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말입니다
흔히들 '코드가 맞는 사람'이 좋다고들 한다.
충분히 맞는 말이다. 사람과 사람 간에 대화가 통하려면 관심사부터 취향, 유머코드, 심지어 언어습관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소위 '코드'라는 것은 나열하고자 하면 수십 수백 가지가 있고,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선순위도 다른 법이다. 살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또 거쳐가지만, 성별과 나이를 떠나서 결국 곁에 오래 남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그 코드가 맞는 사람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수만 가지의 코드 중 서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어느 정도 일치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자, 감사하게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리고 그 생각은 최근 들어 점점 잦아진다.
어릴 때는 학교 등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며, 모두에게 사랑받아야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었지만, 한 명이라도 나를 싫어하거나 불편해하면 그쪽으로 과하게 신경을 곤두세웠다. 개중에는 내가 그 사람을 불편하게 했던 상황도 더러 있었겠지만, 정작 나를 돌아볼 생각은 미처 못하면서 혼자 종종거리기 일쑤였다.
그러다 나를 크게 돌아볼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그 후로는 서두에서 언급한 '코드'가 맞는 사람만을 찾아다녔다. 애초에 맞지 않을 것 같은 사람에게는 다가가지도 않았고, 다가오더라도 예의상의 대화에서 깊어지진 않았으며 내심 멀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은근하게 밀어냈다. 아마 그 시기가 살면서 가장 많은 대인 관계가 정리된 시기인 것 같다. 사람 자체가 싫다기보다는, 가까워졌다 멀어진다는 것이 아쉽고 싫어 택한 방식이었다. 돌이켜보면 그 또한 딱히 바람직하진 않았던 것 같다.
몇 번의 시행착오와 단계를 거친 후, 지금의 나는 이제야 비로소 코드와 상관없이 사람을 대할 줄 알게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느낌이 든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삶에서 이런 부분에서는 유독 스스로 객관화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좋은 티야 숨기기 힘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싫은 티는 숨길 줄 알게 되었다. 언제나 모든 사람을 '중립'으로 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반대급부로 나와 코드가 맞다고 생각되는, 오래된 인연들을 속으로 더 귀히 여기게 되었다. 사람을 많이 겪을수록 사람 간의 코드가 마치 개발의 영역에서 사용하는, 한 글자만 어긋나도 오류가 발생하는 진짜 'CODE' 같다는 생각이 점점 짙어지다, 그래서 지금 나와 맞다고 생각되고 비교적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을 더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샘솟게 된 것이다. 다만 그러면서도 그 소중한 사람들이 속해 있는 내 안의 영역 한 구석을 작게나마 열어두고, 그 문을 두드려 주는 사람을 환영하는 즐거움을 깨우치려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내 사람을 잃지 않으면서 나를 지키는 동시에, 새로운 사람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기에 알맞은 자세일지는 또 좀 더 살아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기준을 한 번 세우면 유지하되, 어떤 것도 쉬이 확신하면 안 될 것만 같다. 아, 언제나 사람이 제일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