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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기 Apr 17. 2022

내가 지켜줄게 18

재개발지역 고양이들과 그들을 사랑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 남아 있는 아이들 -


에스펜은 오늘따라 새벽부터 노리나 허츠가 쓴 '고립의 시대'라는 책의 내용이 떠오른다. 최근 읽었던 책 중 마음 한 구석을 강하게 울렸던 책이었다.


허츠는 말하길, 코로나 19 바이러스보다 이 세상을 더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사람들을 고립시키고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고 있는 인터넷, 그중에서도 특히 SNS라고 한다.


외로운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보다 타인에 대한 공격성을 더 많이 갖게 되는데, 이들의 주 활동무대인 SNS에서 이런 특성이 잘 나타난다고 한다. 외로움이 스스로를 자신만의 세상에 더 가두게 되고 그럴수록 타인에 대한 맹목적 공격성이 더 커져간다는 말이다.


최근 이문냥이에게 있었던 온라인 상의 마음고생도 결국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에스펜의 마음 한 구석에 연민이라는 감정이 의도치 않게 올라왔다. 그놈의 사람에 대한 연민 때문에 결국 이런 일에 휘말리게 되었는데, 그런 마당에 또다시 자신을 공격한 사람들에 대해 이런 연민을 갖게 되다니...


문득 바라보게 된 자신의 속 모습에 대해 스스로도 참으로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헛웃음이 피식 나온다.


에스펜은 모든 것이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문냥이를 시작하게 된 것도, 우여곡절을 겪으며 여기까지 오게 된 것도... 여전히 이곳엔 남아 있는 아이들이 있고, 그들을 매일매일 돌봐야 하는 것도 모모와 자신이라는 사실까지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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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파사


무파사는 얼핏 보면 작은 사자처럼 보인다. 갈기가 있어 보이는 잘 생긴 외모를 스스로도 알고 있는지 늘 무파사는 높은 곳에 올라가 앉아 모두를 내려다보고 있다.



하지만 성격은 의외로 소심하다. 사람들에게 다가서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 아이 같다. 4살에서 5살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제는 보호소 환경에도 잘 적응한 듯 보이지만, 좋은 인연을 만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것이 모두의 바람이다.


옥상이


옥상이는 4살로 추정되는 여자 아이다. 마을이 재개발될 때 한 집의 옥상에 올라가 구해달라고 울고 있던 고양이다.



쉼터에서는 늘상 있는 듯 없는 듯 말썽 한 번 일으키지 않는 조용한 아이인데, 그때는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으면 그렇게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인지, 생각하면 기특하게 여겨질 정도다. 모모는 오늘도 보호소에 들어서면서 옥상이를 위해 기도의 마음을 되새긴다.


'신이 계시다면, 옥상이도 이제는 제발 행복의 충만함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여우


여우는 3살 정도로 추정되는 치즈 여자 아이다. 처음 보호소에 들어온 이후 얼마 전까지도 너무나도 소심해서 얼굴을 자주 볼 수 없었다.



역시 너무나도 소심한 유키가 최애 친구인 여우는 둘이 함께 해서인지, 지금은 아침마다 중앙홀 캣타워에 올라가 당당히 간식을 기다리곤 한다. 이곳 사람들과 친해진 것이다. 이제는 코인사를 잘하는 아가씨라고 불리기도 할 정도다.


꼬동이


꼬동이는 많이 아픈 아이였다. 현재 4살 정도로 보이는데, 처음 들어올 때는 잘 먹지 못해 가냘파진 몸매에 감기에 구내염까지 앓고 있었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후에는 자원봉사자에게 1년 동안 임보를 가게 되었는데, 그 덕분인지 꼬동이가 다시 보호소에 돌아왔을 때는 건강이 완전히 회복된 상태였다.

 


보호소에 다시 돌아온 이후 꼬동이는 전발치를 통해 구내염도 치료했고 이제는 위축되고 숨어 지내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대신 당당하고 의기양양한 고양이가 되어 있다.


공주


공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잘 생긴 남자 고양이다. 아마도 누군가 여자아이인 줄 알고 공주라고 지어주었던 것 같은데, 남자 고양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공주라고 부른다.



겁이 많아 혼자 집에 있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요즘은 다른 친구의 집에도 놀러 다니는 등 활발한 사화활동을 즐기고 있다. 언젠가는 더 좋은 집에서 공주가 아닌 왕자로 불리는 날이 오기를 오늘도 이문냥이 사람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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