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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카 Jul 16. 2022

인연

#시가 싫은 당신에게 #운문 에세이


시작부터 가벼운 인연은 없다

인연마다 그 깊이가 달라지는 속도가 다를 뿐이다



2022.07.16


홀로 타향살이 6개월 차. 이제는 만사가  귀찮다가도 사람이 그립다, 라는 생각이 드는걸 보면 나는 아무리 부정해도 어쩔  없는 외향형 인간인가 보다.


인생에 아무런 낙이 없다. 어떠한 이벤트도, 마음이 충만해지거나 스트레스를 분출할 만한 취미도 딱히 없다. 친구에게 반쯤은 장난으로 죽고 싶다고 말했다. 친구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했다. 그 말이 너무 상투적이어서 오히려 신선했다. 어이가 없어서 되려 마음이 괜찮아졌다. 


예전부터 나는 인간관계의 형태는 모두 같다고 생각했다. 그 형태는 하나의 ‘이다. 샘에 든 물이 마르면 그 관계가 끝나는 것이다. 다만  크기도, 물이 마르는 속도도 제각각이어서, 어떤 군가  사이 샘은 햇볕이 강하면 금방 말라버리는, 비 온 뒤 가에 생긴 작은 물웅덩이 정도인 반면, 다른 누구와의 샘은 거대한 댐과도 같아서 절대 마르지 않는다. 웬만큼 말라도 티가 나지 않는다.


어릴 때의 나는 그것이 웅덩이든 뭐든 샘의 개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개수가 많으면 마음 한 켠이 든든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크기가 작은 샘들은 눈 깜짝할 새 말라버렸다. 언제 말랐는지도 모르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사라지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샘의 크기와 깊이가 중요하다. 커다란 댐 같은 샘. 나는 과연 몇 개나 갖고 있을까. 사실 댐이라 굳게 믿었던 것들이 사실 모두 웅덩이라면, 나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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