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하고 행복한 직장생활 가능함? (9)

존버는 승리할거라는 믿음

by 하작가


존버는 승리할거라는 믿음


나의 지난 행적을 돌아보고 있자니 재미있으면서 괴롭다. 깜빡이도 안 켜고 아무 데나 마구 끼어드는 초보운전자의 블랙박스를 꺼내 보는 느낌이다. 유연함과 노련함은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 여전히 나의 직장 생활은 각종 부끄러운 시간을 수업료로 지불하는 과정이다.


회사라는 곳은 정말 지내기 쉽지 않다. 자주 화나게 하고, 답답하게 하고, 어떨 때는 협박까지 일삼는 험악한 곳이 바로 회사다. 아무리 친해지고 재미있게 지내보려 해도 마음 한 자락 열지 않는 철옹성같은 회사. 결국 내가 먼저 포기하고 발을 뺐으면서, 또 그런 회사에 굳이 들어가려고 오늘도 기를 쓴다.


직업상담사라는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서 아이러니하게 취업이 더 어려워졌다. 중이 제 머리 깎지 못한다는 말이 내게 정확히 적용되고 있었다. 국가 자격증 하나 취득했다고 취업처가 보장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관련 경력이 없기 때문에 진입장벽은 한없이 높기만 했다. 취업 시장 최대의 난제인 "신입에게 경력을 요구하는데 대체 우린 어디서 경력을 쌓나요?" 이렇게 또 한 수 배워간다. 인생 쉽지 않다는 걸. 그런 상황에서도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걸.




하염없이 각종 채용 공고를 섭렵하던 어느 날, 서울시에서 직업상담사 자격증 취득한 자들을 ‘시민 일자리 설계사’로 채용한다는 공고를 발견했다. 4개월간, 하루 6시간, 관할 지역 동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일자리였다. 조건을 따져볼 여유 따윈 없었다. 지원 서류를 서둘러 작성해 제출했고, 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제야 제대로 나의 전직이 이루어진 느낌이었다.


먼저 송파구청에 모여 간단하게 OT를 진행하고 정해진 동주민센터로 이동했다. 4개월간의 투명 인간 놀이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재미를 찾아야 했다. 일단 업무를 통한 재미는 찾기가 어려웠다. 직업상담사가 동주민센터에 근무하고 있으니, 일자리가 필요하신 분들은 와서 상담 받으시라는 공지는 전혀 되지 않은 듯했다. 즉, 일이 없다는 의미이다. 오히려 단순 육체 노동 지원을 부탁받을 때 마음이 편했다. 그 기회를 틈타 공무원분들과 이런 저런 스몰토크를 하는 게 작은 위안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나의 평생 숙원인 재미있는 직장 만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4개월간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것을 버티는 것뿐이었다.


흘러 흘러 현재 10년째 장기근속 중인 회사를 만나게 됐다. 무척 맘에 들고 누구나 다니고 싶은 꿈의 직장이라서 오래 다닌 것은 아니다. 회사가 다 거기서 거기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비율도 비슷하고, 매일 화나게 하고, 전투력을 상승시키고, 퇴사의 욕구를 매일 같이 품게 만드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나름 잘 지내고 있다.


궁금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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