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행 Nov 22. 2024

9년 후, 쉼표 3

제3화. 첫 회사에서…

 3년간 교육 전공으로 다른 사람을 가르치며 쌓은 습관은 자연스럽게 어려운 개념을 쉬운 예시로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만들었다. 문제의 단어를 사전적으로 정의한 뒤, 상대가 자주 경험했을 법한 상황을 비유로 활용해 설명했다. 예를 들어, 좌뇌 우뇌 테스트에 나오는 회전하는 발레리나 그림을 보며 사람마다 다르게 인식되는 현상을 설명하곤 했다. 같은 그림을 보더라도 어떤 사람은 시계 방향으로, 또 다른 사람은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한다고 느낀다. 심지어 반회전만 반복한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다. 이는 동일한 자극을 보더라도 시선과 인식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수업 시간에 나는 발레리나의 발끝을 집중해 방향을 바꿀 수 있음을 발견했다. 발끝이 오른쪽 끝에 닿을 때 집중하면 반시계 반향으로, 왼쪽 끝에 닿을 때는 다시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 원리를 설명해 주었더니 동일한 경험을 했고, 이를 통해 관점의 변화가 이미지 해석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명확히 이해하게 되었다. 이 처럼 구체적인 예시와 설명은 상대방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다양한 관점과 풍부한 사례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기여하는지 이런 사례를 생각하며 활용하게 된 계기 사례가 되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명료한 한 줄 요약이 중요했다. 시간은 곧 비용이었고, 효율적인 소통이 필요했다. 대표님과 부장님께 직접 배운 이 접근 방식은 질문에 대한 본질적인 답변을 먼저 제공한 뒤 필요하면 사례나 설명을 보충하는 방식이었다. 처음엔 쉽지 않았다. 오랜 습관 탓에 질문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예시와 이야기를 덧붙이며 상대를 이해시키려 노력하곤 했지만, 회사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오히려 논점을 흐릴 수 있었다.

 나는 변화를 위해 글쓰기와 대화 습관을 바꾸는 반복 연습을 시작했다. 이메일을 작성할 때도 먼저 핵심 문장을 작성한 뒤, 뒤따르는 문장을 재배치하며 간결하게 표현하려 애썼다. 대화에서도 상대방의 질문에 대한 본질을 즉각 파악하여 중요한 내용을 먼저 말하도록 노력했다. 이런 노력이 쌓이자 상대방과의 소통이 훨씬 원활해졌고, 결과적으로 효율적인 대화 방식의 중요성을 체득할 수 있었다. 더불어 첫 시도가 어렵다고 노력하지 않으면 변화가 없으나,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커머스에서 해외의 물품을 도소매 하며 한국에서 판매했던 경험은 특히 실무적인 성장에 큰 영향을 주었다. 수만 개의 재고를 매일 관리하고 실시간으로 체크하려면 엑셀 함수와 단축키 사용은 필수적이었다. 단순한 작업도 단축키를 활용하면 마우스를 사용할 때보다 절반 이상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고, 이러한 효율성은 업무 성과에도 큰 차이를 만들었다. 이는 내가 야근을 할지 칼퇴가 될지 결정되기에 필사적으로 배우고 익혔다. 처음에는 단축키를 암기하며 실수를 반복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엑셀의 함수 작업을 통해 자동화된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고, 결국 직접 재고 관리와 물류 업무의 모든 과정을 직접 설치하고 운영할 정도로 능숙해졌다.

여기에 더해 자사몰뿐만 아니라 G마켓, 네이버스토어팜, 쿠팡 등의 다양한 소셜커머스 플랫폼에 물품을 등록하며 재고 관리 시스템의 핵심 역할을 맡았다. 각 플랫폼에서 재고가 정확하지 않으면 고객에게 품절 안내를 해야 했고, 이는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었다. 사방넷 같은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직접 재고를 실시간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였다. 이를 통해 꼼꼼한 관리의 중요성과 시스템 활용의 가치를 동시에 배우게 되었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며 직원 수는 3명에서 12명으로 늘었고, 제품 판매량도 증가했지만 스타트업의 현실은 쉽지 않았다. 초기에 잘못된 예측으로 일부 재고가 판매되지 않아 회사의 자금 흐름이 막히는 상황에 직면했다. 시장에서 제품의 인정을 받아 특정 색상과 사이즈는 품절될 정도로 잘 팔렸으나, 회사 초기에 어떤 색상의 제품과 사이즈가 어떻게 판매될지 예상하지 못해 구매되었던 제품들이 판매되지 않아 돈이 돌지 않아 경직되는 ‘돈맥경화’가 오게 되어 결국 급여 체불 상태에 이르렀다. 한쪽에서는 고객들이 물품을 구매하고 싶어서 대기줄이 늘어서 있는데, 판매할 물품을 한국으로 들여올 돈이 없어서 판매할 수 없는 답답함.. 그리고 그런 회사의 비전을 보고 남고 싶어 무급 상태로 일하는 직원들.. 이런 상황이더라도 하루하루 쌓이는 적자로 인해 결국 회사를 나갈 수밖에 없었다. 평생을 함께할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던 나의 첫 직장 생활은 그렇게 중단되게 되었다.


 퇴사 직전, 대표님과의 면담에서 회사 운영의 복잡성을 직접 느꼈다. 한 직원이 10시 출근인데도, 12시 넘어서 출근하거나 갑자기 아프다며, 반차를 사용하여 일정을 펑크 내는 직원에 대한 반차를 남발해도 유지했던 이유를 묻자, 그분은 입사할 때 국가 지원금을 받은 채용 조건 때문에 퇴사시키면 벌금을 물어야 해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는 답을 들었다. 그 이야기는 경영의 복잡성과 현실을 체감하게 해 주었고, 이후 내가 안정적인 직장을 선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첫 회사에서의 시간은 멈췄지만, 나는 교육이라는 임용고시 방향보다는 회사 쪽이 확실히 내가 원하던 삶과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임용고시를 떠올리지 않고 바로 이직에 대해서 준비했다. 그동안 열심히 했던 학점과 태도와 열정, 그리고 스타트업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일주일에 3곳씩 면접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많이 얻었다. 그래서 최대한 다양하게 면접을 보며, 면접에서 필요한 자기소개와 어필하는 방법과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에 대해서 배웠다. 그리고 한 달 만에 나의 두 번째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그곳은 자사몰과 소셜커머스 운영 했던 것처럼 사이트 내 회원들을 대상으로 광고 영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부서였다. 운영이라는 관점에서 유사한 점이 많아 자신감 있게 도전하고 붙을 수 있었고 실제로 가서도 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었다.


무엇을 얻었냐면….

작가의 이전글 9년 후, 쉼표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