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정치적 견해는 전문적이지 않다

나는 국어 수업에 과할 정도로 큰 자신감을 가지고 임한다.

학생들이 나와 내 수업을 이미 사랑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더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해 이래저래 머리를 쓰고 학생들의 반응을 살핀다. 지금도 잘 하는데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내 국어 수업은 좋은 수업이다. 내가 자평하기로도 그렇고, 동료 국어교사들에게 평가받은 바로도 그렇다.


나는 한문 과목도 수업한다.

해당 교과의 정교사 자격증이 없는데 수업하는 것을 '상치 교과'라 한다. 한문을 상치로 맡으면서 학생들에게 유익한 한편 재미도 있는 수업을 준비하려고 나름대로 공부를 하고, 자료를 찾는다. 그러나 내 한문 수업이 좋은 수업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내 한문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아주 재미있어 하지만, 웃었다고 해서 좋은 수업인 건 아니다. 교사라고 해서 모든 교과의 전문가일 수는 없다. 나는 한문 교과에서 비전문가이므로, 내 한문 수업이 좋은 수업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전문성이 없다.


나는 생활안전부장으로서 학생의 생활 지도를 총괄 담당한다.

그런데 초임 교사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느끼는 것은... 교사들의 생활 태도가 학생보다 딱히 우월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름이 되면 교무실 냉동고에는 얼음이 늘 비어 있다. 쓰는 사람은 많고 채워놓는 사람은 적기 때문이다. 문서 세단기는 파지함이 꽉 찼다고 삑삑 경보음을 내지만 아무도 먼저 파지함을 비우지 않는다. 문을 열고 파지를 꾹꾹 누른 후 내가 넣을 문서까지만 잘 갈리기를 기원한다. 그밖에도 자기 자리 정돈, 공용 물건 정리, 질서와 규칙 준수, 마음이 안 맞는 상대와의 대화 방식 등... 교사보다 차라리 학생이 더 나은 경우를 많이 보았다. 나도 그렇다. 나도 학생만큼 실천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학부생 시절에 생활 태도에 대한 공부를 대단하게 한 것도 아니다. 임용고시에서 생활 태도에 관한 내용은 중요도 높게 다루지 않는다. 나는 생활 지도 전문가가 아니다. 교사가 되었다고 해서 남보다 인격적으로 훌륭해지는 것도 아니고 저절로 생활 태도가 교정되는 것도 아니다.

내게 생활 지도 업무는 상치 교과처럼 자신 없다. 내 생활지도 때문에 우리 학교 학생들의 태도와 문화가 좋아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 생활지도가 좋은지 안 좋은지를 판단할 전문성이 없다.


하물며 정치에 관해서야.

교사가 된다고 해서 다른 사회인보다 정치적 식견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비전공 분야에서 교사의 전문성은 매우 낮다. 나는 답답한 수준의 정치적 견해를 가진 교사를 여러 번 보았다. 그런 교사도 학생에게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고 싶어한다. 그 명분은 무엇이냐. 학생이 옳고 그름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진 교사의 대부분은 스스로를 중도라고 말한다. 자기는 균형이 있으니 학생에게 좌우 구분없는 자료를 주고 생각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잘 되면 정말 좋겠다. 그러나 (정치 전공이 아닌 대부분의) 교사는 자기가 정치적으로 균형있는 사람인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전문성이 없다.

조중동 신문과 한경오 신문을 동시에 구독한다고 해서 균형있는 게 아니다. 어느 신문사의 글은 재미나게 공감하며 읽고 반대 신문사의 글은 혀를 차면서 읽는다면, 그가 학생들에게 제시하는 자료는 특정 방향의 결론을 유도하고 있을 것이다. 설령 그가 균형있는 자료를 제시했더라도, 그의 정치적 견해는 상치교과에 불과하다. 수업의 의도와 결과가 좋았을지라도 비전문적이다.


교사는 전문직이다. 전문직은 전문 분야에서만 전문가이다. 선거를 앞두고 여러 교사들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고 싶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울분에 찬 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기 편은 상식적이고 상대편은 상식 이하라고 외친다. 자기는 중도인데 상대편이 너무 잘못해서 어쩔 수 없이 비판하는 거라고 한다. 그러나 그 판단조차 비전문적이다.


비전문적이니까 교사는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면 안 된다고 생각하느냐?

그렇지는 않다. 나는 이미 비전공 한문 교과를 수업하고 있으니까. 교사는 때로 비전문적인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냥 내 하소연을 털어놓고 싶어서 쓴 글이다. 자꾸만 나를 떠보며 좌파인지 우파인지 확인하려 하는 주변 교사들에게. 자기 편이 상식이니까 상대 편으로 가지 말고 여기로 오라고 나를 포섭하려는 샘들께. 좌우를 떠나서 학생에게 올바름은 가르쳐야 하지 않느냐고 열을 내는, 정치적으로 치우치신 일부 샘들께.


나는 상치 교과 수업하기가 참 부담이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좌우 중 한쪽이 명백히 옳은데 왜 자기를 안 따라오냐고 다그치신다면, 그게 딱히 전문성 있는 판단으로 보이지 않아서 그렇다고도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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