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토 드롭 리프 테이블 (Aalto Drop-leaf Table) 구입기
최근에도 생산되고 있는 아르텍(Artek)의 새 제품과 빈티지 아르텍의 외관상 차이를 알게 되고, 시간을 머금고 잘 익은 자작나무의 색에 더 큰 매력을 느끼게 되면서 나는 빈티지 아르텍 제품에 집요해졌다. 그렇게 집요해지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파티나(Patina)라는 용어도, 연식에 따라 생산처에 따라 그 의미와 가치가 다르다는 것도 전혀 몰랐을 때였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집요해졌는지를 이야기해 본다면, 무엇보다도 최대한 많이 보러 다녔다. 예약을 해야 하는데 심지어 그 예약이 어려운 쇼룸도, 예약을 해야 하지만 비교적 예약이 어렵진 않았던 쇼룸도, 예약이 필요 없는 쇼룸이나 온라인 딜러들도 가리지 않고 찾아다녔다. 눈에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가능하면 소유하고 가까이서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아르텍에 혈안이 된 사람처럼, 아르텍이 보이면 앞뒤 가리지 않고 살 사람처럼 찾아다녔고, 질문했고, 답을 얻기도 했다.
이번에 얘기하려는 수집품도 그 집요의 과정 초기에 있다. A 쇼룸에 두 번째, 혹은 세 번째쯤 방문했을 때 나는 정시 입장을 위해 열린 문을 앞에 두고 멀찌감치 서서 무슨 가구가 있는지, 혹시 지난 방문 때 보지 못한 아르텍이 있는지 실눈을 떠가며 살펴보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찾아본 배경지식이나 이미지가 머릿속에 많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보고 있는게 아르텍인지 아닌지 사실 현물을 눈앞에서 보더라도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
마침내 눈앞에서 본 알토 선생님의 테이블은 빈티지 초심자의 눈에는 낯선 테이블이었다. 당시 쇼룸에 어레인지 되어 있던 체어65(Aalto Chair 65)와 세트인 것처럼 보였는데, 그 이유는 의자와 테이블 모두 당시에는 처음 봤던 깊은 바다색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표면 처리가 페인트로 되어있지 않았다. 나중에 설명을 듣고 리놀리움(Linoleum)이라는 것을 알았다.
테이블의 형태는 우리가 업무용이나 식탁으로 많이 사용하는 직사각형 테이블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커피 테이블 등으로 활용할만한 정방형 테이블도 아니었다. 사이드에 무언가 달려있었는데, 바로 확장을 위하여 접혀있는 테이블의 일부였다. 쉽게 볼 수 없는 모델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어떻게든 사고싶다고 마음먹었으나, 아뿔싸, 쇼룸에서 팔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소장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제품에 한해 판매 목적이 아닌 아카이빙을 위해 매입한 제품도 있다는 것을.
A에서 판매하지 않는다면, 판매하는 B를 찾아봐야지.
그렇게 또 한 번의 디깅을 거쳐, 나는 당시 국내에서는 (아마도) 유일하게 남아있던 알토 선생님의 블루 리놀리움 상판의 접이식 테이블을 구매했다. 형태에서 쉽게 유추되는 폴딩 테이블(Folding Table)이라는 이름으로도, 드롭 리프 테이블(Drop-leaf Table)이라고도 불리는 테이블. 공교롭게도 그 구매 시점 이후로 국내, 일본, 유럽 및 각종 옥션에서 동일하거나 컬러만 다른 유사한 제품들을 많이 만났다.
그래, 내 것이 유일할 수는 없지. 하지만 제일 오래 갖고 있는 사람은 나였으면 좋겠다.
이것이 100% 지켜질 수 없는 말임을 너무 잘 알지만, 나의 본격적인 빈티지 가구 수집에 앞서 항상 그런 마음으로 디깅을 하고 구입을 할 것을 다짐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