠른 것들이란.


가끔 둥지가 그립다. 먹이가 없더라도, 둘 중 하나라도 충만하다면 조금 더 나아질까. 지금의 나는 둥지와 먹이 둘 다 없는 셈이다. 그저 기약 없이 둥지를 짓기 위한 나뭇가지만 모으고 있는 꼴이다. 그 둥지의 대략적인 크기조차도 가늠하지 못한 채.




이미지 출처 : 아이얼원, <나는 내가 잘됐으면 좋겠다>, 한수희 역, 유노북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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