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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향기마을 Dec 29. 2022

방주인이 왔으니...

나의 파라다이스

첫 휴가를 나온 아들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방주인이 왔으니 약간의 짐을 빼고 나는 조용한 장소를 찾아 조금씩 글을 쓰고 있다.


지난 가을 막내가 군에 들어간 후 그 방에서 전자책도 쓰고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영상편집도 하면서 자유로운 고독을 만끽했다.

이게 도대체 얼마만인가.

혼자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인지 까맣게 잊고 있다가 느끼는 안정감과 만족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대단했다.






결혼 후 한 번도 나만의 공간을 가진 적이 없었다.

남편과 함께 쓰는 방 말고 혼자 쓸 공간이 필요한지조차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아이들과 남편이 내 인생의 전부가 되었던 시절 나는 이렇게 사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러나 아픈 친정 엄마를 돌보느라 두 집을 합쳐 새로 이사하던 첫 날밤, 나는 그제야 더 이상 내겐 숨을 곳이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 진한 세월을 지나는 동안 나이가 들어가면서 혼자 있고 싶어질 때마다 영화관을 찾았고 도서관을 들러 잠시나마 나를 위로하곤 했다.

새로운 공부를 시작할 때에도 주방 식탁에서 시작하고 거실 한 구석의 책상에서 밤을 새웠다.

글쎄 나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육아와 일터를 종횡무진 오가는 세상 많은 엄마들의 공간과 시간은 보호받지 못하고 그럴 여유도 엄두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날카로워지는 신경과 늘 바쁜 일상에 우울한 마음, 마음 놓고 이야기할 곳 없는 사람은 자연히 약해질 수밖에 없다. 빈 말 한마디에 자신도 모르게 쏟아내는 눈물을 무슨 말로 달랠 수 있을까.

정말 그럴 때 조용하고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잠시라도 주어진다면 그리고 무언가를 시도할 만한 힘이 남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언젠가는 오겠지. 그런 날이.

그러면 마음껏 상상하고 몰입해서 뭐라도 해볼 텐데.


늘 이런 생각으로 희미한 꿈을 꾸며 지쳐 잠이 들곤 했다.






따뜻한 방에서 자고 있는 아들의 미소 어린 얼굴을 바라본다.

이 녀석이 그랬다.


엄마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

그러니 내가 제대할 때까지 목표를 정하고 마음껏 해보세요.


좋아. 내가 보여준다.

라떼의 엄마가 아니라 현실적이고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으로 꿈을 이루어 가는 여정을 낱낱이 보여준다.

아들의 한 마디가 이렇게 깊이 와닿는데 아들에게 나는 얼마나 어떤 존재일지 가늠이 되 않는다.


해서 나는 나의 파라다이스를 즐기며 더 즐겁고 창의적으로 달려볼 생각이다.


아들이 사회에 다시 나올 때까지 필히 내 공간을 만들고 이 즐거움을 이어나갈 야무진 계획도 세워본다.

그리고 깊은 사랑은 실전으로, 찬란한 꿈은 땀으로, 나의 가치는 매일의 성장으로 당당히 치러낼 각오를 새기며 새해를 준비한다.











#파라다이스 #방주인 #몰입 #공간 #시간  #팀라이트 #글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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