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어지러움이 지속된다. 그 어지러움은 두통으로 이어진다. 두통은 나를 몽롱한 상태로 만든다. 토요일이 되자 극심한 두통에 머리가 깨질 듯 아파온다. 그제야 이비인후과에서 받아두었던 비상약을 꺼내 들었다. 오전에만 진통제 4알을 먹었다. 두려웠다. 다시 시작인 건가.
오만가지 생각이 떠돈다.
약을 먹는다.
비상약 복용 이틀이 지났다. 월요일이 되자 두통이 사라졌다. 잔잔한 어지러움이 내내 나와 함께 하지만 견딜만하다. 목요일. 약을 꾸준히 복용하자 드디어 컨디션이 조금씩 돌아온다. 그저 약을 먹어 이 컨디션이 유지된다면 나는 되었다.
어지러웠던 나는 두려웠다.
이곳을 영영 떠나야 할까 봐.
퇴직을 꿈꾸고 퇴직한 선생님들을 부러워하던 내가
너무 아파 선생님이라는 이름을 정녕 버리려고 하자 느꼈던 그 먹먹함을 진실로 받아들여야 할까 봐 나는 두려웠다.
메니에르 2년 차.
이제는 전조 증상을 안다.
잔잔한 어지러움.
그 증상이 오면 만사를 제쳐두고 쉰다.
나의 목표는
올 한 해를 끝까지 마무리 짓는 것이다.
나와 함께 하기로 한 아이들과
24년 1월에 예쁜 안녕을 하는 것이다.
때때로 나서고 싶은 순간을 참으며
내가 맡은 역할에만
꼭 해야 할 일에만 몰두하고 집중한다.
여기저기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다정한 이야기를 주고받던
나는 없다.
나는 이렇게 살아도 되나.
나는 내가 아닌 것만 같다.
조금만 더 건강해지고 싶다.
나는 아직
더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나는 괜찮은 걸까.
수많은 고민이 나를 휩싸고 있다.
그런 내가 오늘,
인사위원이 되었다.
(인사위원이란 교사들의 투표로 선출된 교사가 인사자문, 성과급 관련 협의 등 대표 회의 격 의견 나눔을 하는 것이다. )